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 수사관으로 선발된 홍일영 서울중앙지검 수사관. (홍일영 수사관 제공)
한국 검찰의 여성 디지털 분석관이 국제형사재판소(ICC:International Criminal Court)에 진출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서영민 부장검사) 소속 홍일영 수사관.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송상현 재판관이 소장을 맡고 있지만, 수사관으로 한국인이 채용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이며 여성으로는 홍 수사관이 처음이다.
ICC는 전쟁범죄 등 반인륜·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국제사회가 신속하게 단죄하기 위해 지난 2003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치됐으며 국가간의 법적분쟁만을 취급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와는 다른 조직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의 반군 지도자 루방가에게 징역 14년을, 라이베리아의 전 대통령인 찰스 테일러에게 징역 50년형을 선고하는 등 국제사회의 정의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홍 수사관은 지난 6월 직접 ICC가 있는 헤이그로 건너가 엄격한 면접을 통과해 이달부터 본격적인 ICC 수사관으로 활동하게 된다.
지난해 홍콩에서 인터폴이 개최한 세계 디지털포렌직 분석관 교육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했던 그녀를 각국의 분석관들이 눈여겨 봤고, 이같은 주목은 ICC 추천으로 이어졌다.
홍 수사관은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국제 수사관이 되어 활약할 기회가 주어지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고 말한다.
"ICC 면접제의가 왔을때 기뻤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가정이었죠. 제가 늦게 결혼해서 이제 아이가 갓 돌이 지났거든요…".
대기업에 근무하는 남편이 한번 도전해보라며 북돋아준 응원이 더욱 힘이 됐다.
"남편은 '설마 내가 붙으랴' 생각했던 것 같아요. '면접도 소중한 경험이니까 한번 봐보라'고 그러더라구요".
하지만 '설마'가 현실이 됐다. 홍 수사관은 전 세계에서 지원한 분석관들 틈에 끼어 한시간이 넘는 강도높은 면접과 실무시험까지 단숨에 통과했다.
"합격소식을 전하자 남편이 담담하게 '아이는 당분간 시댁에 부탁해야 겠네'라고 말하더군요. 시댁에서도 불편해하실 법도 한데 오히려 축하해주셨구요. 너무 감사했어요".
가족의 든든한 뒷받침과 함께 그녀를 국제무대로 이끌어준 것은 언제나 끊임없이 준비하는 성실성이었다.
컴퓨터와 전혀 상관없는 대학전공 출신이지만 검찰 수사관으로 채용된 이후 독학으로 프로그램 언어를 공부하며 한국 디지털 포렌직의 역사와 함께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렌직(forensic)의 원뜻은 법의학을 뜻한다. 디지털 포렌직이란 컴퓨터상 삭제된 데이터를 복구·분석하거나 자료의 출처를 추적하는등 디지털 세계에 남겨진 범죄의 흔적을 '법의학자들이 시체를 분석하듯' 분석하는 작업을 말한다.
국내에는 마땅한 교재가 없어 영어로 된 교재를 구해 공부하고, 디지털 포렌직 선진국이었던 호주, 홍콩 등을 공부하면서 얻게된 영어실력은 또 다른 무기가 됐다.
홍 수사관이 9급 수사관 공채에 합격해 처음 디지털 포렌직에 몸담을 2000년도 초반만 하더라도 검찰 내부에서 낯선 시선들이 상당했다.
"처음에는 전산직 직원인줄 아시더라고요. 뭐 수사나 이런 것을 하는것도 아니고 엄청 큰 컴퓨터만 가지고 와서 틀어박혀 있기만 하니까…".
하지만 불과 10여년 사이 범죄수사에서 디지털 포렌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으로 늘어나 버렸다.
일상적으로 작성되는 문서가 대부분 컴퓨터로 이뤄지는데다 자금의 흐름이나 통신기록까지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디지털 세상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ICC도 국가를 넘나들며 오랜기간 동안 벌어지는 전쟁범죄 특성상 디지털 증거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올해부터 디지털 포렌직팀을 신설하기로 했으며 홍 수사관은 여기에 참여하게 됐다.
올해부터 전세계 전범들의 전산자료를 추적·분석하게 될 홍 수사관은 새로운 도전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기회가 주어진 이상 열심히 해보고 싶습니다. 세계 수사관들 속에서 한국 디지털 포렌직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도 보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