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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천의 얼굴을 지녀야 한다.”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명제다. 하지만 매 작품마다 ‘천의 얼굴’로 임하기는 쉽지 않은 법. 회 당 기천만원을 받는 배우들의 천편일률적인 표정을 TV에서 접할 때면 종종 짜증이 일 때도 있다.
전예서는 대중에게 이름을 널리 알린 배우는 아니다. 그러나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녀가 왜 유명세를 치르지 못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매 작품마다 너무나 다른 얼굴로 등장하는 그녀를 알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예서는 얼마 전 종영한 KBS 1TV 소설 ‘아름다운 시절’에서 여주인공 오향숙 역을 맡았다. 그가 맡은 오향숙은 어릴 때부터 천재소리를 들으며 1등을 도맡아 한 춘천 지역의 인재. 집안 형편에 못이겨 여상에 들어가지만 오빠의 등록금을 훔쳐 도망간 뒤 7년 후 딸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다방레지가 되는 기구한 팔자를 지녔다. 하지만 미스코리아 미에 도전한 그녀에게는 또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TV소설 ‘고향역’, 사극 ‘불멸의 이순신’ 등에서 고전적인 단아함을 펼쳤던 전예서는 이번 작품에서는 표독한 악녀 연기를 펼쳐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전예서가 연기한 오향숙은 단순한 악역은 아니다. 한국 근대사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자신의 운명을 온 몸으로 극복한 우리네 여인들의 지난한 삶의 몸부림이 전예서의 연기로 체화돼 시청자들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아름다운 시절’은 ‘고향역’에 이어 두 번째 TV소설이었어요. 처음 이 작품에 들어가면서 8개월 동안 ‘이제 죽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역할에 동화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향숙이라는 역할 자체가 기복이 심한 인물이라 저 역시 한동안 우울증에 걸렸어요.”
놀라운 것은 ‘아름다운 시절’이 끝난 뒤 전예서의 변신이다. 그녀는 ‘아름다운 시절’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MBC 시즌드라마 ‘라이프특별조사팀’에 특별출연했다. 단 두회 특별 출연이었지만 ‘미저리’를 연상케 하는 그녀의 연기에 많은 시청자들은 “소름이 쫙 끼쳤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아름다운 시절’과 ‘라이프특별조사팀’을 마친 전예서는 특별한 모습으로 시청자들 곁을 찾아갔다. 전예서는 최근 SBS 주말 극장 ‘행복합니다’에 투입돼 또다른 변신을 시도했다. [BestNocut_R]
“배우는 다양한 역할에 도전할 수 있어야 진정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때마 연기자 ‘전예서’가 아닌 드라마의 일원으로 보여질 때가 가장 행복하답니다. 이 다음에는 보다 활동적인 역할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이왕이면 제 단아한 모습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사극으로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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