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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쥐약 살포에 애묘가들 "길고양이 다 죽을라" 반발



사건/사고

    아파트 쥐약 살포에 애묘가들 "길고양이 다 죽을라" 반발

    고양이 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서울 송파구의 A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김희경(47·여) 씨는 이달 초 엘리베이터에 붙은 공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공지에는 '아파트 단지 내 지하주차장과 하수구, 음식물쓰레기장 주변 층에 구서(쥐약 살포) 작업을 하니 협조를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 씨는 "다음 날 아침 11시부터 쥐약 살포를 하니 조심해 달라는 공지였는데, 내가 밥을 챙겨주는 길고양이들과 반려견들이 약을 먹고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해 쥐약 살포 이후 아파트 곳곳에서 죽은 채 발견된 고양이들의 모습이 김 씨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김 씨는 "청소하시는 분들도 지난해 쥐약을 뿌린 뒤 고양이 사체가 많이 발견되고 고양이 수가 줄었다고 하시더라"고 강조했다.

    동물이라지만,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김 씨는 당장 담당 구청과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쥐약을 설치하지 말라고 항의했다.

    김 씨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본 다른 고양이 애호가들의 민원까지 빗발치자 관리소 측은 쥐약을 한정된 장소에만 뿌리기로 했다.

    김 씨는 "관리소를 찾아가 쥐약의 위험성에 대해 전했더니 일부 쥐구멍에 쥐약을 넣고 막아버리는 식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며 "동물보호법 위반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아서 벌어지는 일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의 한 고양이 애호가 카페를 보면 김 씨의 경우와 비슷한 사례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대개 동물 애호가들이 구청에 계속해서 민원을 넣거나, 동물보호단체에 신고해 관리소 측을 설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동물 애호가들은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쥐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일부러 약을 놓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 동물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하남시의 한 마을에서 "길고양이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일부러 독을 섞은 쥐약을 여기저기 놓아 개와 고양이 십수 마리가 한꺼번에 죽은 사례도 있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쥐약을 살포하면 고양이, 개 같은 동물뿐 아니라 어린아이들도 치명적일 수 있어 동물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다수의 동물을 해하겠다는 '고의성'이 분명해야만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모호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동물자유연대 최희경 간사는 "(쥐약 살포로 동물들이 죽었다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이 가능하지만, 경계가 분명치 않은 건 사실"이라며 "쥐약 살포 목적이 쥐를 잡겠다는 것이라면 약을 어디에 어떻게 두었는지를 관찰해서 정당한 방법인지 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법을 둘러싼 아파트 측과 동물 애호가들 사이 입장차로 이들 간 웃지 못할 실랑이가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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