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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2007년까지 지난 5년 동안 제작비가 무려 100% 올랐습니다. 하지만 광고료는 동결됐고 심지어 광고마저 붙지 않는 상황이라 외주제작사는 물론 방송국마저 도산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드라마 제작시장의 위기징후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방송드라마 PD협회(회장 이은규 전 MBC 국장)가 한국 드라마 위기론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후속대책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드라마 PD협회는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지상파 방송 3사 출연 배우 출연료 상한선 문제와 드라마 편성 72분 이내 방영 문제 등 드라마 위기 개선책에 대한 방송 3사의 결의안을 공개하고 향후 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은규 PD협회장은 “2003년 드라마 ‘대장금’이 회당 1억 3천만 원에 제작된데 반해 2007년 방송된 ‘주몽’은 회당 2억 6천만원의 제작비가 들었다”라고 밝혔다. 드라마 제작비에 거품이 끼었음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예다.
드라마 PD협회는 제작비 인상의 가장 큰 요인으로 배우․연출자․PD등의 몸값 인상과 광고료 동결을 들었다. 협회는 “‘겨울연가’ 등 한류열풍으로 배우들의 몸값이 인상되면서 제작비도 덩달아 껑충 뛰었다. 제작비 인상요인의 70-80%는 배우들의 몸값 상승이 주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또 지난 5년 동안 광고료는 동결됐으나 드라마 제작비용은 끊임없이 인상되면서 결국 광고료가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태로까지 번진 것도 주요요인으로 꼽고 있다. 설상가상 경기침체로 광고 수주율이 떨어지면서 드라마 제작시장은 겉잡을 수 없는 상태로 치닫게 됐다는 것.
SBS의 김영섭PD는 “한류열풍으로 광고가 완판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 제작시장은 점점 커져가고 광고비는 동결됐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광고가 붙지 않자 방송사 측에서는 광고가 잘 팔리는 (한류스타 출연)드라마의 편성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질 나쁜 드라마를 양산하는데 일조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협회는 이 외에도 한류열풍만을 노린 외주제작사의 기획력 부재, 고질적인 배우 끼워팔기등을 드라마 위기론의 주범으로 꼽았다. 이은규 협회장은 “한류열풍은 외주제작사로 하여금 한류스타를 위한 드라마 제작에만 열중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한류란 드라마와 작품 속 캐릭터 등 모든 사항이 일치될 때 소위 말하는 ‘대박’이 터지는 건데 이제는 한류스타를 먼저 캐스팅한 뒤 그에 맞는 드라마를 제작하다보니 ‘쪽박’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한류스타 위주의 드라마 제작 현실을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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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우선 드라마 제작비를 2005년 수준으로 돌리겠다는 결의안을 밝혔다. 이은규 협회장은 “현재 기준에서 볼 때 드라마 제작비는 2005년 수준이 적정선으로 보인다. 그 이상 제작비가 오른다면 드라마 제작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논의한 배우 출연료 1500만원 상한선 제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모습이다. MBC 이창섭PD는 “출연료 제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제작비가 안정될 경우 제작비의 일정부분을 출연료로 제시하는 등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협회는 또 사태가 이렇게 되기까지 방관한 방송사 입장에서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협회는 “외주제작사가 스타배우나 PD, 작가를 앞세운 기획안을 들고 오면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 드라마를 잡지 않을 경우 경쟁사로 가는 것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잡을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협회 차원에서 제작비가 일정 부분 오버되는 제작사의 작품을 보이콧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BestNocut_R]
KBS 이강현 PD는 “사측은 당장의 이익만을 앞세워 광고가 안 붙는 단막극을 폐지했다. 하지만 단막극은 차세대 한류스타 및 스타PD의 산실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며 “방송 3사는 내년 봄, 각 사에 단막극의 부활을 건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 방송드라마PD협회는 오는 12월 1일 오후 3시 목동 방송회관 3층에서 TV드라마 위기와 출연료 정상화에 관한 세미나를 가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