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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을 둘러싸고 이른바 ‘억지 최면’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제작진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노컷뉴스 대학생 인턴기자 세 명이 직접 설기문 박사를 찾았다. 논란이 됐던 설기문 교수의 최면을 몸소 느껴보기 위해서였다.
임선응, 최진영, 이희정 등 노컷뉴스 인턴 기자 세 명은 지난 5일 오후 명동의 ‘설기문 마음연구소’를 찾았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도착하자마자 최면을 요구한 기자들에게 설 박사는 “최면은 다짜고짜 건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며 “최면은 받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 충분한 사전 설명을 듣고, 최면에 대해 호의적인 마음을 가질 때야 비로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술 같은 최면을 기대했었던 인턴 기자 삼인방은 30분 가량 설 박사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최면에 나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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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 결과는 ‘1승 1무 1패’?인턴 기자들 중 가장 먼저 최진영 기자가 최면 체험에 참가했다.
“눈을 감습니다. 왼손을 머리 위로 올리세요”라는 설기문 박사의 지시와 함께 실험은 시작됐다.
이후 설 박사는 “자, 손이 무거워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하며 최면을 걸었다. 그녀는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클수록 최면에 잘 빠진다’는 설 박사의 말을 상기하며 손이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는 상상을 했다.
곧 설 박사가 손을 떼보라고 지시를 내렸다. 만일, 최면이 걸렸다면 손이 머리 위에 그대로 있을 터.
실험실 내의 모든 시선은 그녀의 손에 고정됐다. 하지만 머리 위로 오려진 손은 너무나 쉽게 머리 아래로 내려갔다. 세미나실 안에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설기문 박사는 곧 “괜찮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다른 최면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한 손을 허공에 고정시키는 최면이었다. 팔을 들어 올리며 최면을 시도했다. “손이 가볍습니다. 떠오릅니다”라고 설 박사는 재차 소리쳤다.
그러나 결과는 또 실패. 이번에도 손은 번번이 허벅지 위로 내려앉을 뿐이었다. 첫 번째 실험 대상자인 최진영 인턴기자에겐 최면이 통하지 않았다.
뒤를 이어 이희정 기자가 실험에 참여했다. 설 박사는 앞서 진행했던 순서 그대로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자, 눈을 감고. 한 손은 새털처럼 가볍고 다른 손은 돌덩이를 얹어 놓은 듯 무겁습니다”라는 설 박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양손이 움직였다. 최면이 걸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 설 박사는 편안한 상태에 있음을 강조하면서 양손을 물레방아가 돌듯 움직이도록 했다. 이번에도 이희정 기자의 손은 물레방아가 돌 듯 허공에 원을 그렸다.
계속해서 손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 법도 하지만 그녀의 동작에서는 힘들다는 생각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눈을 감은 상태에서 양 손을 교차하며 원을 그리는 행동 자체가 매우 편안해 보였다.
설 박사가 “지금 뭐하고 있어요? 왜 이렇게 손을 돌리고 있어요?” 라고 묻자 이희정의 기자는 웃으며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그냥 이게 편해요”라고 답했다.
그녀는 점점 최면에 빠져들고 있었다. ‘지금 이 상태가 매우 편하다’는 심리적 측면이 강하게 작용한 듯 했다.
이 여세를 몰아 설 박사는 그녀에게 일어서라고 했다. 몸을 더 크게 움직이면서 본격적으로 최면에 걸리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는 두 발이 땅바닥에 붙어있다고 생각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그러나 이 때 부터는 웬일 인지 설 박사의 말과 다르게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설 박사가 ‘자, 온 몸이 굳어버렸어. 발이 바닥에 붙어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해요. 석고상이 된거야’라며 이희정 기자의 발을 지긋이 눌렀지만 그녀는 그와는 반대로 자연스럽게 걸었다. 최면이 깨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녀가 ‘내가 왜 이러지? 이건 아닌데’라며 의식적으로 마음을 컨트롤 하자 점점 최면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이어 최면이 완전히 깨면서 실험은 종료됐다.
설 박사는 “초반에는 잘 하더니 마음이 100% 열리지 않아 중간에 최면이 깬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실험 결과 이희정 기자가 최면에 걸릴 가능성은 반반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마지막으로 ‘청일점’ 임선응 기자가 최면 체험에 나섰다.
설 박사가 처음에 최면에 가장 걸리지 않을 사람으로 지목했던 터라 별 기대 없이 의자에 앉았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그는 최면에 급속도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손 혹은 다리 등을 움직일 수 없게 하는 간단한 최면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의외로 그는 최면에 쉽게 빠져들었다.
그러자 설 박사는 강도를 높여 얼마 전 ‘스타킹’에서 방영했던 최면을 시도했다.
설 박사는 몸 전체가 굳어지는 최면을 걸고서 두 의자 사이에 임선응 기자의 몸을 일(一)자로 눕혔다. 어깨와 종아리만 의자에 걸치고 등, 허리, 엉덩이는 허공에 떠 있는 자세였다.
자세가 잡히자 설 박사는 “닭 두 마리가 배 위로 올라갑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의 배 위로 올라간 사람은 최진영 이희정 기자.
하지만 그는 표정 하나 일그러지지 않은 채 편안히 누워있었다. 오히려 배 위에 올라탔던 희정과 진영이 놀란 듯했다.
“자, 이제 깨어납니다”라며 30분 넘게 이어진 최면 체험을 마치려 설 박사가 신호를 보냈지만 그의 몸은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최면에 깊게 빠진 듯했다.
설 박사는 “최면을 완벽하게 깨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어떤 학생은 최면이 덜 깬 상태로 운전하다 큰 일이 일어날 뻔 했어요”라며 오랜 시간 임선응 기자의 최면을 풀기 위해 손가락으로 몸 곳곳을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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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 체험 통해 솔직하게 자신 바라봐실험결과 세 명 모두 같은 최면에 대해 다르게 반응했다. 누구나 동일하게 최면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특히, 평소 감수성이 높고 최면에 호의적일수록 잘 빠져들었다. 이른바 ‘최면감수성’이었다.
따라서 최면을 접할 때는 개인차를 인정하고 ‘옳고 그름의 흑백논리에서 벗어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설 박사 역시 “최면은 몸과 마음이 함께 간다”며 “마음을 열고 최면을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BestNocut_R]각기 다른 결과물을 들고 ‘마음 연구소’를 나온 세 사람. 이들은 “최면은 누군가 내 의지를 통제하는 것이 아닌, 마음 아래 자리하는 무의식을 솔직하게 끌어내는 것”이라며 “펴고 싶지 않은 허리를 억지로 꼿꼿하게 하지 않는 것처럼 최면이란 솔직하게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임은 부인할 수 없는 것 같다”고 소감을 남겼다.
그들이 겪은 최면은 ‘사이비’도 ‘만병통치약’도 아닌 개인차에 따라 달리 반응하는 하나의 심리 실험 또는 심리 치료였다. ‘무릇 흔들리는 것은 네 마음 뿐이다’라는 영화 ‘달콤한 인생’의 대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