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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소값 파동에 항의하며 소 9마리를 굶겨 죽인 농장주 문모(56)씨가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소를 계속 굶겨 추가로 14마리가 아사한 사실이 CBS노컷뉴스를 통해 밝혀졌다.
문 씨는 소를 팔아주겠다는 해당 지자체의 제안도 거부한 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소를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CBS노컷뉴스 5월 13일자 "소 굶겨죽인 농장 그 후…14마리 더 아사" 기사 참조)
당초 전북도는 소를 계속 굶겨죽이고 있는 문 씨가 "동물 학대를 하고 있다"고 보고 동물보호법 위반을 적용해 과태료 부과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문 씨는 아무런 제재조치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 씨를 처벌할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문 씨는 지난 1월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소를 아사시킨 행위가 학대행위로 판명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하지만 전북도청은 "학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모든 사태가 "돈이 없어서 발생한 것"이지 "의도적인 학대는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이 그렇다면 격리라도 시켜달라고 요청했지만, 격리 조치도 힘들다는 것이 지자체 측의 입장이다.
동물은 개인의 재산이기 때문에 주인의 동의없이 격리시킬 수 없다는 것. 전북도청 관계자는 "농장주를 찾아가 소를 팔든지 사료를 주라고 설득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 3조에 따르면 "동물이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 "동물이 고통·상해 및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할 것", "동물이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아니할 것"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은 있으나마나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대'의 기준도 애매모호하고 '처벌'도 조항만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없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 죽지 않을만큼 굶기면 학대 아냐..허술한 동물보호법동물보호법에 따르면 학대로 볼 수 있는 경우는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거나 도구나 약물을 사용해 상해를 입히는 행위" 등이다.
동물사랑 실천협회 박소연 대표는 "이같은 법은 있지만 눈으로 봤을 때 큰 상처나 부상 등이 있어야만 학대로 인정된다"면서 "굶겨 죽이면 학대지만 죽지 않을만큼 굶기면 학대가 아니다"라며 동물보호법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학대로 판단되더라도 처벌 또한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이 여전히 '재산'으로 간주돼 동물보호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 제14조에는 "시도지사는 학대받은 동물을 보호할 때에는 3일 이상 소유자로부터 격리조치 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 격리조치 하려다 절도범 몰려..현실적용 어려워하지만 동물보호법만 믿고 보호하려 나섰다간 '무단침입자'나 '절도범'이 되기 십상이다. 동물을 주인으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해서는 한 개인의 주거지에 들어가 그 동물을 가지고 나와야하는데 이는 범법 행위라는 논리다.
박 대표는 "학대받는 개나 고양이 등을 구하려다가 절도범이 돼 지금도 검찰에 수없이 불려나가 조사받고 있다"며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냉소를 지었다.
동물보호법을 관할하고 있는 부처가 농축산업자들의 발전과 이익을 도모해야하는 농림부인 것도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992년 농림부는 방역차원에서 동물보호법을 만들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법의 출발이 이렇다보니 동물을 보호하기 보다는 동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더 보호하고 배려하는 쪽으로 치우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전북도청 축산과 관계자는 "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동물보호법이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 위주로 돼 있어서 소나 돼지 등 가축에 대한 법 적용이 힘든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BestNocut_R]하지만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이란 소·말·돼지·개·고양이·토끼·닭·오리·산양·면양(綿羊)·사슴·여우·밍크 등 척추동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을 말한다"라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허점투성인 동물보호법과 지자체의 안이한 관리 속에서 문 씨 농장의 남아있는 소들도 대책없이 계속 굶어 죽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