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안승부인 성시원이라 안캅니까”
구수한 사투리, 애교 넘치는 눈웃음에 “시원아”라는 극중 이름이 튀어나올 뻔 했다.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7’로 30대 원조 빠순이들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걸그룹 A핑크 멤버 정은지(19)를 만났다.
데뷔한지 이제 갓 1년, 단 한 번도 연기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는 이 스무살 소녀는 회를 거듭할수록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이며 방송가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고 있다.
그가 출연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은 지금은 33세가 된 부산 출신 1980년생들의 고교 시절과 현재를 오가며 90년대의 추억과 첫사랑의 풋풋함을 그린 작품이다.
특히 HOT, 젝스키스 등 90년대 후반 태동한 원조 아이돌그룹 빠순이(광적인 팬) 에피소드를 절묘하게 그려내 이 시절 학창시절을 보낸 30대들의 폭넓은 공감을 사고 있다.
정은지는 극중 HOT 팬클럽 임원이 되기 위해 혈서도 마다않고 팬픽(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인터넷소설)을 쓰다 대학까지 진학하게 되는 주인공 성시원 역을 연기한다. 그는 “부산 집에서 TV로 모니터링 한 엄마가 ‘어쩜 집에서 하는 행동과 똑같니’라고 말씀하셨다”라며 까르르 웃어보였다.
“극 중 시원이와 많이 비슷해요. 철이 없고 여유있는 성격이 특히 그렇죠. 드라마를 보신 부모님이 ‘부산 집에 CCTV 달아놓은 것 같다’라고 웃으시더라고요. 극중 아버지로 출연하는 성동일 선배님이 롯데 자이언츠 코치로 설정돼 있는데 실제 저희 가족도 롯데 자이언츠팬이랍니다.”
그러나 주인공 성시원처럼 맹목적으로 연예인을 좋아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요즘 더욱 팬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하지만 드라마 속 시원이처럼 스타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는 것은 지양했으면 한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xd
“제가 먼 처음 데뷔했을 때 스타를 보면서 우는 팬들을 보며 얼마나 좋으면 저렇게 울까, 궁금했어요. ‘응답하라’를 찍으며 팬들의 마음이 차츰 이해가 되더라고요. 시원이가 빠심으로 오빠들의 따끈따끈한 앨범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집을 나서는 모습같은 사소한 설렘이 공감됐어요. 하지만 드라마 속 시원이가 토니오빠의 집으로 찾아가는 것은 좀 아닌데 싶었어요. 그 부분만 빼면 요즘 팬 분들을 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답니다.”
‘응답하라 1997’은 90년대 추억을 풍미하는 하나의 코드로 ‘빠순이’ 에피소드를 활용했지만 실제 이 드라마는 첫사랑의 싱그러운 감정을 순정만화처럼 풋풋하게 담아냈다. 정은지가 연기하는 성시원을 중심으로 그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윤윤제(서인국 분)-윤태웅(송종호 분)형제의 삼각러브라인 결말을 놓고 온라인에서는 각종 의견이 분분하다.
“제 남편이 누구냐고요. 하하 저는 제 남편이 누군지 알지만 엄마한테도, 멤버들에게도 절대 보안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드라마 중간중간, 제 남편에 대한 힌트가 나와요. 개인적으로는 윤제랑 연결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뭔가, 무뚝뚝하면서도 내 여자만은 잘 챙기는 전형적인 부산남자를 잘 표현한 것 같아서요.”
단 한편의 드라마로 ‘연기신동’으로 거듭났지만 실제 정은지는 데뷔 전 트레이닝 기간, 연기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 더욱이 그의 원래 꿈 역시 가수가 아닌 보컬 트레이너였다고 하니, 최근 그의 행보가 놀라울 따름이다. 정은지는 “벼락운으로 에이핑크에 합류하게 됐다”라고 웃어보였다.
ss
“저는 학창시절 거미 선배님을 보며 노래에 대한 꿈을 키웠어요. 하지만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죠. 부산에서 보컬 트레이너를 꿈꾸며 학원에 다니던 중 부원장님이 에이큐브라는 기획사에서 걸그룹을 만드는데 메인보컬 자리가 비니 오디션을 보라고 권하셨어요. 될 거라고 생각을 안했는데 덜컥 합격했고 바로 에이핑크에 합류하게 됐죠. 3년이나 연습생을 한 친구도 있었는데 저는 고작 2달 준비해서 데뷔했으니 그야말로 벼락운이죠.”
처음 서울살이를 할 때도 그렇고 드라마로 인기를 얻으면서 여자멤버들 특유의 텃세와 질투 때문에 걱정을 한적은 없었을까. 정은지는 “진짜 우리 멤버들은 너무 착한 것 같다”라며 고마움을 돌렸다.
“사실 맨 처음 서울 올라왔을 때 애들이 서울깍쟁이니까 텃세 부리고 따돌릴 것 같아 걱정도 했는데 우리 멤버들은 ‘언니가 있어서 너무 좋아요’라고 얘기해줘요. 지금도 저만 드라마를 통해 알려졌는데도 막내가 ‘언니가 언니가 에이핑크를 좀 더 알릴 수 있게 되서, 좋다, 언니한테 고맙다’라고 얘기해줘서 오히려 제가 더 고마울 따름이죠.”
그는 올해의 목표로 ‘연기신인상’와 A핑크의 지상파 1위를 꼽았다. [BestNocut_R]
“올해 ‘응답하라 1997’을 통해 정은지란 이름이 예전보다 알려졌으니 덩달아 A핑크 앨범도 잘되서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했으면 좋겠어요. 이왕이면 연기신인상도 욕심내고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