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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체험한 ‘1박2일’ “진짜 야생 버라이어티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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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체험한 ‘1박2일’ “진짜 야생 버라이어티 맞네”

    • 2008-11-0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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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해피선데이-1박2일’ 강원도 인제 혹한기 대비훈련편 현장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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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stNocut_L]시작은 KBS 홍보팀에서 보내온 한 줄의 문자였다. 때는 2008년 10월 28일 화요일 밤 10시에 가까운 시각이었다.

    “10월 31일 KBS ‘해피선데이-1박2일’ 현장공개합니다”

    고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귀가 중 이 문자를 받은 기자는 고민했다. “KBS 홍보실에서 장난 문자를 보냈을 리는 없을텐데...진짜 ‘1박2일’이 현장공개를 한단 말이야?”

    의심이 많은 기자는 다른 동료기자들에게 확인 메시지를 보냈고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만큼 ‘1박2일’팀은 ‘프레스 언프렌들리’하기로 유명하다. 방송을 시작한지 1년, 그동안 현장 취재를 요구한 적은 많았지만 “낯선 이가 있으면 연기자들이 어색해한다”는 이유로 단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생뚱맞은’ 문자에 기자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현장공개 장소가 강원도 인제라는 것. 홍보팀에서는 “매우 추우니 오리털 점퍼, 목도리, 털장갑, 내의 등을 필히 지참하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수근댔다. “이거...안티성 기사에 대한 제작진의 보복이 아닐까?”

    그렇게 의심과 의혹으로 버무려진 취재기자단의 1박 2일 체험이 시작됐다.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고 있는 이명한 PD는 현장공개 직전 “취재기자단에게 야생 버라이어티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혀 기자들의 의심을 현실화시켰다. 때마침 현장공개 날이었던 10월 31일 아침에는 전국에 추위를 재촉하는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1박 2일 동안의 고생문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순간이었다. 기자가 체험한 ‘1박2일’을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10월 31일

    AM 7시: 기자 및 연기자들의 집합 시간. 물론 이 시간에 도착할 만큼 부지런한 기자는 몇 명 되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기자도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이들 중 한 명이다. 후에 비교적 일찍 도착한 다른 기자의 말을 빌면 리더 강호동은 벤에서 촬영장에 세팅되기를 기다리며 대본을 손에 놓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인터뷰 시간에 강호동에게 목격담을 전하니 “왜 하필 그런 모습을 보셔가지고...”라며 부끄러워했다.

    AM 8시 30분: 제작진, 연기자, 기자단이 촬영장소인 KBS 공개홀에 얼추 모였다. 제작진은 연기자들에게 이례적으로 풍성한 모닝 뷔페를 선사했다. 눈이 휘둥그레진 연기자들 “이게 웬 떡이냐”며 아침상에 달려든다. 이 모습을 보며 이명한 PD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오늘 고생 좀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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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 10:00: 아침식사를 먹은 기자들은 버스로 이동했다. 주의사항 및 촬영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30분이 지났는데도 버스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10시 45분 께 차에 올라탄 이명한 PD가 사과의 말을 전했다. “아침식사를 먹은 뒤 연기자들이 커피를 마시고 싶어해 제작진의 신용카드를 손에 들려 커피숍에 보낸 모습을 촬영하느라 늦게 됐다”는 것

    이명한 PD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특성상 짜여진 대본대로 순차적으로 촬영이 진행되지 않는다. 항상 돌발 상황이 생기는데 커피숍 신도 당초 예정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나저나 웬 커피숍? 알고 보니 이 날 촬영 컨셉트가 ‘혹한기 대비훈련’이란다. 그동안 부산 등 비교적 편한 장소(?)에서 대민접촉을 시도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오래간만에 ‘1박2일’ 특유의 고립된 장소에서 야생 버라이어티의 진수를 누리겠다는 포부다. 아침식사를 잔뜩 먹인 것도, 비싼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준 것도, 상당히 고급스러운 리무진 버스에 태운 것도 후에 고생할 것을 염두에 두고 미리 기름칠을 해둔 것이다. 그나저나 기자들은 무슨 죄가 있어 혹한기 훈련인가...우리에게도 말 좀 해주지.

    AM 11:00 버스 출발. 아침 7시부터 모이느라 피곤했던 기자들은 취침모드다. 앞에 가는 리무진 버스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났을까. 궁금증은 방송을 통해 풀 것.

    PM 1:00 국도변 휴게소 도착. 이곳에서 제작진과 취재기자들은 간단한 식사를 마쳤다. 연기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명한 PD는 “연기자들이 아침을 잔뜩 먹어서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기자는 “MC몽은 식사를 하고 싶어 했는데 제작진이 만류했다”는 목격담을 전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PM 2:30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일찍 촬영장소인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서리 내린천에 도착했다. 이곳은 여름이면 래프팅으로 유명한 곳. 전방에서 군복무를 했던 남성들에게는 잊지 못할 ‘군대’의 추억이 담긴 곳이기도 하다. 버스에서 내리니 서늘함을 담은 맑은 공기가 뺨 끝을 감싸듯 스쳐간다. 이명한 PD는 생각보다 춥지 않다며 서운한 눈치다.

