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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동물, 캐릭터… 길고양이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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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동물, 캐릭터… 길고양이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하다 ①] 길고양이 책 작가 고경원 씨 인터뷰
"공존, 가장 익숙하고 잘 할 수 있는 일부터!"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너도나도 녹색의 세상을 꿈꾸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과 함께 하는 삶을 이야기 하지만 '공존'이라는 주제는 아직 무겁기만 하다. 노컷뉴스에서는 생활 속에서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하고 지구의 웃음을 되찾기 위해 주어진 자리에서 작은 변화를 일궈내는 사람들을 만났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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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잠시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더 큰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소로우-<월든> 본문 中

길거리의 생명들과 눈을 맞추며 기적을 일궈온 사람이 있다. 그는 도심 어딘가 우리 주변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작은 생명들에게 ‘희망’을 배우고, ‘공존’의 의미를 환기한다.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2007),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2010)로 알려진 고양이 책 작가 겸 기자인 고경원 씨가 세번째 고양이 관련 책 <작업실의 고양이>(2011)를 펴냈다. 길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혹은 가슴 속에 묻고 살아가고 있는 예술가 15명과의 인터뷰를 담은 이 책은 고양이를 모티브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과 그들의 작업실,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경원 작가의 책은 블로그에서 출발했다. 그는 이번 신간에 포함된 예술가들과의 인터뷰는 물론, 길고양이 사진과 글들을 꾸준히 블로그에 올려왔다. 이곳에 담긴 글과 사진은 한권의 책으로 묶여온 낱장들이다. 2002년, 종로 한 거리에서 우연히 길고양이와 눈을 마주친 뒤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그들과의 공존을 모색해 온지 9년째. 수년간 꾸준히 길고양이들의 생존권을 지지해온 그는 블로그 특집기사 '도시 속 길고양이의 삶, 3년간의 기록' 등으로 지난 2007년 1월 다음커뮤니케이션 '제1회 블로거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신의 사인(sign)도 고양이 모양을 본 따 만들 정도로 길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고경원 작가를 지난 7일 ‘작업실의 고양이’ 출간기념전시회장에서 만났다.

◈혐오동물, 캐릭터…고양이의 단면만 부각돼온 현실

길고양이에 대한 애정만큼 마음 한켠을 늘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안타까움’이다. 고경원 작가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조심스레 꺼낸 첫 마디는 고양이의 일부 단면만 부각이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였다.

“한국 사회에서 고양이를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 인 것 같아요. 하나는 도시의 무법자, 해충 같은 존재로 극단적인 경계나 혐오의 대상으로 표현이 되고요. 두번째는 매우 상업화된 모습으로, 이를테면 캐릭터로서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만 비춰지는 건데요. 이렇게 고양이의 단면만을 보는 시각들이 있기 때문에 일부 매체에서 ‘고양이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 식의 도입부로 시작되는 글이나 기사를 보면 우려가 돼요."

동물과 함께 살면서 매순간 우리가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에서 보듯 항상 기쁘지만은 않다는 것이 고경원 작가의 말이다. 고양이들의 삶을 지켜보고 개입하고 함께하는 모든 과정에는 힘든 순간도 있고, 이별 혹은 고양이로 인해 주변사람들과 갈등을 겪게 되는 등 다양한 사건들이 찾아올 수 있다. 때문에 고양이를 트렌드처럼 한 단면만 바라보기보다 사람과 함께 희로애락의 ‘삶’을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으로 바라보길 희망했다. 이러한 바람은 그의 글과 사진, 그리고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는 어떠한 주제를 말하더라도 길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왜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 안에서 매일 만나고, 또 그 대상을 보면서 느끼는 일들이니까요. 물론 길고양이를 싫어하고,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도 그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되지 않겠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블로그든, 사진이든, 책을 통해서든 ‘찾아보자’라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 거예요. 고양이를 싫어한다면 왜 싫어할까, 원인을 파악하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합의점을 찾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거죠.”

◈스웨덴, 자원활동가들의 지원·사회 구성원들의 결연 활동 등 '눈길'

길고양이들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큰 고민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 해소하고 간극을 좁히는 것이었다. 쓰레기 봉투를 찢고 생태계를 교란 시킨다는 이유 등으로 혹은 아무 이유 없이 길고양이를 혐오하고 학대하는 사람들, 고양이에 관심이 없는 중립적인 사람들과의 갈등 또한 ‘공존’을 위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고 작가는 힘주어 말했다. 방법을 찾기 위해 그가 선택했던 것은 여행이었다. 다른 문화권에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공존’을 하고 있는 지, 또 갈등의 합의점은 어떻게 찾아가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스웨덴이었어요. 스웨덴에서는 길고양이를 아주 드물게 볼 수 있는데, 길에서 고양이를 발견했을 경우 유기묘나 노숙고양이로 생각하고 바로 보호소에 입소 시키죠.”

고 작가가 스웨덴 고양이 여행 중 인상 깊었던 장소로 꼽은 곳은 스톡홀름에 위치한 사설 보호소 '스톡홀름스 카트헴(Stockholms Katthem)'이었다. 카트헴은 ‘고양이의 집’이라는 뜻인데, 이곳에서는 매년 450-500마리의 고양이들이 새 가족들에게 입양되고 있다고 한다.

