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K팝스타2'...올 하반기에도 방송가의 오디션 열풍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7일 첫 방송한 Mnet '슈퍼스타K4'를 필두로 10월에는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3', 11월에는 SBS 'K-POP스타2' 등이 방송된다. 대한민국의 노래 웬만큼 한다는 지원자들은 대부분 출연했을 법도 하지만 아직도 스타를 꿈꾸는 많은 가수 지망생들이 오디션 현장의 문을 두드린다. 과연 오디션 지원자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실제 오디션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신입 김소연 기자가'위대한 탄생 시즌3' 2차 오디션에 직접 참가해 보았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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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는 MBC '위대한 탄생' 2차 오디션이 있었다. ARS 오디션으로 뽑힌 15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모여 실력을 뽐냈다. 이 자리에 기자도 있었다. 취재를 하는 기자가 아닌, 어릴 적 꿈을 찾기 위해 도전하는 오디션 참가자로서 말이다.
◈ D-2 : 사건의 시작 평소에 노래방에서 좀 노는(?) 모습을 지켜본 선배가 대뜸 "너 '위탄' 오디션 나가봐라"고 지시했다. 꿈 많던 중학생 시절 아이돌 가수를 꿈꾸며 몇몇 유명 기획사 공개오디션에 기웃거리긴 했지만, 갑작스런 제안이 당황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았다. 진짜 가수가 된다면 그보다 좋은 게 없고, 설사 떨어지더라도 좋은 추억이 될 듯 싶었다.
어릴 적 꿈을 생각하며 떨리는 맘으로 ARS 1차 오디션을 치렀다. 곡명은 소녀시대 '런 데빌 런'(Run Devil Run). 가슴 졸이며 결과를 기다리던 중 한통의 전화가 왔다. 세상에나 '합격'이란다.
기쁨도 잠시,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노래는 뭘 불러야 하지? 특기는 뭘 보여줘야 하나...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 D-1 : 시간아 멈추어다오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시계바늘이 더 빨리 움직이는 것 같았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2차 오디션 곡명은 어릴 적부터 즐겨 불렀던 양파의 '애송이의 사랑'을 선택했다. 듣고 또 듣고 또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들을수록 박자가 헷갈린다. 음정은 물론 감정까지 모르겠다. 시간도 없는데 큰일 났다. 잠도 안 오고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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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day : 결전의 날새벽 5시, 저절로 눈이 떠졌다. 오디션은 오전 9시에 시작하지만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입사 시험을 볼 때보다 더한 떨림이 느껴졌다.
3시간이나 꽃단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현장에 도착해 접수하니 '위대한 탄생3' 로고와 함께 참가번호가 큼직하게 적힌 시트지를 줬다. TV에서 항상 봤던 그것이다. 오디션 장소에 들어가니 알파벳이 적힌 부스가 일렬로 있었다. 그 앞 작은 간이무대에서 제작진으로 보이는 사람이 참가자들을 인솔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지원자들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멀리서도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엄청난 성량을 자랑하는가 하면, 기타 등 악기를 수준급으로 연주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기획사에서 전문 트레이닝을 받았던 이들도 있었다. 그들을 보고 있으려니 심장 박동 수가 더 빨라졌다.
◈오디션 그 순간, 결과는…
3시간 쯤 기다린 후에 들어간 오디션 부스. 이게 웬걸, 안면이 있는 PD가 심사위원석 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위대한 탄생3' 오디션을 위해 MBC 예능국 PD들이 총출동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긴장한 상태에 민망함이 더해져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준비해간 노래가 엉망이었는지 "다른 노래를 불러보라"고 했는데 도무지 가사가 생각이 안 났다. 정면으로 보이는 카메라 렌즈는 더욱 날 당황하게 만들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다는 말이 실감됐다. PD와 작가는 웃고, 보컬트레이너만 심각한 표정이었다. 노래를 마치자 보컬트레이너는 "음치도 박치도 아닌데, 노래를 부르는 센스가 없네요"라고 따끔한 독설을 날렸다. [BestNocut_R]
허무한 마음을 안고 부스 문을 닫고 나왔다. 결과 발표는 오는 9월에 난다고 이미 결과가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PD는 끼, 보컬트레이너는 노래실력, 작가는 스토리를 본다던데 누구의 마음도 사로잡지 못한 것 같아 더 아쉬웠다. 배에 붙였던 시트지를 떼고 쓰레기통에 버리려는데 차마 버릴 수 없어 한참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