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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철수가 라디오스타로 사는 법

    • 2009-05-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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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인터뷰] 방송 7000회 맞은 MBC ‘배철수의 음악캠프’ DJ 배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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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매체의 출연 당시 라디오의 시대가 끝났다고 예고했지요. 하지만 라디오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습니다. 감히 말하건데 멀티태스킹의 시대인 21세기는 라디오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1979년 버글스가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언론은 라디오 시대의 종말을 예견했다. 하지만 이 올드미디어는 끈덕진 생명력을 자랑하며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 LP에서 CD를 거쳐 이제는 파일로 음악을 전달한다. 한자 한자 정성스레 눌러 쓴 독자 엽서는 실시간 채팅을 연상시키는 인터넷 게시판의 한줄 답변으로 대체됐다.

    이같은 눈부신 변화에도 불구하고 라디오는 여전히 ‘올드 미디어’로 추억되고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 한결같이 청취자들의 귓가를 지키고 있는 DJ들이 ‘라디오스타’로 추앙된다.

    이제는 가수보다 ‘디스크자키’라는 직함이 익숙한 그룹 송골매의 리더 배철수는 ‘라디오스타’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DJ 중 한 명이다. 그가 진행하는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연출 정홍대)는 오는 17일로 7000회를 맞는다.

    지난 1990년 3월 19일 첫 전파를 쏘아올린 이 프로그램은 19년동안 37번의 개편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딥퍼플, 메탈리카, 어셔,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좀처럼 접하기 힘든 해외 톱스타들이 출연해 자리를 빛냈으며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와 김태훈, 배칠수, 전주현, 유영진, 이무영 감독 등이 고정 게스트로 출연했다. DJ 배철수는 프로그램 첫 연출자였던 MBC 박혜영 PD와 웨딩마치를 울리기도 했다.

    이쯤되면 배철수에게 있어 라디오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진다. 배철수는 “나에게 라디오는 직업이자 놀이, 취미생활 등 여러 가지가 뒤섞여 있다”며 라디오 예찬을 늘어놓았다.

    “제가 좋아하는 팝음악을 매일 두 시간씩 꼬박꼬박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마음껏 얘기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있을까요. 좋은 음악을 사람들에게 소개시켜주고 청취자들도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음악을 추천하지요. 때로는 다른 분들에게 미안해지기도 해요.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도 되나 싶은 마음에...대신 초년 고생이 심했으니 나이 들어서 조금 편하게 살아도 되지 않나 위안하곤 하지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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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초 방송 공백…가장 아찔한 방송사고

    배철수는 ‘음악캠프’를 진행하기 전 1980년 ‘젊음의 찬가’라는 프로그램으로 라디오와 첫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당시 록음악에 심취했던 그는 유행하던 디스코 음악을 외면하다 결국 6개월만에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 ‘배철수의 음악캠프’로 다시 라디오 부스에 앉은 그는 가요 일변도의 라디오 프로그램 속에서 고집스레 팝음악을 전달하며 ‘음악캠프’를 국내 대표적인 팝음악 전문 프로그램으로 키워왔다. 이는 팝이 특정지역 산물이 아닌 세계적인 문화라는 배철수의 소신이기도 하다.

    “모짜르트나 베토벤의 곡을 전세계인이 듣는 것처럼 20세기 팝은 세계인의 문화입니다. 아무리 폐쇄적인 나라여도 비틀즈의 음악 한두 곡 정도는 들어봤을 겁니다. 영어를 세계어로 배우듯 팝음악도 같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19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만큼이나 좋은 음악에 대한 그의 기준도 융통성을 지니게 됐다. 과거에는 DJ와 스태프들 위주로 선곡했다면 최근에는 대중의 취향을 반영해 빌보트 차트 순위에 오른 곡들도 종종 전파를 타고 있다.

    “유명맛집이나 인기있는 영화는 무조건 안 보는 사람 있지 않습니까. 저도 과거에는 그런 경향이 있었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생각이 바뀌었지요. 대중이 100% 맞는 것은 아니자만 전문가라고 대중의 선택을 우습게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을요.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청취자인걸요.”

    오랜 시간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에피소드도 셀 수 없이 다양하다. 그는 지난 20년동안 단 한번도 저녁 약속을 잡지 않았으며 저녁은 주로 MBC 구내 식당을 이용했다. 의외인 것은 방송사고는 지난 2000년 단 한 번뿐이라는 점이다.

    “사실 저는 외모와 달리 굉장히 섬세한 사람이라 19년동안 단 한번도 방송에 늦거나 펑크를 낸 적이 없어요. 그런데 2000년 딱 한 번 방송사고를 낸 적이 있지요. CD를 고르다가 방송시작 시간을 놓쳐버린 것이지요. 결국 28초간 방송이 나가지 못했어요. 상황을 파악한 뒤 시그널 음악이 담긴 CD를 CD플레이어에 걸기까지의 10초가 제 인생에서 가장 긴 10초였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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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스타’의 라디오 사랑법은…

    배철수는 얼마전 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했다. 그가 출연한 ‘무릎팍도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가 선정한 ‘2008 올해의 좋은방송’ 부문에 선정됐으며 방송 뒤 '음악캠프'에 10대 청취자가 늘어나는 기현상을 빚기도 했다.

    “사실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을 종종 즐겨보곤 해요. 이번에 ‘무릎팍도사’ 출연으로 느꼈지만 현재 영상매체가 미디어의 맨 앞에 서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제 프로그램의 청취자가 몇 명이라도 늘 수 있다면 저는 또 예능 프로그램에 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배철수는 21세기는 라디오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멀티태스킹의 시대, 영상보다 소리로 호흡하는 라디오가 시대를 지도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앞으로 모든 미디어는 영상매체와 음향매체 두가지만 남을 것입니다. 지금은 여러 종류의 영상매체들이 우위를 다투고 있어서 어떤 종류의 영상매체가 남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음향매체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리라는 것은 확신해요. 좋은 음악을 틀고 청취자들의 좋은 사연을 소개하는 것. 그게 라디오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라디오의 가장 큰 매력으로 소통을 꼽았다. 경쟁이 일상화된 21세기, 요란한 영상언어보다 소박하면서도 단순한 라디오가 인간의 감성에 가장 잘 들어맞을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라디오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다.

    “지난 칠천회 방송 중 적어도 육천구백오십회는 행복하게 방송했습니다. 방송 십초 천 시보가 땡 울린 뒤 시그널 음악이 울릴 때 기분좋은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긍정적인 사고를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제 방송을 듣는 분들에게 적어도 하루 세 번은 피식하는 웃음을 안길 수 있게 만들어 드리려고 했습니다. 늘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이 사회 속에서 누구나 다 긍정적인 사고를 전파시키는 건 아닌데 청취자들이 저희 방송을 통해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아진다면 얼마나 뿌듯합니까. 이것이 바로 라디오만의 매력이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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