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세병원
얼마 전 중국의 한 병원에서 맹장염(급성충수염)에 걸린 임산부를 자궁외 임신으로 오진해 태아를 유산시키는 의료사고가 있었다. 의료진은 복통으로 병원을 찾은 임산부를 자궁외 임신으로 진단해 나팔관 절제수술을 하고 수술 중 약물치료를 병행해 태아에게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유산을 권유해 결국 임신중절수술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 이유는 급성충수염 초기에 나타나는 통증 양상이 애매하고 동반되는 복통이 다른 질환에서 느껴지는 복통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충수돌기의 다양한 해부학적 위치로 인해 경험이 많은 의사들도 다른 질환으로 오진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급성충수염은 초기에 나타나는 통증과 나중에 나타나는 후기 통증으로 구분된다. 초기 통증은 주로 배꼽 주위 상복부에서 통증과 함께 꽉 막힌 듯한 증상을 호소한다. 이러한 증상은 체한 것과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젊은 여성의 배란통, 나팔관염, 자궁외 임신, 요관 결석 등 비뇨기 질환이나 어린이의 감기 등에서 나타나는 복부 림프선염과도 증상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초기 복통 후 5~6시간 정도가 지나면 차츰 오른쪽 아랫배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충수의 염증이 복막에 닿거나 복막에 파급되었을 때 생긴다. 따라서 충수가 위치한 오른쪽 아랫배 부분에 통증이 있다면 충수염을 의심할 수 있으며 눌렀다 뗄 때 아프면 충수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충수가 놓여 있는 위치에 따라 압통점이 다를 수 있어 진단이 쉽지 않다.
급성충수염과 증상이 가장 흡사한 질환은 게실증으로 대장벽이 바깥쪽으로 동그랗게 꽈리 모양으로 튀어나오는 질병이다. 게실은 식도나 위, 소장, 대장 등 모든 장에 생길 수 있다. 대장게실의 경우 주로 우측 배나 하복부에 나타난다. 따라서 맹장염과 혼동하기 쉬운 것이다. 급성충수염은 눌렀다 뗄 때 통증이 있다는 점에서 게실증과 구분할 수 있다.
급성충수염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대부분 충수돌기 입구가 폐쇄되면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대들의 경우 점막하 림프소포가 지나치게 증식하여 폐쇄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으며 성인은 대변이 딱딱하게 덩어리가 된 분석에 의해 폐쇄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급성충수염은 3일 이내에 수술하지 않으면 충수가 터져 장기를 감싸고 있는 얇은 막인 복막에 염증이 생기는 복막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복막염은 다른 장기로 염증을 퍼지게 하는 만큼 치료가 쉽지 않으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진단은 초음파 검사, CT촬영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급성충수염은 오른쪽 복부 아래 부위에 5~7㎝ 정도의 피부를 절개하는 수술이 원칙이다. 수술 시간은 30~40분 정도 소요되며 수술하기 전 6~8시간 정도 금식하는 것이 마취하는 데 안전하기 때문에 증상이 의심되면 물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에 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충수가 터지지 않아 단순 충수 절제술만 시행할 경우 3~4일 정도 입원하면 완치된다.
따라서 오른쪽 하복부에 통증이 있고 체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빨리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자칫 복막염으로 진행되면 수술이 어렵고 회복도 더딜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