    차에서 내린 연기자들은 점심을 굶어 허기진 표정이다. 장난이 심한 MC몽은 벌써 라면을 끓여 먹는다며 설레발이다. 냄비 가득 끓인 라면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였을까.

    PM 3:30 라면을 먹은 뒤 가벼운 공놀이로 몸을 푼 연기자들을 위해 제작진은 트럭을 준비했다. 더 놀고 싶어 하는 연기자들을 향해 제작진은 냉정하게 “해 떨어지기 전에 촬영해야 해요”라고 일침을 놓는다. 진짜 고생문 돌입!

    PM 4:00 촬영지는 인적이 드문 산골의 폐가. 말이 폐가지 흉가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흉흉하다. 변변한 화장실도 없고 심지어 전화도 안 터진다. “대체 볼일은 어디서 보냐”고 항의하는 은지원에게 나영석 PD는 “아무데서나 보시면 됩니다”라고 답한다. 은지원 왈 “내일 아침엔 이 주변이 다 똥밭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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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술 더 떠 연기자들은 ‘집 안’에서 잘 수조차 없다. 집은 제작진이 사용하고 연기자들은 잘 집을 스스로 마련하란다.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가려는 찰나, 나영석 PD가 “방한복을 준비했다”는 당근을 던진다. 방한복의 종류는 총 4가지. 속칭 ‘깔깔이’라고 불리는 군용 방한 내피. 올인원. 두터운 점퍼 2종류. 그렇지만 그냥 순순히 방한복을 내 줄 ‘친절한’ 제작진이 아니다. 이번에도 ‘복불복’이다. 제작진이 이기면 제작진이 제공하는 옷을 입어야 하고, 연기자들이 이기면 연기자들이 원하는 옷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날의 복불복 과제는 단체 줄넘기다. 강호동이 잔꾀를 부린다. 단판승부를 보되 연기자들이 이기면 연기자들 뜻대로 하자는 것. 나영석 PD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결과는 제작진의 승리. 이번에는 강호동을 제외한 김C, 은지원, 이승기, MC몽, 이수근 등 다른 멤버들이 반발한다. “강호동은 우리의 대표가 아니라는 것” 후배들의 집단 반발에 복불복마저 진 강호동은 이 날 유난히 짖어대는 상근이에게 괜한 화풀이다. “조용히 좀 해 싸라, 니 때문에 정신없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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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M 5:00 결국 줄넘기에서 패한 연기자들은 제작진이 제공한 올인원을 받아들었다. 이 올인원은 작가들이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벌 당 2만 5천원에 구입한 것. 연기자들은 “옷 무게가 5Kg에 달한다”라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쨌거나 옷을 갈아입은 뒤 집짓기 시작. 제작진이 미리 숨겨놓은 비닐을 발견한 연기자들. 비닐하우스를 만든다고 뚝딱댄다. 집짓기의 일등공신은 당연 이수근이다. 웃기기만 빼고 뭐든 잘한다는 그는 맥가이버 뺨치는 손놀림으로 뚝딱댄다. 제작진은 “이수근이 없으면 ‘1박2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의 공로를 높이 샀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니 추위가 엄습해 왔다. 옷을 네겹이나 껴입은 기자도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나영석 PD는 “비닐을 쳐도 하우스 안과 밖의 기온 차가 거의 없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하지만 이명한 PD는 “영하권도 아니고...이정도 추위는 뭐...”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감독님...일단 기자들이 얼어 죽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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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M 6:00 추위 때문에 2-3시간은 지났을 것 같은데 고작 1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단다. 그 새 비닐하우스는 제법 집다운 모양새를 갖췄다. 다른 연기자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집을 짓는데 약삭빠른 MC몽은 기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몸을 피했다. 그가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자 이명한 PD는 내기를 제안했다. “네가 내 이마에 땀을 흘리게 하면 군고구마 2개를 주마” 갑자기 승부욕에 불탄 MC몽이 열의를 보이기 시작했다. 땔감이 될 만한 것들을 주워오더니 불씨를 향해 마구 부채질이다. 그의 노력에 불길이 훨훨 타오르자 “나 오리지널 강남 출신이야”라고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하지만 불 붙이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잘 타는가 싶더니 이내 불길이 죽어버렸다. 당황한 MC몽, 그는 과연 고구마를 얻을 수 있었을까.

