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납고리와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의 학교 불신과 방관자에 머무는 친구들, 여기에 사태 축소에만 급급한 교육당국까지. 최근 대전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학교 폭력 사건들은 현재 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의 축소판이라 불릴 만하다. 교육당국이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실효를 거두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폭력 연령은 낮아지고 수위는 높아지는 모습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전CBS는 7차례에 걸쳐 학교 폭력이 되풀이되는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 등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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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형이 돈을 가져오라고 하시면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죠.”
방학 중 상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급생을 집단 폭행한 대전 모 중학교 1학년 A군과 B군에게 선배는 뭐든 시키면 해야 하는 존재다.
선배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극존칭을 사용하는 이들이 동급생을 폭행한 이유 역시 선배에게 상납할 돈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형이 언제까지 얼마를 모아 오라고 하시면 무조건 그렇게 해야 돼요.”
거부할 수도 있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그냥 당연히 해야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이들은 대답했다.
전문가들은 이 처럼 ‘범접’할 수 없는 선배, 즉 확고한 위계질서에 대한 인식이 결국 상납고리와 학교 폭력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한다.
‘선배=무서움·복종’이라는 공식이 이미 내재화된 상태에서 상납이나 폭력에 대한 저항은 애초부터 생각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대해 한 학교 관계자는 “학교마다 유난히 드센 아이들이 입학하는 해가 있다”며 “그럴 경우 아무래도 학교가 어수선할 수밖에 없지만 우려할 상황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BestNocut_R]
하지만 마을공동체 교육연구소 김수동 사무국장의 말은 다르다.
김 국장은 “선배라는 이름으로 평상시 이뤄져 온 상납이나 위협, 이에 따라 내재화된 공포와 두려움이 결국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학교 폭력의 근본 원인은 위계질서”라는 진단을 내놨다.
이 같은 강요에 대한 거부가 집단 따돌림과도 맞닿아 있는 것도 피해 학생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부분이다.
한 학생은 “선배의 말에 따르지 않을 경우 선배는 물론 그와 함께 어울리는 집단 역시 ‘건방지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시작한다”며 “사실상 선배들의 요구를 안 따를 수 없다”고 말했다.
입시학원 강사 역시 “많은 어른들이 ‘예전에도 그랬다’는 정도로 치부하지만 위계질서라는 이유로 시작된 폭력이나 왕따가 결국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이런 과정을 지켜 본 학생이라면 친구의 어려움에 도움을 주는 것조차 주저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폭력이 대물림 되는 것도 문제다.
선배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상납 요구와 폭행이 시간이 지나면서 학습화되고 죄의식이 약화되면서 결국 자신의 후배들에게도 똑같은 복종과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는 것.
대전시 청소년 상담지원센터 성환재 소장 역시 “청소년기의 경우 우정을 중요시여기는 시기로 옳지 않은 일이고 원하지 않는 일이라 해도 함께 해야 한다는 동질 의식이 강하다”며 “폭력적인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만성이 생기고 결국 자신도 폭력을 휘두를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진단을 교육청과 학교는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