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참여 작가인 민중화가 홍성담 화백이 8일 기자회견을 갖고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부분을 닭 모습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작품을 수정해 제출한다고 밝혔다. (사진=광주CBS 조기선 기자)
광주 비엔날레 재단이 창설 20주년 특별프로젝트에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작품 전시를 유보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큐레이터까지 사퇴했으나 재단 측은 이에 대해 입장 표명만 한 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비판이 일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창설 20주년 기념 특별프로젝트의 책임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해 논란이 된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 '세월오월' 전시 유보 사태와 관련해 10일 "책임을 지겠다"며 전격 사퇴했다.
윤 교수는 "홍 작가의 '세월오월'은 우리 시대의 상처를 치유하고 공동체정신으로 광주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의도로 시민참여와 협업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림의 일부 형상에 대한 정치적 해석으로 논란이 빚어지고 결국 전시가 유보돼 전시 큐레이터로서 전시 파행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지난 8일 홍 작가의 출품작 걸개그림 '세월오월' 게시 여부와 관련한 회의를 이틀에 걸쳐 열었으나 큐레이터 간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작품 설치를 유보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창설 20주년 특별프로젝트 전시 기획자이자 책임 큐레이터가 10일 사퇴 발표한 것과 관련해 안타까운 일로 생각하며, 20주년 특별프로젝트가 기획 의도와 달리 파문을 일으킨 것에 대해서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주 비엔날레 창설 이래 전시 작품 설치 문제로 책임 큐레이터가 전시 과정에서 사퇴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인데도 광주 비엔날레 재단 측은 입장 발표만 한 채 책임지는 사람이 전혀 없어 지나치게 안이한 대응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광주 비엔날레 재단 측은 홍 작가가 작품에서 박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묘사한 부분을 광주광역시가 외압을 통해 수정을 요구하면서 허수아비 대신 닭으로 수정까지 했으나 결국 전시를 유보해 진보 작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거세게 항의하는데도 작품 전시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마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재단 측이 야심 차게 기획한 광주 비엔날레 창설 20주년 기념 특별 프로젝트 "달콤한 이슬, 1980 그 후"의 10일 개막식 차질은 물론 전시마저 파행을 빚고 있는데도 재단 측은 책임 큐레이터를 "희생양" 삼아 어물쩍 넘어가려는 의구심이 들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작가들 사이에서는 광주 비엔날레 역사상 작품이 정치적 논란으로 끝내 전시되지 못한다면 재단 대표 이사가 책임을 지는 등 인적 책임론이 뒤따라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조정태 전국 민족 미술인 협회 광주지부장은 "전시 작가의 작품이 원래 뜻이 훼손되고 심지어 수정까지 했는데도 전시가 유보된 데 대해 책임 큐레이터까지 사퇴한 마당에 재단 측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은 이해할 수 없다며 홍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지 못한다면 큐레이터나 재단 측 실무자가 아니라 대표이사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