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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환 "'사람이 꽃보다…' 인기, 전혀 예상 못해"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가수 안치환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외치던 사나이. 90년대 청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주옥같은 목소리의 주인공이죠. 가수 안치환 씨가 10년 동안 작업한 신보를 들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앨범에는 무려 97곡이나 들어있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가수 안치환 씨 직접 만나보죠. 안치환 씨 안녕하세요?

[김현정의 뉴스쇼 전체듣기]

◆ 안치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정말 오랜만에 방송 인터뷰를 하시네요(웃음).

◆ 안치환> 그렇게 됐네요.

◇ 김현정> 안치환 씨가 원래 최신 트렌드와 거리가 먼 분인 줄은 제가 알고 있었습니다만, 남들은 지금 10곡 짜리도 아니고 한 곡으로 디지털 싱글을 내는 게 유행이잖아요?

◆ 안치환> 요즘은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안치환 씨는 자그마치 97곡을 담은 앨범을 내셨어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 안치환> 지금 이번 앨범은요. 10년 전에 제게 녹음실이 생겼어요.

◇ 김현정> 개인 녹음실이요.

◆ 안치환> 저만의 녹음 공간이 생겼고요. 그 전에 다른 녹음실에서 녹음할 때 보면, 몸이 컨디션이 안 좋거나 여러 상황이 안 좋은데 그냥 어쩔 수 없이 넘어갔던 녹음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중에 들어보면 조금 후회가 되고요. 다른 사람은 전혀 몰라도 저만이 알 수 있는 ‘저 부분 너무 아쉽다’ 이런 부분들이 많이 걸리는 노래들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밴드들을 호출했어요. ‘모이자.’ 그리고 이제부터 우리가 만나서 하는 일에 대해서 서로 ‘나한테 아무도 묻지 마’, ‘그냥 모여서 내가 하자는 대로 하자’.

◇ 김현정> 밴드들한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모여라. 모여서 이제부터 우리 옛날의 그 아쉬웠던 그 부분 다시 하자'라고 했을 때 모두 그냥 선뜻 오케이를 했나요?

◆ 안치환> 그때 한참 유행하던 말이 '묻지마 관광' 그런 거였거든요.

◇ 김현정> 10년 전에요(웃음).

◆ 안치환> (웃음) 우리는 묻지마 녹음을 하자

◇ 김현정> 묻지마 녹음이라니 멋있습니다. 안치환과 자유. 그렇게 해서 한 곡, 한 곡 10년간 모은 이 노래들이 이번에 주옥 같은 앨범으로 나온 건데요. 보니까 신곡이 딱 한 곡 있어요?

 



◆ 안치환> 제 노래 주제가 하나는 사람의 마음에 항상 지속될 사랑의 문제. 또 하나는 인생, 삶의 문제. 또 하나는 저항의 문제. 이러한 세 가지 분류로 나누는데요. 저항의 문제에 있어서 하나 아쉬운 뭔가가 있었어요.

◇ 김현정>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

◆ 안치환> 네. 그때 제가 마음속으로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 하나의 단어였었습니다.

◇ 김현정> 그게 뭡니까?

◆ 안치환> 그것은 현대사회에서도 그렇고요. 지금도 그렇고 또 앞으로도 그 어떤 사람들에게 가장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되고,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는 그런 단어. 그 단어가 '빨갱이'라는 단어입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해서 나온 노래가 제목이 아예 빨갱이예요. 이건 사실은 방송에서 제가 이 제목을 말하는 것조차 껄끄러울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는 일종의 금기어거든요.

◆ 안치환> 그래요. 금기시되는 말이죠.

◇ 김현정> 그런데 이것을 내뱉는 순간 뭔가가 달라집니까? 왜 이 노래를 꼭 불러야겠다고 생각하셨어요?

◆ 안치환> 누군가는 해야 될 이야기인데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은 숨기고 묻혀가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해야지 빨리 상처가 치유되지 않을까. 그런 아픔들이 없어지지 않을까.

