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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만난 황수정은 영화에 첫 출연해 ''배우''로서 개봉을 기다리는 순간이 즐거운 듯했다. 특히 다양한 언론과 만나는 연속 인터뷰가 ''낯설면서 색다른 경험''이라고 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말을 많이 해본 적이 없어요. 첫 영화지만 막상 출연한 장면은 많지 않아, ''무슨 말을 해야 하지?''하며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인터뷰가) 계속되면서 재미있어졌어요. 특히 처음 보신 분들은 ''왜 이렇게 말랐냐?''고 하세요. 사실은 살이 빠진 것이 아니라, 이상하게 사진을 찍으면 얼굴이 ''건강''하게 나와 고민이에요(웃음)." [BestNocut_R]
그녀는 영화 ''밤과 낮''에서 주인공인 화가 성남(김영호)의 아내 성인으로 출연한다. 그러나 영화 속 출연 분은 마지막 10여 분에 지나지 않고 대신 그녀의 목소리가 영화 내내 성남을 이끌고 위로한다.
"감독님과의 첫 미팅 때 농구를 했어요. 운동화까지 주시더라구요. 그래서 팀을 짜서 땀 좀 흘리며 운동 좀 했죠. 그런데 제가 농구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골도 넣었구요(웃음). 영화에 들어가서도 홍감독님은 별 말이 없었어요. ''그냥 평소대로 해라'' ''별다른 준비 하지 마라'' 정도가 전부였어요. 그래서 ''아이 좋아라, 너무 좋다'' 했죠. 그래도 의상은 이것저것 준비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선택한 의상은 지극히 평범한 ''아줌마''표 홈드레스 였어요".
영화에 대해 얘기를 하는 동안 황수정은 간단한 식사를 주문했다. 연이어 ''수다''를 떨다 보니 끼니 때를 놓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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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보다는 목소리 출연이 훨씬 많았죠. 그래서 감독님께 ''목소리 좋은 사람도 많은데, 왜 절 캐스팅하셨나요?''라고 푸념도 했죠(웃음). 특히 파리의 남편이 서울의 저에게 자위를 해달라는 장면에서는 어찌나 난감했던지, 그래서 ''손 씻고 올게''라는 대사가 정말 어려웠어요. 혹시 결혼하신 분들도 자주 그러나요?(웃음)"
영화 ''밤과 낮''이 베를린 영화제 출품 되면서 감독과 다른 연기자들은 레드카펫을 밟았지만 황수정은 참가하지 못했다. 서울에서 다음 작품 캐스팅과 관련해 중요한 미팅이 잡혀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저도 가고 싶었죠. 그래서 혼자 집에서 빨간 수건을 깔아놓고 왔다 갔다 했어요(웃음). 이제 영화배우도 됐으니 다양한 모습을 보여 드릴께요. 여자 킬러처럼 터프한 역할이나 코믹한 모습도 좋구요. 감독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노개런티로 참여한 영화가 우선 잘 됐으면 좋겠어요."
불미스런 일들을 이겨내고 ''배우 황수정''으로 거듭난 그녀의 최근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