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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현왕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7개월동안 뒤돌아 볼 틈 없이 숨가쁘게 달려왔다. 그 긴 여정 곳곳에는 그녀가 남몰래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웃음이 배어져 있다.
배우 박하선(23)에게 MBC 대하사극 ‘동이’(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는 유난히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될 듯 싶다. 그가 연기한 인현왕후는 박순애, 박선영, 김원희 등 쟁쟁한 선배 여배우들이 거쳐 간 사극의 단골 주인공이다.
이제까지 인현왕후를 맡은 여배우 중 가장 어린 여배우이기도 한 박하선은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의 추천을 접한 연출자 이병훈 PD의 천거로 단번에 행운을 거머쥔 주인공이 됐다. 당시 이병훈PD는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서 네티즌들의 추천으로 박하선의 사진을 본 뒤 내가 그리고 있던 기품있고 청순한 인현왕후 역에 ‘딱’이라고 생각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병훈PD의 눈은 정확했다. 박하선은 ‘인현왕후’를 제 몸에 맞는 옷을 입듯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방송내내 박하선에게는 ‘단아인현’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월드컵 기간에는 소위 말하는 ‘월드컵녀’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회자됐고 ‘동이’에서 오윤 역으로 출연했던 동료배우 최철호가 폭행사건으로 하차할 당시에는 ‘폭행피해자’로 지목돼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박하선은 이 모든 게 다 ‘동이’의 인기로 인한 유명세인 것 같다며 밝게 웃어보였다.
“사실 예전에는 민낯으로 나가면 제가 배우인지 잘 못 알아보셨어요. 하지만 요즘은 모자를 쓰고 다녀도 알아보는 분들이 계셔서 다소 불편해진 건 사실이에요. 좋은 작품과 캐릭터도 계속 들어오고 있고...다 팬들이 인현왕후를 사랑해주신 덕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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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현왕후는 지난 7일 방송분에서 진심통(심근경색)으로 의식을 잃고 죽음을 맞았다. 박하선은 죽음과 싸우는 사투 속에서도 한 때 경쟁자였던 동이(한효주 분)를 벗이라 칭하며 연잉군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안방시청자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동이’를 촬영하는 내내 비장하고 멋있는 죽음을 맞고 싶다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이 다가오니 부담이 저절로 되더라고요. 과연 내가 인현왕후의 죽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그런데 지진희 선배님이 제 연기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 효주 언니도 펑펑 울고...결국 온 촬영장이 눈물바다가 되면서 저도 원없이 울고 말았어요. (웃음)”
인현왕후는 죽음으로 하차했지만 아직 박하선의 마음 속에는 인현왕후의 자리가 오롯이 남아 있다. 박하선은 “더 나오고 싶긴 한데...이야기 흐름 상 제가 더 나오면 안되겠죠”라며 씩씩하게 말했다. 겨울 칼바람과 한여름의 폭염을 견뎌야만 하는 사극배우가 조금 더 출연하고 싶을 만큼 ‘동이’ 출연진들의 우정은 끈끈했다고 박하선은 전했다.
“‘동이’ 출연 전과 가장 달라진 점은 배우들과 무척 가까워졌다는 점이에요. 매일 촬영을 기다리면서 선배님들에게 연기지도도 받고 살아가면서 필요한 좋은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기다리는 게 지루해 맨정신으로 버티기 힘드니 낮술도 한잔 하곤 했죠.(웃음) 젊은 배우들끼리는 ‘낮술’ 모임이 결성되기도 했어요.”
이런 끈끈한 정 때문에 박하선은 ‘인현왕후’를 떨쳐내는 게 더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인현왕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BestNocut_R]
“매니저에게 부탁해서 계속 스케줄을 만들고 있어요. 화보 촬영도 하고 있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9월 중순에는 아프리카로 봉사활동도 떠나려고요.바쁘게 살아야지, 안 그러면 제 안에 인현왕후가 다시 튀어나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것 같아요. 저에게 너무 의미가 큰 역할이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