◇ 김현정> 누군가를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낙인찍었던 그 과거. 그렇게 해서 우리가 극과 극으로 갈라져 있던 분열들을 어떻게 보면 드러내서 치유해보자는 말씀이신데요. 사실 안치환 하면 저항가수, 민중가수 이런 이미지가 강한데요. 독입니까, 득입니까? 본인한테는 어떤 의미인가요?

◆ 안치환> 글쎄요. 저는 굉장히 부드러운 사람입니다(웃음).

◇ 김현정> 부드러운 남자?

◆ 안치환> 제가 그 강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한쪽 반대편은 아름다운 서정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인간은 굉장히 단편적인 존재가 아니라서요. 아메바가 아닙니다.

◇ 김현정> 부드러운 남자, 안치환 씨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웃음). 신곡 빼고요. 이번 앨범에 담긴 곡들 중에 대중들이 좋아하는 곡은 또 따로 있을 거예요. 가수의 생각과는 다르게요. 대중들은 어떤 곡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으세요?

◆ 안치환> 그걸 판단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지금까지 열 몇 장의 앨범을 내면서 가끔 이건 그래도 다 같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런 예상들이 그렇게 맞은 적이 없어요.

◇ 김현정> 없어요?

◆ 안치환> 그리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같은 노래는요. 이 노래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을까란 의문은 있었지만 그 벽을 깨고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노래가 되어서. 그럴 때는 저도 굉장히 쾌감을 느끼는데요.

◇ 김현정> 아니 그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를 부를 때, 이 노래가 대중들한테 사랑을 받을 거라고 생각을 못하셨던 거예요? 그 히트곡이요?

◆ 안치환> 당연하죠.

◇ 김현정> 당연하다고요?

◆ 안치환> 그 노래는 가사가 빨리 돌아가서 입에 붙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일반 대중가요와 가사가 다르지 않습니까?

가수 안치환

 

◇ 김현정>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란 곡에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그런데 ‘내가 만일’ 같은 경우에는 안치환 씨한테 오기까지 좀 사연이 있었다면서요?

◆ 안치환> 그 노래가 4집이에요. 4집에서 제가 만든 앨범을 음반사에 가져다 줬어요. 그랬더니 ‘다 좋은데 안치환 씨, 방송에 틀 노래가 없어요. 방송에 틀 노래가. 3분 이내의 노래를 한 두 곡만 추가해주세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 김현정> 짧은 거 하나만?

◆ 안치환> 그래서 저는 자존심이 상하지만 알았다고, 시간을 좀 보내고 있었는데요. 그때 우연히 양진석이라고 하는...

◇ 김현정> 건축가 양진석 씨요?

◆ 안치환> 네. 건축하시면서 음악하는 분인 진석 씨를 만났는데 저한테 노래를 하나 들어보라고 하는 거예요. 자기가 누구한테 받았는데 직접 부르기에는 안 어울리고 제가 부르면 어울릴 것 같다고 했던 노래가 바로 ‘내가 만일’이에요.

◇ 김현정> 그러니까 4집에 막차 탄 노래군요.

◆ 안치환> 네. 양진석 씨가 좀 많이 속상해할 수는 있겠지만요(웃음).

◇ 김현정> 이렇게 히트할 줄은 몰랐을 거예요. 양진석 씨는그후에 연락 안 해 보셨어요?

◆ 안치환> 가끔 봤죠. 농담 삼아 너무 배 아파하지 말라고 했어요.

◇ 김현정> 옛날 얘기도 재미있고, 깊은 음악 이야기도 재미있네요. 97곡의 정말 정성껏 10년 동안 눌러 담은, 뭐라고 얘기해야 될까요. 묵은지 같은 음악, 진국 같은 음악으로 돌아오셨습니다.

◆ 안치환> 정말 삭히고 맛을 내서 만든 그런 앨범입니다. 그래서 만약 제가 지금 음악을 그만두더라도 정말 후회 없을 것 같은, 저로서는 그런 결과물입니다.

◇ 김현정> 여러분, 이 음반 여러분 기억하시고요. 찾아들어주시고요. 가을에 목소리 들으니까 더 좋았습니다.

◆ 안치환> 고맙습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안치환> 안녕히 계세요.

◇ 김현정> 가수 안치환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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