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문의 '강신무진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 특별전이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한중일 정통 산수화 109점이 한 자리에 전시된다. 동아시아 회화의 큰 흐름 속에서 옛사람들이 상상했던 이상향의 모습을 살펴볼 기회다.
중국 호남성 동정호 지역의 빼어난 경관을 여덟 장면으로 그린 소상팔경도는 이후 이상경을 표현한 산수화의 상징이 됐다. 여기서 파생된 팔경은 훗날 동아시아에서 명승지를 모아 그린 필경문화를 양산했다. 전시회 1부 '천하절경의 이상화, 소상팔경'은 중국 명대 대표화가 문징명의 '소상팔경도'와 정선의 '장동팔경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무이구곡도는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자가 노닐던 중국 무이산의 자연경관을 그린 산수화다. 조선의 무이구곡도는 초기에는 중국의 전통 화풍을 따르지만 이후 조선에 뿌리내린 성리학의 영향으로 우리 땅에 '구곡'(九曲)을 설정하는 조선화된 특성을 보인다. 2부 '현인이 노닐던 아홉 굽이, 무이구곡'은 조선에서 가장 오래된 무이구곡도인 '주문공무이구곡도'와 이성길의 '무이구곡도' 등을 눈여겨 볼 만하다.
18세기 무렵 조선은 영정조대의 안정된 통치 하에 문화예술이 융성했던 시기다. 사람들은 풍요롭고 부강한 사회를 바라는 마음을 산수화에 담았다. 3부 '태평성대를 꿈꾼 산수'는 18세기 조선화단에서 김홍도와 쌍벽을 이룬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를 감상할 수 있다. 자연과 사회, 개인이 조화를 이뤄 생활하는 이상적인 세계, 백성은 성실하게 일하고 군주는 백성을 덕으로 다스리는 곳, 이는 유교에서 꿈꾼 최고 이상국가의 모습이자, '강산무진도'가 보여주는 이상향의 세계다.
김홍도 '삼공불환도'. 1801년 작.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선비의 삶은 벼슬길에 나아가 왕을 보좌하고 백성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속세를 떠나 자연을 벗 삼은 은거의 삶을 누리고자 하는 염원이 있었다. 그들은 이러한 바람을 화폭에 담아 감상하는 것으로 은자의 삶을 대신했다. 4부 '자연 속 내 마음의 안식처'는 김홍도의 '삼공불환도'와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주제로 한 '귀거래도'(작자미상) 등이 관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도가는 인간 본성에 따라 소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샹향을 꿈꿨다. '도원'이라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낙원은 동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애호된 주제다. 그들은 도원도를 통해 꿈에서라도 닿고자 했던 이상향의 모습을 그렸다. 5부 '꿈에 그리던 낙원'은 안중식의 '도원행주도'(한국), 정운붕의 '도원도'(중국), 도미오카 뎃사이의 '무릉도원도'(일본) 등을 주목할 만하다.
'에필로그-또 다른 이상향'은 여류화가 백남순의 '낙원', 장욱진의 미공개작 '풍경'을 전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9월 28일까지. 관람료는 무료. 문의 : 02-2077-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