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자 외계인 세계관을 가진 그룹 엑소.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스토리텔링 시대를 맞아 이야기의 힘이 가요계에서도 통한 것일까. 단순 콘셉트가 아닌 판타지 세계관으로 무장한 아이돌 그룹들이 등장하고 있다.
엑소(EXO)는 판타지 세계관으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아이돌 그룹이다.
엑소의 데뷔곡 '마마'(MAMA)의 뮤직비디오 초반엔 이들의 세계관이 자세하게 설명돼 있다. 마치 전설을 연상시키는 세계관의 내용은 이렇다.
전설이 '엑소 플래닛'에서 12개의 힘으로 돌보던 생명의 나무가 악의 기운으로 인해 심장이 말라간다. 전설은 나무를 둘로 나누어 숨겼는데 이 때 12개의 힘이 반으로 나뉘고 꼭 닮은 두 개의 세상이 만들어졌다.
반으로 나뉜 전설의 힘은 바로 각각 6명의 멤버로 구성된 엑소케이(EXO-K)와 엑소엠(EXO-M)을 뜻한다. 이들 12개의 힘이 하나로 합쳐지면 바로 완전체 엑소가 되는 것.
엑소의 세계관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멤버들이 여러 번 방송에서 말한 것처럼 각자가 맡은 초능력과 상징 기호도 있다.
설정 상, 이들은 '엑소 플래닛'이라는 행성에서 온 초능력자 외계인으로, 카이는 순간 이동을 맡고 루한은 염력을 맡았다. 세계관에 의해 엑소케이 멤버들과 엑소엠 멤버들의 능력은 서로 대응된다.
마토행성 외계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비에이피(B.A.P). (자료사진)
엑소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비에이피(B.A.P)도 외계인 세계관을 따르고 있다.
엑소의 세계관이 장엄한 판타지 영화라면 비에이피의 세계관은 유쾌한 애니메이션에 가깝다. 세계관을 설명하는 귀여운 토끼 캐릭터들에게서 이들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마토행성(마스크를 쓴 토끼 행성의 줄임말)에 살고 있던 마스크를 쓴 토끼, 일명 마토끼들은 으악새의 울음소리를 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으악새의 멸종으로 6명의 대원들이 대체 에너지를 구하기 위해 우주 탐사를 떠나게 된다. 지구에 불시착한 이들은 지구인의 함성소리가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돌로 데뷔하게 된다.
이야기 속 6명의 대원들은 바로 비에이피의 멤버들이다. 마찬가지로 각 멤버를 상징하는 마토끼 캐릭터가 있으며 방용국은 전쟁광, 젤로는 로봇, 대현은 닌자, 영재와 종업은 엘리트 대원, 힘찬은 대장을 맡았다.
'짧은 치마', '단발머리' 등으로 2연속 히트하며 대세 걸그룹으로 떠오른 에이오에이(AOA) 역시 판타지 세계관으로 유명하다.
그룹명인 에이오에이(AOA)가 'Ace Of Angel'의 약자인 것처럼 8명의 멤버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들로 소개된다.
천사 세계관을 가진 에이오에이(AOA). (공식 홈페이지 캡처)
데뷔곡인 '엘비스'(ELVIS)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하늘에서 지상으로 떨어진 멤버들의 모습이 나온다.
8명의 천사들은 천국에서 모여 살다가 호기심에 인간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 지상에 떨어진다. 엑소나 비에이피처럼 상징 기호나 캐릭터는 없다. 그러나 데뷔 초 멤버 소개를 보면 각자 천사명이 존재하고, 하프와 뮤트, 유리잔 연주 등을 좋아한다는 자세한 설명까지 들어가 있다.
이 같은 세계관은 아이돌 그룹의 춤과 노래 가사, MD 상품 등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엑소의 '늑대와 미녀' 도입 부분엔 멤버들이 서로의 몸을 엮어 완성하는 '생명의 나무' 춤이 있고, 비에이피는 마토끼 캐릭터를 공식 응원봉으로 제작했다.
에이오에이의 경우, 섹시 콘셉트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천사 걸그룹'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