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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 분명한 홍상수 감독의 작품은 매 작품마다 다양한 의견이 쏟아진다. 영화의 배경을 비롯해 인물 간 관계, 시간 등 어느 하나 똑부러지게 명확한 게 없다. 주변의 일상을 스크린에 가득 담고 있지만 익숙한 듯 낯설다. 홍 감독의 12번째 작품 '북촌 방향'은 장르조차 뚜렷히 규정짓기 힘든 작품이다.
홍상수 감독은 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를 만들 때 뚜렷한 목표나 효과를 생각하고 만들지 않는다"며 "촬영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게 이거구나'라고 하나씩 깨달아 간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들고 난 뒤 반응을 읽고, 들으면서 완성이 된다"고 부연했다.
'북촌 방향'은 영화 감독이었던 성준(유준상)이 서울 북촌에서 친한 선배 영호(김상중)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우연의 '반복'을 그린 작품. 또 성준은 서울에 3~4일만 머무른다고 말하지만 극 중 며칠이 지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만큼 시간의 경계가 모호하다. 흑백이다 보니 밤과 낮의 구분도 불분명하다.
홍 감독은 "특별한 이유라기 보단 강북에 갈 때 북촌을 주로 간다"고 영화 속 배경에 대해 단순하게 설명했다. 또 그는 "이전에는 반복적이지 않은 상황들을 반복적으로 구성했다면 이번엔 '같은 집을 세 번 간다'라고 애초부터 반복되는 설정을 정해 놓고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보니 반복 설정을 뛰어 넘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그 결과 시간 개념을 모호하게 했다.
영화 속 일상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지만 매번 작은 차이를 가진다. 그리고 그 차이가 영화적 재미를 더한다. 홍 감독은 "영화를 찍을 때 평소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자체가 주는 쾌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신기하다. 그래서 영화가 중요하고, 잘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BestNocut_R]
극 중 성준은 영화 감독이자 교수다. 또 "내 영화를 본 사람이 많지 않다"는 성준의 대사는 마치 홍 감독 자신을 떠올리게 한다. 홍 감독은 이에 대해 "보는 분마다 다르게 느낄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전달하진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김상중과 김보경은 이번 작품으로 홍상수 감독과 처음 손을 잡았다. 홍 감독은 "저하고 할 수 있는 배우가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운에 맞기는 경향이 있다"며 "억지로 기준을 만들자면 자신감이든, 열망이든 같이 할 수 있겠구나란 느낌을 주는 배우"라고 말했다.
차기작 '다른 나라에서'에 출연한 세계적인 배우 이자벨 위페르도 운이 맞았을 뿐이라고. 또 김상중과 김보경에 대해서는 "김상중씨는 만난지 한참 됐고, 가끔 생각나던 배우다. 김보경씨 역시 이전에 캐스팅을 두고 만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9월 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