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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일찍 가려고 하이패스단말기 설치했다가 저승가는 줄 알았습니다. 겁이 나서 다시는 하이패스 차로를 이용하지 못할 것 같아요."
지난 13일 낮 12시 40분쯤 강원도 춘천에 사는 윤 모(37)씨 가족은 아찔한 사고를 겪었다. 중앙고속도로를 달려 남원주 영업소 하이패스 차로를 통과하려는 순간 차단기가 작동하지 않은 것.
놀란 윤 씨는 반사적으로 급정거를 했고 뒤따라오던 SUV차량이 윤 씨의 차량을 그대로 추돌했다.
다행히 두 아이를 유아용보호장구(카시트)에 태운 탓에 대형 사고는 막았지만 윤 씨와 부인은 사고 충격으로 병원 신세를 져야했다.
윤 씨는 도로공사측의 사고원인 분석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윤 씨는 "사고 직후 영업소를 찾아가 차단기 오작동 여부를 거론했지만 직원은 오히려 고속도로 차로 진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등 사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듯한 자세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정상진입 사실을 확인한 이후 영업소 직원은 윤 씨 차량의 하이패스 단말기 문제로 차단기가 오작동된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측은 "원칙적으로 차량이 진입하면 차단기가 올라가도록 돼 있지만 단말기 전원이 꺼져 있었거나 카드 오류, 진입 시간이 24시간 지난 뒤 진출하면 오작동이 생길 수 있다"며 "사고를 당한 운전자 역시 단말기를 제대로 장착하지 않아 차단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BestNocut_R]
하이패스 차로 차단기는 과속 방지용으로 설치됐으며 요금 미납 요인 발생의 통제책으로 차단기 작동이 중지되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또 "통신오류로 인한 오작동률은 0.11%에 불과하지만 더 낮추려고 노력 중"이라며 "고속도로 진출입에 앞서 하이패스 단말기 정상 작동 여부 확인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시속 30km 이하로 저속 진입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때마다 반복되는 하이패스 차로 사고와 관련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서울외곽순환도로 구리요금소 하이패스 전용차로에서도 하이패스 단말기 전원이 빠져 차단기가 작동하지 않아 급정거한 화물차를 추돌한 승합차 운전자가 숨지기도 했다.
한 보험사관계자는 "전자기기로 이뤄진 하이패스 시스템의 안정성을 100%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차단기를 제거하고 대신, 요금을 내지 않고 통과하거나 과속 운행하는 차량을 단속하는 장비를 보강하는 것으로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