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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우, "더이상 스타를 꿈꾸지 않는다"

  • 2011-05-26 10:44

[노컷인터뷰]드라마 '49일'로 도약한 정일우. 연기자를 꿈꾸다

 

‘배우 정일우’라는 말이 아직은 낯설다. 데뷔와 함께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는 ‘배우’로서 2% 부족한, 아니 아직 제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 청춘스타다. 단번에 이룬 성공은 달콤했지만, 그 성공을 딛고 한단계 도약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한 정일우는 그 후 한편의 영화와 두 편의 드라마에서 내리 주연을 맡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흥행 면에서도, 연기에 대한 평가 면에서도 데뷔 후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만큼 화려하지 못했다.

그런 그가 2년여의 공백(정일우는 연극 ‘뷰티풀 선데이’에 출연하며 내실을 다졌다)을 깨고 SBS 수목드라마 ‘49일’로 브라운관 복귀식을 치렀다. 저승사자, 아니 극중 표현을 빌리자면 그 이름도 생소한 ‘스케줄러’로 말이다.

“이번 작품은 특히 더 빠져있었던 터라 다시 나오려니 뭔가 허전하고 허무했다. 그래도 극 중에서 해보고 싶은 것은 정말 다 해본 것 같다. 수영장신도 있었고, 오토바이도 타고, 노래도 부르고, 죽어도 보고. 정말 원없이 다해봤던 터라 만족하는 부분도 크다.”

극 초반 정일우는 죽은 영혼을 사후세계로 인도하는 저승사자로 분해 데뷔 초기의 생기발랄하고 당찬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흐트러진 헤어스타일에 가죽 재킷을 입고 오토바이를 탄 그는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 세상을 떠난 아픔을 지닌 송이수라는 옷을 한 겹 더 입은 정일우는 한층 성숙해져있었다.

“어떻게 보면 1인 2역이다. 촬영 전에는 그 부분에 대해 부담도 많았는데 의외로 편안하고 재밌어서 즐기면서 찍었다. 이 작품을 시작하면서 연기적으로 욕을 먹지 말아야지 했는데, 밝으면서도 남자다운 진지한 면을 보여드렸던 것 같다. 내 스스로 부담을 많이 버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정일우는 중반 이후부터 사랑하는 연인인 송이경(이요원)에 대한 기억을 찾으면서, 절절한 멜로 연기를 펼쳤다. “눈이 퉁퉁 부어 다음 촬영을 못할 정도로 울었다”는 정일우는 “다른 생각을 안하고 대본만 보고 연기하는 편이다. 이수랑 이경이가 너무 불쌍해서 나도 모르게 계속 눈물이 났다. 감정 연기는 언제 해도 어렵지만, 특히 후반부에 갈수록 우는 신이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유난히 많았던 감정연기를 받쳐준 것은 상대 배우이자 선배 연기자인 이요원이었다. 이요원을 “이제까지 함께 호흡을 맞춘 여배우 중 최고”라고 꼽은 정일우는 “내 연기에 만족하는 편은 아니지만, 요원이 누나랑 할 때는 정말 잘 맞았다. 이번 작품에서 새삼 연기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구나, 상대 배우와 호흡이 정말 중요하구나를 느꼈다”고 말했다.

 

‘49일’을 통해 정일우는 연기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진 동시에 흥행 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어느덧 데뷔 5년차를 넘긴 정일우는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 자신을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데, 잘했다고 해서 풀어져서도 안되고, 너무 조여매서도 안되는 것 같다. 중심을 잘 잡고 가야하는 일이다. 보통 작품이 끝나면 여행을 가는 편인데 이번에는 안 갔다. 마음이 해이해질까봐 다잡고 있다. 다음 작품이 잘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지만 마음을 비우려고 한다.”

스스로 아직 멀었다고 말하는 그는 “오랫동안 연기자로 롱런하고 싶다”고 했다. 한때 그에게는 하루 아침에 뜬 ‘반짝스타’라는 꼬리표도 따랐고, 신인배우들이 흔히 겪는 연기력 논란도 거쳤다. “굳이 선입견이나 논란에 해명할 필요도 없었고, 그럴 일도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BestNocut_R]지금도 정일우는 배우가 되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스타보다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정일우는 “처음부터 스타를 꿈꾸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그렇게 되고 보니 스스로 혼란스러웠다. 스타와 연기자가 함께 가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난 오랫동안 연기를 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고, 앞으로 계속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만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연기에 대한 갈증 탓일까. ‘49일’을 갓 끝마친 그는 앞으로 다작을 하겠다고 했다. 차기작은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지만 밝고 말랑말랑한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사이코 패스연기도 해보고 싶다. 밖에서는 해맑은데 안에 들어와서는 어두운 이중인격 같은”이라고 바람을 덧붙였다.

눈으로 말하는, 눈빛이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정일우. 그의 눈빛이 살아있는 ‘사이코패스’ 연기를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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