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무르
"한국전쟁에 뱀파이어가 끼어든다면 어떨까요?"
링컨 대통령이 뱀파이어 헌터였다는 발칙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영화 '링컨:뱀파이어 헌터'(이하 링컨)의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한국 취재진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베크맘베토브 감독은 노컷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일반 관객들은 링컨을 뱀파이어 헌터로 표현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것 같다"며 "존경하는 대통령을 뱀파이어 헌터로 만들어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답했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베크맘베토브 감독은 러시아 출신. 러시아의 유명인으로 링컨 같은 발칙한 영화를 찍는다면 누굴 그리고 싶나란 질문에 그는 "'헉' 할 정도의 반응을 이끌어 낼 적임자가 없다"며 "굳이 고르자면 최초 우주 비행사인 유리 가가린이다. 그가 외계인하고 싸운다면 '헉' 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질문에 답하던 그는 오히려 한국 취재진에게 "한국의 왕 중에선 누가 적절하겠는가"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고, 또 "링컨처럼 한국전쟁에 뱀파이어가 끼어든다면 일반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까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에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 생각은 있는가란 질문에 그는 주저없이 "예스"라고 답했다.
베크맘베토브 감독의 방한은 지난 2005년 부산영화제 참석에 이어 꼬박 7년 만이다. 그는 "7년 내 통일이 될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안 이뤄졌다"며 "언젠가 통일이 돼 (영화시장이) 2배 이상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링컨 역을 맡은 벤자민 워커도 한국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과거 한국인 여자친구가 있었다고 밝힌 그는 시종일관 유쾌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가 "한국을 잘 아는 분이랑 다시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길게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자 워커는 "인터뷰를 빨리 끝내주면 시간이 좀 더 생기니까 서울을 좀 더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농을 치기도 했다.
그는 이어 "(한국인) 여자친구한테 차여서 (한국에) 올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그걸 극복하는데 지금까지 걸렸기 때문에 이제야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미국을 강타 중인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이야기가 나오자 워커는 윈스티드와 함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즉석에서 춤을 흉내내며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고 싶다"고 웃었다.[BestNocut_R]
한 없이 유쾌한 그이지만 영화 속에선 링컨 대통령과 싱크로율 100%를 자랑한다. 한국 관객이 봐도 벤자민 워커와 링컨이 꼭 닮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는 "몸무게를 엄청 많이 뺐고, 분장을 열심히 했다"며 "분장을 담당하셨던 분들의 엄청난 노력 때문에 링컨과 가깝게 묘사된 것 같다"고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베크맘베토브 감독은 "벤자민은 항상 메이크업 상태였는데 분장을 안하면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며 "젊은 사람인데 링컨 분장만 하면 진중한 사람으로 보이고, 나이든 링컨을 분장했을 때는 태도와 행동도 바뀌더라. 쉽게 다가서지 못할 정도였다"고 칭찬했다. 3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