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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로 자기생각을 표현하다 보면 다소 과격한 표현은 쉽지만 애매한 상태를 묘사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로마의 시스틴 성당에 가면 미켈란젤로의 걸작벽화가 남아 있다. 천지창조를 비롯해 주변을 압도하는 작품이 벽과 천정에 가득하지만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성당이 지어진 지 오래돼 곳곳에 금이 가 있다.
이런 상태를 그냥 ''The wall was broken''이라고 말하면 시스틴 성당이 무너졌는지 놀랄 것이다. 역시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이런 표현에 우리가 약할 수 밖에 없다.
보통 금이 갔다는 말은 단단한 물체가 쪼개질 때 나는 소리인 ''crack''이라는 의성어를 이용해 ''The wall cracked''라고 하면 된다. 그 외에도 천 같은 것에 주름이 가 있으면 ''crease''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훌륭한 문장이 나온다.
석류나 호도 같은 견과류나 과일이 익어서 스스로 갈라진 모습은 ''It splits''라고 하면 된다. ''to split''은 한가지 물체가 조용히 갈라져 속이 살짝 보이는 모습을 묘사한 말이다. 이렇게 잘 부서지거나 갈라지는 물건은 워낙 딱딱하다.[BestNocut_R]
그런데 딱딱하다는 말도 함부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이 물건이 어떤 물건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만일 물건이 유연성이 없을 경우 ''rigid''라고 말하면 되는데 이를 그냥 딱딱하다라고 외우지 말고 경직되다, 꼿꼿하다 정도로 암기해두기 바란다.
또 ''hard''라는 말은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말인데 이 말은 너무 단단해서 다루기 어렵다는 뜻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딱딱하면 압력은 잘 견디지만 외부에서의 충격에 약할 수 밖에 없다. 즉 가만히 있으면 균열도 빈틈도 없는 유리 같지만 떨어지면 깨지는 ''fragile''이 되는 셈이다.
여러분도 다른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전하려면 ''rigid''한 사고방식을 버리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고 시대가 바뀌면 말도 변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공부하시기 바란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어질 수밖에 없고 고집은 기개나 절개가 아니라 미련함을 상징하는 것이 21세기가 가져온 변화이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