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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양정승(34)의 작품 목록은 양으로도 질적으로도 화려하다.
조성모의 히트곡 ''불멸의 사랑''을 시작으로 ''이별이란 이름(엠씨더맥스)'', ''좋은 날(유리상자)'', ''은영이에게(KCM)'', ''바본가봐'', ''사랑아 어떻게(아이비)''까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인기곡을 꼽기가 열 손가락으로 모자를 정도다.
드라마 주제곡도 여럿이다. ''다모''에 삽입돼 인기를 끈 ''마지막 안식처''나 ''패션 70''s''에서 박화요비가 부른 ''그림자'', ''봄의 왈츠'' 주제곡 ''수호천사''도 양정승의 작품이다.
1년에 히트곡 한 두 곡을 빠짐없이 내놓는 작곡가, 미발표곡이 5,000곡이 이른다는 양정승이 싱글 ''안부''를 내놓았다. 작품 욕구가 노래 욕심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주위의 시샘 어린 눈길에 양정승은 "10년 전 녹음한 노래를 이제야 선보인 것"이라고 항변했다.
[BestNocut_R]1992년 작곡가로 먼저 데뷔한 양정승은 당시 실력파 음악인들이 여럿 소속됐던 동아기획에서 가수 데뷔를 준비했다. 그러다 1994년 그룹 3M을 결성해 무대에 올랐다. ''불멸의 사랑''으로 작곡가로 소위 대박을 터트린 게 1998년이니 가요계의 맛은 가수로서 먼저 본 셈이다.
"노래를 부르려고 하면 꼭 누군가 나타났다. 신인이든 기성 가수들의 곡 요청이든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 들어와 그 작업에 매달리다 보면 정작 나의 음반 출시는 늦어졌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벌써 10년이다."
남자다운 외모에도 ''여장''하고 무대 오르는 이유는…타이틀곡 ''안부''는 양정승이 10여 년 전 녹음해 놓은 곡이다. 그때 그 감성대로 출시하고픈 마음에 새로 녹음하는 대신 요즘 트렌드로 멜로디를 조금 손 봤다.
가성이 살아있는 ''안부''는 잔잔한 발라드. 굵은 음색의 가수들이 대부분인 요즘 가요계에서 ''안부''는 남자가 부르는 소프라노처럼 새로운 듣는 재미를 준다.
180cm에 이르는 훤칠한 키에 남자다운 외모를 지녔는데도 양정승은 여장을 하고 무대에 오를 작정이다. 오해를 살 만한 도발을 두고서는 "음악에 맞춘 설정"이라며 "작곡가와 또 다른 가수의 모습을 보이고픈 마음"이라는 두 가지 이유를 댔다.
지난 설 연휴, 양정승은 자신의 CD를 들고 동대문 상가를 돌아다녔다. 상가 DJ들에게 음악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직접 발로 뛰는 홍보에 상가 관계자들이 혀를 내둘렀을 정도로 열심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음악을 할 때만은 19살 소년이 된다"는 양정승은 "작곡한 노래가 아닌 부르는 노래로 검증받고 싶다"고 했다. "노래로 입소문이 나길 바란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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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가수 외에도 음반사 ''Mplay 엔터테인먼트'' 대표직도 맡아 ''잘 나가는'' 대중음악 작곡가에서 가수로 외형을 넓힌 양정승은 음반사 ''엠플레이(Mplay)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가수 린애, 강철 등이 소속 가수. "음반시장 어려워도 개의치 않고 공을 들인 음악을 내놓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음반사다.
"저작권료 받아서 회사에 쏟아붓고 있다(웃음). 돈을 바란다면 운영하지 않았을 음반사지만 노래 잘하는 후배 가수들과 함께 작업하고 좋은 음악 만드는 일이 큰 행복이다. 세상의 빛이 되는 음악을 들려줘야 하는 사명과 기대가 있다."
양정승은 손꼽히는 작곡가지만 인기 가수들과의 작업만 고집하지 않는다. 유명 가수들의 요청은 대부분 거절하고 대신 ''될 만한 신인 가수''에게 곡을 건넨다. 성격 참 독특하다.
"가수의 2집은 참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뒀다. 인기를 얻은 가수들의 2집은 큰 부담인데 그 열정이면 실력 있는 신인을 키우는 일이 더 의미 있다고 믿는다."
히트 작곡가가 내놓은 노래란 이유로 화제를 뿌리는 ''안부''를 들고 양정승은 방송에도 출연한다. ''여장''이 대중에게 다소 낯선 반응을 이끌어낼 수도 있을 텐데 양정승은 "노래와 특이한 겉모습 모두 자신있다"며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