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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이 변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친구'(2001) '해안선'(2002) '태극기 휘날리며'(2003) '무극'(2005) '태풍'(2005) '워리어스 웨이' '마이웨이'(2011)는 최근 10여 년간의 그의 대표작들이다. 한결같이 강하고 센 역할들이다. 말랑말랑하고, 잘생긴 외모를 드러내는 작품은 없었다.
그랬던 그가 올 들어 선보인 작품은 드라마 '신사의 품격'과 영화 '위험한 관계'다. 장동건은 신사의 품격을 통해 '꽃중년'의 매력을 담아냈다. 처음에 어색해 했던 대중들도 결국엔 그의 변신에 환호했다. 뒤이어 위험한 관계에선 옴므파탈이다. 이처럼 장동건은 이들 두 작품을 통해 근래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모습을 마구 쏟아냈다.
장동건은 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외모를 이용해 연기하는 게 싫었다. 의도적으로 그런 캐릭터를 배제했던 것 같다"며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못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더라. 그런 찰나에 두 작품을 만났다"고 밝혔다.
"드라마 첫 회를 보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노화했다는 것을 느꼈다.(웃음) 하지만 지금이라도 보여주길 잘했다. 그리고 드라마 안에서 망가지고 내려놓고 하는 것들이 20~30대 때 했다면 오히려 맛이 안 살았을 것 같다."
대중에겐 신사의 품격이 먼저였지만 장동건에겐 위험한 관계가 우선이다. 그는 극 중 1930년대 상하이를 주름잡는 플레이보이 셰이판 역을 맡아 관능적인 팜므파탈 모지에위(장백지)와 정숙한 미망인 뚜펀위(장쯔이) 사이에서 위험한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장동건은 "만약 신사의 품격 전에 이 영화를 봤다면 좀 더 신선해 보였을 것"이라며 "마이웨이 이후 배우로서 자존심을 걸고 출연한 영화"라고 밝혔다. "대작 영화들은 태생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봐야만 한다. 그런 영화의 주인공을 하다보면 감정선도 보편성을 따라가게 된다. 오랜기간 그런 연기를 하다 보니 섬세하고 디테일한 것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 작품은 18세기 연애심리소설의 교본으로 평가받는 프랑스 쇼데를르 드 라클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이미 해외에서 수차례 영화화됐고, 국내에서도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로 영화화된 바 있다.
장동건은 "촬영이 어느 정도 진행됐을 때 같은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들을 다 봤다. 보고 나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욱이 중국에서 제작보고회 했을 때 '생전 장국영이 하고 싶었던 역할'이라고 하더라. 이상한 부담감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장동건은 그간 무극, 워리어스 웨이, 마이웨이 등 합작 영화를 꾸준히 해왔다. 위험한 관계 역시 중국 배우들과 함께 한 합작영화다. 그는 "문화와 정서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게 의미있는 작업이라 생각해 꾸준히 합작영화를 해왔다"며 "그런데 어느 순간 배우로서 표현의 한계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BestNocut_R]
그에 대한 고민과 회의감은 이번 작품으로 훌훌 털어버렸다. 그는 "표현의 깊이에 대한 갈증이 해소됐다"며 "가장 크게 얻은 수확"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어 늬앙스 자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감정이 표현된다는 걸 느꼈다"며 "인물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감정이 잡히면 언어는 크게 중요하지 않더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을 통해 또 하나 얻은 게 있다. '연출의 꿈'이다. 구체적인 계획이 아니라 먼 훗날 막연한 계획이다. 그는 "약간의 관심 정도"라고 손을 저은 뒤 "예전에는 죽을 때까지 배우해야지 하는 마음이었다"며 "그런데 나이가 더 들었을 때 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할 수 없는 영화가 생긴다면 직접 만들고 싶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영화 하면서 캐릭터 외에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그러다 보니 전반적인 것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1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