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꾸준히 교도소를 찾아간 형사가 있다. 그 형사의 진심 어린 발걸음에 범죄로 얼룩진 삶을 살던 소년은 새 인생을 꿈꾸게 됐다.
바로 대구 남부경찰서 정홍구(47) 형사팀장의 이야기다.
정 형사가 당시 비행 청소년이었던 19살 김모 군과 인연을 맺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1996년.
형사계에 갓 발을 들인 정 형사는 밤낮없이 현장을 뛰어다니는 열혈 형사였다. 그런 정 형사의 눈에 비친 김 군은 다니던 학교를 중퇴하고 절도와 갈취를 일삼던 '문제아'였고, 처리해야 할 수많은 '사건' 중 하나였다.
정 형사의 손에 붙들려 처음 교도소를 경험한 김 군은 그 이후로도 교도소를 제 집인 양 수십 번씩 드나들었다. 그렇게 김 군은 전과 20범의 범죄자가 되었다.
정 형사는 자신의 손으로 김 군을 교도소에 집어넣었던 그때만 생각하면 후회와 아쉬움이 밀려온다.
"처음 구속할 때 김 군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게 미안하죠. 마음을 돌렸다면 그 친구가 더 이상 범죄의 늪에 빠지지 않았을 텐데 그게 늘 마음에 걸립니다."
친구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기 일쑤였던 불량 학생이었지만 정 형사는 김 군을 "근본 심성은 착한 아이"로 기억한다.
김 군은 어렵게 살아가는 홀어머니와 누나를 걱정했고 자신의 앞날을 고민했다. 정 형사는 그런 김 군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결정타는 교도소를 찾아간 정 형사에게 김 군이 던진 한 마디였다. 김 군을 보러 교도소 면회를 간 정 형사에게 김 군은 대뜸 "형사님 또 뭐 한 건 줄까요?"라고 말했다.
김 군은 정 형사가 자신을 구슬려 첩보 활동을 한다고 생각했다. 정 형사는 그때를 "부끄러웠던 순간"이라고 회고한다. 정 형사는 오해하고 있는 김 군에게 진심을 보여줘야겠다고 결심했다.
정 형사는 2000년부터 매년 거르지 않고 교도소를 찾아가 김 군을 만났다. 진심을 보여주자고 결심한 때부터는 한 달에 한두 번씩 꼬박꼬박 다녀갔다.
김 군을 대신해 몸이 아픈 노모를 돌보고 운전을 배우고 싶다는 김 군에게 시험 문제집을 챙겨줬다. 영치금과 편지도 수차례 넣어줬다. 그 끈질긴 정성에 김 군은 결국 마음을 열었다. 김 군은 어느새 정 형사를 '형님'으로 부르게 됐다.
15년의 옥바라지 생활 끝에 김 군은 2013년 출소했다. "길에 떨어진 10원짜리 동전도 줍지 않겠다. 떳떳한 모습으로 살아가겠다"고 정 형사와 약속했다.
그는 지금 목욕탕 청소일과 야채 장사를 하며 살아간다. 가끔씩 정 형사를 찾아와 곰탕 한 그릇을 먹는다. 정 형사의 노파심에 김 군은 "걱정하지 말아라. 앞으로 절대 나쁜 길로 가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정 형사는 동료 형사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한다. "범인의 마음을 체포하지 않으면 영구미제 사건이다"
범죄사건 처리도 중요하지만 범인의 마음을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정 형사는 믿고 있다.
"범죄자의 마음을 체포해 옳은 길로 이끌고 싶다"는 정 형사의 진심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