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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눈에서 초록레이저 빔을 쏜다. 각종 귀신에 빙의돼 기행을 일삼는다. 시트콤이 아닌, 멀쩡한 주말드라마 속 스토리다.
한동안 잠잠했던 드라마 속 억지 설정이 다시 한번 방송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SBS 주말드라마 ‘신기생뎐’은 극 중 아수라(임혁 분)의 빙의장면을 잇달아 내보내 구설을 빚고 있다. 극 중 아수라는 그동안 아기동자 귀신, 할머니 귀신, 임경업 장군 귀신 등 다양한 귀신에 빙의돼 이해 못할 행동을 거듭하더니 급기야 지난 10일 방송에서는 눈에서 초록색 레이저를 쏘기까지 했다.
드라마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실소했고, 제작진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방송국조차 “우리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라며 ‘작가와 계약해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동시간대 1위다.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10일 방송된 ‘신기생뎐’의 전국시청률은 24.7%로 기록됐다.
임성한 작가는 과거 드라마 ‘왕꽃선녀님’에서도 무속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등 그동안 한국드라마에서 금기시돼온 무속신앙에 깊은 관심을 내비쳤다. 그러나 ‘신기생뎐’의 경우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MBC 월화드라마 ‘미스리플리’도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다. ‘미스리플리’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한 여성이 성공을 위해 학력위조를 한 뒤 연이은 거짓말의 수렁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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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방송 전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했지만 정작 드라마는 현실감이 떨어지는 개연성 없는 전개로 빈축을 샀다.
극중 여주인공인 장미리(이다해 분)는 일본 룸살롱의 A급 종업원 출신으로 포주에게 쫓기는 상황. 그녀는 단지 일본의 특정지역 사투리를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특급호텔에 우연히 취직하고 급기야 대학강단에까지 선다. 그 과정에서 호텔 지배인 장명훈(김승우 분)과 호텔그룹 후계자인 송유현 (박유천 분) 사이에서 양다리까지 걸친다.
극중에서는 장미리가 동경대 졸업장을 위조해 호텔에 취직하는 설정을 제시했지만 특정지역 사투리를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을 특급호텔에서 특채시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게다가 장미리가 사실은 약혼자 송유현의 양모 이화(최명길 분)의 숨겨진 딸이라는 설정은 막장드라마의 원조 임성한 작가의 '하늘이시여'를 연상케 한다.
‘미스리플리’는 한때 이러한 개연성 없는 전개로 경쟁작 KBS ‘동안미녀’에 밀려 시청률이 하락했으나 최근 주인공 장미리의 거짓 인생이 탄로나면서 다시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탈환했다. 11일 방송은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조사에서 14.2%의 시청률로 집계됐다.
방송가에서는 이같은 황당무계한 설정이 판치는데 극도로 예민한 반응이다. 한동안 방송가를 휩쓸었던 막장드라마의 악몽에서 이제 겨우 벗어났는데 다시금 막장드라마의 수렁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SBS가 ‘계약해지’라는 강경한 입장까지 내비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다.
MBC 역시 후속드라마 ‘계백’의 준비미흡으로 ‘미스리플리’의 연장을 추진했지만 배우들의 난색으로 연장은 없던 일이 돼 버렸다. 표면상으로는 배우들의 스케줄이 이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본의 억지설정에 모두 지쳤다는 반응이다. [BestNocut_R]
문제는 이 드라마들이 논란과 관계없이 시청률 1위라는 점이다. 한 드라마 제작관계자는 "결국 시청률이 모든 것을 판가름하는 현재의 방송현실에서 자극과 논란이 드라마의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하며 "이같은 드라마는 계속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