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링 뮤지엄 인 스페이스
지난 1일 문을 연 아리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의 개관전 'REALLY?'의 주제는 보존과 창조다.
(주) 아라리오 그룹 김창일(63) 회장은 천재 건축가 고 김수근(1931~86)이 77년 완성한 공간 사옥을 지난해 150억원에 인수했고, 9개월간의 리뉴얼을 거쳐 뮤지엄으로 탈바꿈시켰다. 공간 사옥은 50년 미만인 건물로는 이례적으로 올 2월 등록문화재(제586호)로 지정된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건축물이다.
이전에 개인·사무공간으로 쓰인 크고 작은 방과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낮고 좁은 나선형 계단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벽면의 칠은 벗겨졌고, 장판은 빛이 바랬다. 하지만 건물을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했다. 벽과 바닥에 박힌 붉은 벽돌은 물론 싱크대와 세면대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더 이상 쓰지 않는 콘센트도 없애지 않았다.
대신 공간 곳곳에 현대미술품을 전시했다. 개관전은 김창일 회장의 컬렉션 3700여점 가운데 43명 작가의 작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건축물의 역사적 가치에 현대미술의 문화적 가치를 더해 대중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으로 꽃 피운 것이다.
마크 퀸 '셀프'
백남준, 강형구, 마크 퀸, 피에르 위그, 바바라 크루거, 키스 해링, 수보그 굽타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거장의 작품이 관객을 반긴다. 영국 작가 마크 퀸의 '셀프'는 자신의 두상을 만들고 그 안에 자신의 피 4.5리터를 채워 넣은 일종의 자화상이다. 냉동장비가 구비된 특수환경에서만 유지되는 작품의 특성은 주변환경에 좌우되는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낸다.
마크 퀸의 '키스'와 '피터 힐'은 신체장애를 지닌 인물을 대리석으로 조각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현실에서는 장애인과 거리를 두면서 고대 그리스 조각상의 손상된 육체는 아름다운 존재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을 지적한다.
프랑스 작가 피에르 위그의 '반짝임 탐험'은 허공에 매달린 라이트박스 안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연기는 음악에 따라 변하는 빛과 조화를 이루며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한다. 거리미술을 예술의 영역으로 편입시킨 미국 작가 키스 해링은 '제임스 앙소르를 위하여', '블루프린트 드로잉'에서 특유의 만화적 이미지를 이용해 사회적 이슈를 언급한다.
티켓가격: 12000원, 연중무휴, 문의: 02-736-5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