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이서규의 영어와 맞짱뜨기]

1

 

누구나 가장 하기 싫은 일은 한가지씩 있지만, 남자들은 대부분 ''잔소리듣기''가 가장 끔찍한 고문이라고 한다.

특히 40대 이상 아주머니들의 잔소리는, 권위만 찾으며 폼을 잡던 남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 오죽하면 프랑스의 철학자 몽테뉴는 ''여자가 마흔이 넘으면 입에 걸레를 문다''라는 말을 했을까?

그런데 유명인사 중에도 공식 석상에서 입에 걸레를 무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미국 부시 대통령을 풍자한 영화 ''화씨 9.11''에서 부시는 감독인 마이클 무어에게 ''Why don''t you find a real job?''이라는 말을 했다. 이를 ''이제 제대로 된 일 좀 구하지?''라고 해석한다면 문제가 있는 번역이 된다.

무어는 대통령이 백악관이 아닌 텍사스의 목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게으른 대통령이라는 것을 지적하려고 했고 이를 알아차린 부시는 ''남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자기 일이나 열심히 하라''는 주문을 한 것이다.

이를 ''Mind your own business''라고 한다면 영화제작이 본업인 감독은 영화나 찍으라는 말이며, 자기를 비난하는 영화를 더 만들라는 말이 된다.[BestNocut_R]

부시에게는 무어의 영화는 영화로도 보이지 않으니, 보다 가치있는 일을 하라는 주문인데 이는 다른 사람의 직업을 모욕하는 행동이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성공회신자이지만 가톨릭미사에 더 열심히 참석했다. 성공회는 "Blair only darkened the door of Anglican churches on state and other formal occasions(국가행사 때에나 교회에 모습을 잠시 보이는 신자)"라고 비난했다. 총리 정도의 인사라면 영국 성공회신자여야 여왕과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블레어는 이에 대해 "My whole family including my wife and all of my children are Catholics. All I want to do is to share the same faith with them(내 아내 자녀들이 다 가톨릭신자이니 가족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 싶은 것 뿐)"이라고 말했다.

무어는 부시에게 대통령으로서 ''to find a real job''을 하라고 권하는 것이요, 성공회는 블레어에게 총리로서 국가종교인 성공회에 충실하라는 ''real job''을 주문했다.

블레어는 그러나 가장, 남편으로 가족과 주말을 조용히 보내는 것이 ''real job''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물론, 부시는 이런 핑계거리도 없어서 엉뚱한 사람에게 ''당신 일이나 잘 하시오''라고 일갈하고 있다. 총리나 대통령과 같은 자리는 자신의 공적인 임무와 개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 다를 수 있으니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영어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Being Prime Minister is both a cross and a privilege(총리라는 것은 고난의 십자가인 동시에 특권)''이라고 말이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0

0

전체 댓글 0

새로고침

    제 21대 대통령 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