    PM 7:00 기자단은 식사를 하러 산 밑으로 내려왔다. 그 사이 연기자들은 집을 짓고 저녁식사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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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M 9:00 식사를 마친 기자들이 산 위로 올라가니 연기자들은 밥짓기에 한창이다. ‘홀짝게임’, ‘쌍쌍바 한 번에 떼기’, ‘신입PD와 꿀밤 맞추기’, ‘한 번에 성냥켜기’, ‘헐렝이 5번 차기’, ‘티슈 7번 물기’ 등 듣기에도 난해한 6게임을 치러낸 이들은 제작진으로부터 양파, 감자, 당근, 카레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돼지고기와 숟가락을 얻지 못해 각자 개성에 맞게 식사를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정통 인도풍을 주장한 김C는 손으로 밥을 버무려 먹었다. 이승기는 쌍쌍바의 막대로, 은지원과 MC몽은 물병뚜껑으로 해결했고 강호동은 밥을 후르르 삼킨다. 이승기는 카레에 소금을 넣었다고 구박받았고 은지원은 떨어진 돼지고기를 훔쳐 PD의 눈총을 받았다. 하지만 어떠랴, 밥만 맛있으면 됐지.

    분위기가 좋자 이명한 PD가 돌발제안을 했다. 12시에 예정된 인터뷰를 지금 이 자리에서 하자는 것. 연기자들이 다소 어색해 하자 나영석 PD는 “여러분들이 원하면 카메라를 끄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기자들에게 첫 번째 질문을 받는 사람에게는 숟가락과 김치를, 두 번째 질문을 받는 사람에게는 둘 중 한가지를 제공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이에 연기자들 역시 흔쾌히 수락했다.

    기자들은 잠시 동요했다. 누가 먼저 어떤 질문을 해야하나? 결국 첫 번째 타깃은 MC 강호동으로 정해졌다. 첫 질문부터 세다. “강호동 씨, 유재석 씨와의 비교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숟가락과 김치를 얻게 됐다는 환호도 잠시. 강호동의 표정에는 긴장이 역력했다. 그는 특유의 “(기자) 선생님요-그게 비교가 가능합니까? 호동이는요”라며 귀엽게 얼버무리려 했다. 이에 동료 연기자들 “평소 우리에게 하던대로 해, 유재석 죽이고 싶다고”라며 대답을 촉구했다.

    “유재석 씨와 비교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것 아닙니까. 유재석 씨는 천재성과 노력을 동시에 지닌 이 시대 진정한 MC입니다. 저는 부족하기 때문에 노력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강호동의 진지한 대답에 멤버 중 누군가 “유재석 씨를 존경합니까”라고 물었다. 강호동은 잠시 생각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이내 “좋아합니다”라며 그답게 대답했다. 그나저나 갑작스런 인터뷰에 당황한 강호동은 김치와 숟가락을 얻었는데도 결국 식사를 끝까지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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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M 11:00 인터뷰를 마친 기자단은 일단 산 밑으로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연기자들은 호떡 복불복을 마친 뒤 12시에 산 밑에서 기자단과 인터뷰를 가지기로 했다.

    PM 12:00 촬영을 마친 연기자들이 내려왔다. MC몽은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로 직진, 이승기는 그답게 머리를 감고 화사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삼겹살에 소주를 기울인 술자리가 시작되자 연기자들은 슬슬 강호동 옆을 피한다. 이수근이 5분, MC몽이 10여분 정도 그의 옆자리를 지키다 이내 다른 자리로 몸을 피했다. 이유인 즉 “강호동은 술에 취하면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한다”는 것. 그나마 이승기가 30여 분 정도로 길게 강호동 옆에 앉아있었다. 아마도 꽃미남 이승기에게 여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졌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추측이 들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야외에서 술 한잔씩 돌자 연기자들도 진솔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강호동은 “15년 만에 모래바닥을 밟은 백령도에서의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2시간에 걸친 이 날 인터뷰는 다음 날 촬영일정 때문에 아쉽게 마무리됐다. 멤버들은 기존 7시에서 한시간 늦은 8시로 기상시간이 미뤄졌다.

    11월 1일

    AM 9시: 8시 무사히 기상한 멤버들이 아침을 먹으러 내려왔다. 전날 과음과 추위에 시달렸을 법한데도 표정은 밝았다. 나영석 PD는 “사실 추운 것 빼고는 그다지 힘든 촬영은 아니었다”고 귀띔했다. 고봉으로 얹은 밥을 맛있게 먹는 그들의 모습에 식사를 마친 기자는 다시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AM 10시 30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인제를 떠나야 할 시간. 멤버들은 이 시간 고기잡이에 한참이란다. ‘1박2일’의 ‘1박’만을 체험했음에도 삭신이 쑤시기 시작했다. 매 주마다 이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제작진과 연기자들의 노고가 온 몸의 통증을 통해 전해져 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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