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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개척 분야’를 일구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 입에 회자되는 인기 드라마.
과거 인기 드라마가 소위 ‘아줌마들의 입’을 통해 회자되었다면, 최근엔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의 글과 댓글들을 통해 회자되고 있다.
특히 네티즌들은 대박 드라마들의 포스터를 이용해 각종 패러디 물을 만들어 내며 제 2, 제 3의 화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 톱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신작 드라마들은 드라마 방송에 앞서 포스터를 공개하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한껏 부풀어 오르게 한다.
이처럼 최근 드라마와 포스터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인기 드라마를 떠올리면 자동적으로 포스터 이미지도 떠오를 정도다.
그렇다면 이런 드라마 포스터는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아마 포스터 이미지는 쉽게 떠올라도 포스터를 만드는 이는 쉽게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Funny PD(Photographer+Designer)의 윤정확 실장.
윤 실장은 SBS ‘아내의 유혹’, ‘조강지처클럽’, ‘온에어’, ‘쩐의 전쟁’, ‘내 남자의 여자’, KBS ‘미워도 다시 한 번’, ‘엄마가 뿔났다’ MBC ‘대장금’, ‘다모’, ‘내 이름은 김삼순’, ‘인어 아가씨’ 등의 포스터를 제작한 드라마 포스터계의 마이더스의 손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흥행작 드라마 포스터를 대부분 제작했지만 그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 숨겨진 인물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윤 실장은 당연한 결과라고 잘라 말했다. 영화 포스터가 영화 홍보는 물론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데 비해 드라마 포스터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화 포스터는 그 자체로도 소장가치가 있을 정도로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고 있어요. 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드라마에는 그런 개념이 희박했죠. 제작진이나 주연 배우들도 포스터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열악하고 촉박한 제작 현실도 한 몫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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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확 실장에 따르면 제작사나 방송사는 ‘감히’ 드라마 포스터를 만들 엄두를 내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포스터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것이 태반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광고 포스터의 시초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에 광고주들을 위한 드라마 설명 자료를 보내는 것이었다고.
윤실장은 드라마의 기획의도, 간단한 줄거리와 함께 주연배우의 ‘반듯반듯한’ 증명사진을 첨부해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이후 드라마 포스터는 각 방송사 사보에 신작 드라마 안내 코너에 사진과 글을 함께 싣는 형태로 발전해갔다.
‘대장금’으로 대반전그러다 드라마 포스터가 지금의 형태를 띠게 된 것은 윤정확 실장의 아이디어 때문.
2000년대 초반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 한국 영화가 르네상스를 맞이하면서 영화 포스터도 덩달아 주목을 받게 되자 윤 실장은 본격적으로 드라마 포스터 제작을 시도했다.
“모 방송사 홍보팀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당시 드라마 스틸 컷은 사보에만 몇 장 활용되는 정도였어요. 하지만 드라마 포스터를 제대로 만들어 바람을 일으키면 홍보에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특히 영화 포스터 촬영 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주목을 받는 것을 보고 성공을 확신 했어요”
하지만 윤 실장의 계획은 생각만큼 진척되지 않았다.
원톱, 혹은 투톱으로도 촬영 가능한 영화 포스터와는 달리 드라마 포스터는 극 중 인물 대부분을 등장시켜야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작사나 방송사의 마인드는 더욱 그랬다.
포스터의 퀄러티와 소장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드라마 포스터는 홍보에 적극 활용되지 못했고, 현장에서도 포스터 촬영을 왔다고 하면 그리 반기지 않는 일도 계속됐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2003년 MBC ‘대장금’의 포스터가 주목을 받으면서 드라마 포스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BestNocut_R]
“사실 ‘대장금’ 포스터는 모험이나 다름없었어요. 기존 포스터의 실패를 거울삼아 ‘대장금’ 때는 중견배우들을 과감히 빼고 이영애씨 원톱으로 포스터를 제작했죠. 원톱이 주는 강렬함이 사람들에게 어필한 것 같아요. 이를 계기로 극 흐름도 중요하지만 주인공이 누구냐, 주인공의 가치에 대해 재고되는 계기가 됐어요”
‘인터뷰 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