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긴 어게인'의 한 장면. (유튜브 영상 캡처)
영화 '비긴 어게인'의 기세가 어느 때보다 무섭다.
한 달 전, '명량'과 '해적'이 각축전을 벌이던 박스오피스에 모습을 비추더니 기어코 지난 23일 관객 250만을 넘겼다. 뿐만 아니다. 웬만한 대작들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박스오피스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쯤 되면 '비긴 어게인'이 '워낭소리'에 이어 다양성 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쓸 날이 멀지 않았다.
'비긴 어게인'이 여기까지 오는데는 관객들의 입소문 덕을 톡톡히 봤다. 관객들의 추천으로 영화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상영관도 점점 늘어났다.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마룬 파이브의 멤버 애덤 리바인의 출연도 득이 됐다. 마룬 파이브 멤버가 출연한다는 것 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등 국내에 잘 알려진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한 것 역시 흥행의 한 수였다.
무엇보다 존 카니 감독의 음악적 감수성이 제대로 통했다. '뉴욕 거리에서 앨범을 녹음한다'는 설정이 영화 속에 풍부한 음악을 담았고, 그것이 상처 입은 주인공들의 치유와 어우러져 따뜻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특히 이런 감수성은 세월호 참사 등으로 우울에 빠진 국내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힐링' 영화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거대한 스케일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피로를 느낀 관객들이 '비긴 어게인'으로 눈을 돌린 탓도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는 대개 화려한 볼거리에 비해 짜임새 있는 이야기가 부족한 탓에 관람 후, 긴 여운이 남기는 힘들다.
'비긴 어게인'은 이런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포진한 상황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잔잔한 감성과 밀도 있는 이야기로 승부수를 띄웠기 때문에 다른 매력을 찾는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세간에서는 '비긴 어게인'을 '아트버스터'(Artbuster)라고 부른다. {RELNEWS:right}
그러나 모든 다양성 영화들이 '아트버스터' 칭호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술성이 강한 영화가 블록버스터 영화 급의 흥행력을 가지면 비로소 '아트버스터'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당당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비긴 어게인'의 선전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비긴 어게인' 속에 블록버스터 영화를 뛰어넘는 다양성 영화의 매력과 새로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