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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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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규의 영어와 맞짱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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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를 가르치는 친구는 소주 한잔 마시며 신세한탄을 시작한다. "애들이 중학교 때부터 영어에 시달려 독어, 불어, 스페인어같이 알파벳이 나오는 것은 다 진절머리를 내"라며 소주잔을 홀짝거린다.

    나 자신도 중학교 시절 영어라면 진절머리를 냈고 특히 이 알파벳공포증은 그 뒤 대학 때 논어를 배우면서 한자공포증에 밀려 사라지기 전까지 나를 성가시게 만들었다.

    내 영어공포증은 결국 그보다 몇 배 독한 한자공포증에 사라진 것이지 스스로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런데 똑 같은 물건을 보더라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크게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선비의 정신을 뜻하는 대나무를 보고 고산 윤선도는 "나무도 아니며 풀도 아닌 것은 곧기는 왜 그리 곧고 속은 왜 비었느냐?"고 물었지만, 중국의 소동파는 "고기 없이 밥은 먹어도 대나무 없이는 못산다"라고 말한다.

    알파벳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생긴 것은 기괴하지만 소리를 그릴 수 있는 붓''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글이나 알파벳은 전부 그 소리를 전달하는 도구이지 언어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BestNocut_R]그럼 이 알파벳은 우리 영어공부를 방해하는 악령과 같은 존재일까? 아니면 영어를 ''그리는'' 화가가 되기 위한 기초일까? 나는 후자라고 본다.

    마리오 푸조는 자신의 책 ''대부''에서 "Keep your friends close, but your enemies closer(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라고 말했다.

    알파벳이 과연 여러분에게 적일지 친구일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적이라면 더 가까이, 친구라도 친근한 관계는 유지해야 한다. 영어가 서툰 사람은 더 알파벳에 익숙해져야 하고 영어를 아는 사람도 잊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마디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You have no choice). ''Even the whole world tries to kill you, all you can do is to learn how to live with your enemies(세상이 당신을 못살게 굴어도 당신이 할 일은 적과의 동침을 배우는 것)''이라고만 말하고 싶다.

    적과 친해지려면 이 알파벳으로 말하는 사람, 즉 외국인과 친해지는 수밖에는 없다. 알파벳은 밉지만 여러분의 친구 외국인은 미워하기 힘든 법이요, 친구인 외국인과 친해지면 적인 영어는 더 가까워야 하니 말이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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