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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마음을 비워 영혼을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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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어 있음에 대하여/한병권/천산

    '너무 어릴 때 철들었네/ 작은 어깨에/ 너무 일찍/ 지식의 무거운 짐지고헤매다/ 세월과 함께/ 허무한 풀꽃같은 생각/ 닿지않는 곳까지/ 장난질 뒷걸음질로/ 나이 들어가며/ 뒤늦게 철없어진/ 거꾸로 인생' (시 '소년') 시인 한병권(55·사진)의 모든 시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시인은 20여 년간 기자로 살았다. 특종을 추구하고 낙종에 우는 바쁜 기자 생활속에 그는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없었단다.

    '나는 안다/ 내게 많은 게 부족하고 비어 있음을/ 여백 듬성듬성 희멀겋게 드러나는 머리숱/ 짧은 혀, 작은 목소리, 재능없는 춤솜씨/ 늘 모자라는 잠/ 메마른 눈물, 웃음다운 웃음 사랑에/ 목마른 가슴/ 그리고 또 있구나, 진정 낮은 곳/ 지저분한 곳도 외면하지 않는 겸손같은 것' (시 '비어 있음에 대하여' 중)

    이 시가 CBS 라디오 '저녁스케치'에서 낭송된 어느날, 그는 시를 퍼나르는 누리꾼들을 접했다. 그리고 자신의 체험을 중심으로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영혼들을 위한 치유의 시를 계속 써보자고 결심했다.

    '고개 숙이지 마라…/ 젊음은 고개를 숙여도 당당하다// 한숨 뱉지 마라…/ 청춘은 한숨을 쉬어도 힘차다// 길잃지 마라…/ 도전은 길을 잃어도 열려 있다// 남루한 옷을 입지 마라…/ 희망은 남루한 옷을 걸쳐도 빛이 나느니// 삶이 손안에 있고, 세상이 너다.'

    (시 '네 젊은 소중한 나이엔') 시인 한병권은 '비어 있음'의 시를 쓴다고들 말한다. 역설적이게도 비어 있음은 '있음'을 전제로 하는 법이다. 80여 편의 시를 담은 그의 첫 시집 '비어 있음에 대하여'가 시혼으로 가득 채워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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