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시장의 혼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회에서 미디어렙법이 처리되지 않음으로써 입법 미비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출범할 조중동매 4개 종편이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면 방송광고시장은 정글의 법칙만 존재하는 혼란 상태에 빠져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종편들의 직접광고에 맞서 SBS도 직접 광고영업에 나설 준비에 들어갔고 MBC 역시 직접 영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가 방송사들의 광고를 대행해왔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8년 코바코 독점 체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코바코가 비록 독재정권에서 출범한 독점체제이긴 하지만 그동안 방송사의 직접 광고를 차단함으로써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고 광고주와의 유착을 막는 순기능이 적지 않았다.
국회는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른 새로운 미디어법을 지난 2009년 말까지 제정했어야 했지만 지금까지 법 제정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
이처럼 국회에서 미디어렙법의 처리를 미루고 있는 직접적인 책임은 여당인 한나라당에 있다.
방송광고시장의 혼란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광고시장의 수용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채 정부가 차별성도 없는 보수언론의 종편 채널을 한꺼번에 네 개씩이나 허가를 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직접 광고의 특혜까지 주게 될 경우 피해를 입는 것은 규모가 작은 지역방송과 종교법인이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이 될 것이다.
이것이 현 정부가 말하는 공정사회인지 묻고 싶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여야는 상임위별 여야 간사가 합의한 안건만을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디어렙 법안을 논의해야 할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는 아직 간사간 면담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입으로는 미디어렙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심 이 법안의 처리를 원치 않고 있는 듯하다.
종편들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면서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유리한 여론 환경을 만들겠다는 속셈 때문이다.
종편이 여당편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생사가 경각에 달리게 될 지역언론과 중소 방송사는 어찌될 것인가? 더욱이 방송들이 직접 광고영업에 나설 경우 방송이 선정성 경쟁에 나서거나 보도 내용을 놓고 광고주를 협박하거나 광고주의 압력에 의해 기사를 왜곡시키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방송이 제 기능을 잃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보게 될 것이다.
여권이 큰 안목에서 미디어렙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국민적 심판이 뒤따를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