“카트헴에서는 고양이를 입양할 분들이 있으면 보호소에 올 때 집에서 쓰던 물건을 가져오라고 해요. 그러면 고양이가 새 주인의 냄새를 먼저 맡고 친근감을 갖게 될 거라고 하죠. 또, 입양이 되기 전에는 자원활동가들이 고양이들과 함께 놀아주기도 하고, 사진을 찍고, 그 사진으로 다양한 문화 상품을 만들기도 해요.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카트헴에 있는 고양이들과 ‘결연’을 맺어서 후원을 하기도 하고요. 이런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소도 원활하게 운영되고, 고양이들도 안정된 삶을 찾고, 입양도 되고 하니까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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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의 공존, 사람 사이의 갈등도 해소해야

2006년 유기묘 ‘스밀라’를 입양하면서 고양이와 또 한번의 운명적 만남을 경험한 고 작가는 입양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을 주문했다. 이웃 혹은 가족과의 갈등처럼 입양인이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만나게 될 경우, 고양이들의 안전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한번 파양된 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거치지 않고 다시 유기돼 새끼를 가질 경우, 새끼들은 또다시 부모와 같은 운명에 처하는 악순환이 계속 될 수 있다는 것.

“동물을 입양할 때에는 최소한 많은 변수들과 갈등 상황들을 신중히 고려하고 내가 데려온 고양이를 책임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길고양이를 입양해서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고양이의 안전을 생각할 때 최선의 방법이 될 수도 있죠. 하지만 개인의 상황만 생각할 수 없는 게, 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생기거든요. 그렇다고 파양을 결심한 분들을 무조건 적으로 비난하거나 질타할 것이 아니라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해주는 것이 고양이들이 유기 되는 것 보다 훨씬 낫죠. 최소한, 고양이를 책임질 수 있는 분들에게 ‘안전’하게 보내주시는 수고만이라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처럼 길고양이들의 삶도,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도 항상 기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 작가가 고양이들의 귀여운 모습도 있지만 꼬질꼬질한 모습도, 힘들고 아픈 모습도 ‘있는 그대로’ 사진에 투영하고 있는 이유다.

“길고양이들도 살아가는 도심 생태계가 있잖아요. 그들이 도시에서 힘들게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도 자기 삶을 의연하게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저한테도 힘이 되거든요. 제가 지친 마음으로 거리를 걷고 있을 때 길고양이를 만나서 도망가지 않으면 거리를 두고 사진을 찍어요.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거 자체가 사람을 지치게 하는 일이잖아요. 길고양이들과 약간의 교감을 하면서 ‘너도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데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지구에서 똑같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입장에서 길고양이들을 향해 조금은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셨으면 하는 게 제 마음이죠.”

◈"공존, 관념적인 접근 안돼"…가장 익숙하고 잘 할 수 있는 일부터!

고 작가는 동물과의 공존에 대해 “관념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특히 우리 사회가 반려동물과의 공존을 모색하기 시작한 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동물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가 아니라 중간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길고양이들을 보호하고 응원할 수는 없어요. 제가 2002년부터 길고양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9년동안 ‘당장 해결 가능한 답’은 없었거든요. 앞으로도 그럴 거 같고요. 하지만 그들과의 간극을 좁혀가는 과정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사람들의 의식도 바뀌어 가고 있어요. 제 생각에 공존은 우선 동물들이 그들의 수명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인데, ‘자기가 가장 익숙하고 잘할 수 있고, 오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그들을 응원하고 후원하자는 거예요. 제 경우는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고요, <작업실의 고양이>에 나오는 작가들은 자신의 예술 작품을 통해서 공존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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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 '트렌드' 경계해야

고 작가는 블로그 활동과 책 집필 활동뿐 아니라 전시회도 기획하고 캠페인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9월 9일부터 시작한 ‘고양이의 날’ 행사도 그중 하나다. 실제 고 작가는 이 캠페인을 통해 한쪽 눈을 잃은 유기묘가 새가족을 찾게 되는 일을 경험하면서 큰 보람을 느끼게 됐다. 때문에 그는 길거리의 생명들과 공존을 모색하는 일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

“단순히 고양이를 유행이나 트렌드로 받아들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트렌드는 지나가버리면 그걸로 소멸되는 거거든요. 트렌드가 지나간 다음에 남는 고양이들은 어떻게 되느냐, 다시 버려지는 악순환이 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도 마찬가지이고, 언론이나 글을 쓰시는 분들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생각해요. 이제 고양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고, 고양이를 응원하고 그들의 모습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고양이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만을 담는 단계를 넘어서서 그 이후의 이야기를 할 단계가 온 거 같아요.”

고 작가의 글은 화려하지 않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군더더기 하나 없이 소박하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고, ‘무언가 나도 해야겠다’라는 동기를 자극한다. 길고양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교감했던 그 마음이,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서히 독자들에게 젖어들어 왔던 것이다.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듯이 길고양이들도 그런 세상이 있고, 표현의 욕구가 있고, 주어진 삶을 끝까지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그런 동물들을 향해서 조금은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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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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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VER황금들판2021-12-13 13:31:44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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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은 기독교 신자라면서 경주 에서 문중제올리는되 도포차림에 큰절을 하는되 기독교인은 제사도 묵념 기도로 하지
    큰절을 하는건 기독교인이 허구라고 볼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왜 경주에서 문중 제사에 이재명이 도포 차림에 큰절하는게
    기독교인들도 다 그렇게 조상앞에 큰절 하나요

  • NAVER바람결2021-12-11 02:38:54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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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는 악세서라에 지나지 않았을 위인이지.

  • NAVER반계다석2021-12-11 00:32:02신고

    추천18비추천0

    교회를 꼭 다녀야만 예수를 믿는건가?
    예수의 말씀을 따르고 믿고해도 교회는
    오히려 왜곡하는거 같아 싫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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