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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한 편 챙겨볼까 싶어 부산영화제 참석차 내려간 부산이었다. 이왕 내려온 김에 부산 맛집을 찾아 해운대역에서 두 정거장을 더 간 장산역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 냉채 족발로 유명한 한 맛집을 찾을 수 있었다.
'족발집 답지 않다'는 탄성이 나오는 사이 주문을 받는 사장님의 외모를 보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었다.
탤런트 박해진과 너무나도 흡사한 외모에 '혹시'라는 말을 건네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탤런트 박해진 어머니 아니세요?'라고 묻자, 그녀는 크게 웃었다. 그렇게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해진이가 나를 참 많이 닮았지요. 눈도 코도요. 그런데 모르는 사람들은 해진이 보고 코 성형을 했다고 해요"
박해진은 오뚝한 코에 깊은 눈까지 딱 어머니의 판박이였다. 어떻게 일을 시작했느냐고 묻자 박해진의 어머니는 다시 아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2년 전부터 장산역에서 가게를 시작했어요. 좋은 소문이 나서 찾아오시는 분도 있고, 해진이네 집이라고 찾아오는 일본, 중국 팬들도 있어서 장사는 잘되는 편이에요"
요즘 박해진은 한류를 타고 일본과 중국을 바쁘게 오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그를 좋아하는 팬들은 벌써 부산에 왔다 갔다고.
"일본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가게에 들러요. 그러면서 내게 사인도 해달라고 하고 사진도 함께 찍자고 하죠. 아들은 탤런트지만 전 그냥 아줌마인데 말이죠. 처음에는 손사래도 쳤지만, 지금은 사진 정도는 함께 찍어요. 우리 아들을 좋아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보낼 순 없잖아요"
아들 대신 어머니의 사인이라도 받아가야겠다고 생떼를 쓰는 팬에게는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적어주기도 했다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연예인 부모도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활짝 웃었다.
"해진이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은 좋은 일이잖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건데, 얼굴 찌푸리며 할 순 없죠"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요즘 아들을 위해 짐을 꾸리고 있다고 했다.
"11월에 가게를 정리하고 서울로 가려고요. 그동안 가까이에서 해진이를 챙겨주지 못해 마음이 쓰였는데, 이제는 옆에서 챙겨주려고 해요. 또 서울서 일도 계속 하려고 가게를 알아보고 있는데 쉽지 않네요"
아들이 이름을 알리며 연예인으로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녀는 일을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일까지 생각하고 있었다.[BestNocut_R]"서울에서 자리 잡으면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위한 따뜻한 밥이라도 준비하려고 해요. 그럼 더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 해진이도 엄마가 하면 도와준다는데, 아직은 아들 도움받을 정도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냥 따라만 오라고 했어요. 연예인 엄마로서 시작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녀를 만나고 나니 박해진에게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어디서 나오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