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장애 친구가 해수욕장에서 수영을 하고 싶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2013년 총회에서 ‘모두를 위한 접근 가능한 관광(Accessible Tourism For All)’ 실천을 각국에 권고했다. 노인과 장애인이 자유롭게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여행정보와 관광시설을 제공하고 직원 교육도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노인·장애인 소비자가 늘어난 관광산업은 그만큼 발전한다. CBS 노컷뉴스는 ‘모두를 위한 관광, 나를 위한 것’이라는 주제로 호주와 일본, 스페인, 독일의 장애인 관광실태를 집중 취재·보도한다. <편집자주>편집자주>| 기사 싣는 순서 |
1. 휠체어 타고 시드니 산으로~ 바다로~ 2. 걷기 좋은 도시가 훌륭한 관광지 3. 축제 즐기는 시드니 장애인 4. 도시, 노인·장애인을 위해 돌계단 성벽을 허물다 5. 걷기 편안한 도시는 관광산업도 성장 6. 베를린 관광버스 노인·장애인 태우고 go go 7. 관광지부터 호텔까지 누구나 이용가능한 시설 8. 노인. 장애인 여행정보 ‘클릭한번으로’ 9. 항공기도 전철도 버스도 모두의 이동수단 |
2011년 유럽연합으로부터 접근성 우수도시 최우수상을 받은 스페인 아빌라는 휠체어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성벽까지 과감하게 보수를 했다. <사진=김대휘 기자>사진=김대휘>
지난달 10일 오전. 중세시대 성곽으로 둘러쌓인 스페인 중부 아빌라(Avila)시 관광정보센터. 한 무리의 관광객이 관광정보센터 안으로 몰려 들어온다. 할머니 할아버지 관광객들의 웃음소리로 조용하던 관광정보센터 실내가 활기차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북서쪽으로 직행버스를 타고 1시간 40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아빌라는 중세 성벽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이곳 관광정보센터는 도시 규모에 비해 제법 크다. 1층 정보센터 복도에는 큼지막한 점자블럭이 마련돼 있다. 관광객들이 우르르 들어오자 관광정보센터 안내데스크에 있던 직원도 분주하다.
기자가 방문한 스페인의 아빌라는 인구가 6만여 명 정도인 작은 도시다. 마드리드 인근에 있는 관광도시 세고비아 만큼 유명세는 없지만 그래도 꾸준히 관광객이 찾는 오래된 관광도시다.
유럽 중세시대 성벽인 무라야(Muralla)를 포함한 대성당은 198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아빌라가 주목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노인과 장애인이 관광하기에 편리한 곳이기 때문이다.
아빌라시의회 노엘리아 꾸엔까 의원은 "며칠전 마드리드에서 휠체어 장애인 단체 관광객이 방문했다. 관광을 마치고 돌아간 후 '정말로 좋은 여행'이었다는 감사 메시지를 보내 왔다. 다음주에는 안달루이사 지역에서 장애인 접근성도시를 공부하는 대학원 석사과정 학생들이 방문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노엘리아 의원은 아빌라시의회 접근가능한도시위원회 위원장으로 2007년부터 일하고 있다.
2011년 스페인 아빌라는 유럽연합 정의위원회와 유럽 장애인협의회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접근성 우수도시(Access City Award)'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유럽연합내 인구 5만명 이상의 도시를 대상으로 장애인을 포함해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유기적인 지원과 도시 환경의 접근성 향상 등을 평가해 모범적인 도시를 선정하는데, 스페인 아빌라가 2011년 '접근가능한 관광전략'이라는 주제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최우수상 도시는 독일 베를린이다.
스페인 아빌라는 휠체어장애인을 위해 시청 출입구 중앙에 경사면을 설치했다. 시내 곳곳에 설치된 노인.장애인 시설을 모든 시민이 자연스럽게 이용하도록 했다. <사진=김대휘 기자>사진=김대휘>
아빌라는 2002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했다. 미겔 앙헬 가르시아 아빌라시장 집무실 오른쪽 벽면에는 접근성 우수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받은 각종 상패들이 즐비하다.
"2008년 카스티야이레온 자치주정부로부터 받은 상도 있고, 스페인 왕가로부터 받은 상, 장애인 단체로부터 받은 상도 많다. 그러나 유럽연합으로부터 받은 접근성 우수도시 최우수상의 의미가 가장 크다"
가르시아 시장의 이같은 자랑은 허세가 아니다. 집무실에 있는 각종 상의 대부분은 그가 2002년부터 꼼꼼하게 진행한 장애인과 노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시 정책의 성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빌라시청 1층 출입구에는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리프트가 설치돼 있다. 입구 한쪽 구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출입구 중앙에 경사면과 리프트가 자리 잡고 있다. 아빌라 곳곳에 설치된 노인·장애인을 위한 각종 시설물이 구색 갖추기가 아니라, 시민·관광객 모두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생활과 밀접하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아빌라성은 높이 12m에 2.5km의 성벽과 다양한 돌계단으로 이뤄져 있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아빌라 구시가지는 주요 관광자원이자 시민들의 생활공간이다. 그러나 중세시대 성벽과 돌계단으로 가득한 도시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빌라는 휠체어 장애인이 생활하기에 편리한 공공시설을 유지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아빌라 관광안내센터를 빠져나와 본격적인 성벽투어를 시작한다. 도시 곳곳에 돌을 이용해 설치된 경사면은 중세시대 건설된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자연스럽다. 심지어 차도와 인도 구별이 없다.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것은 듬성등성 설치된 보호기둥(볼라드)이 전부다.
아빌라시의회 접근가능한도시위원회 전문위원 이스라엘씨는 "처음에는 도로에 비해 인도가 10cm 정도 높았다. 하지만 휠체어 이용자와 유모차를 위해 도로와 인도의 격차를 제거했다. 도로에서 광장으로 이동하기 편리하도록 경사면을 곳곳에 설치했는데 일반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이 경사면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시 곳곳에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관광객과 노인 그리고 유모차를 끄는 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관광객들은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성벽투어를 한다.
가족단위 관광객 가운데는 시각장애인도 포함돼 있다. 그는 시청 광장 앞에서 가족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다.
32년동안 아빌라에서 관광가이드를 하고 있는 산체스씨는 노인.장애인 시설로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고 시민들의 자부심도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성벽 투어 전문가다. <사진=김대휘기자>사진=김대휘기자>
아빌라 관광서비스 회사에서 32년동안 전문 관광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헤수 산체스 블라스케스(66)씨는 아빌라 관광발전의 산 증인이다. 성벽투어 책임으로만 14년째다.
"변화가 매우 크다. 모든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도시가 변했다고 할 수 있다. 예를들어 성벽투어 오디오 가이드를 만들었는데, 청각장애인을 위해 소리 뿐만 아니라 화면을 제공하고 있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거리를 개선했고, 박물관이나 성당 입구 중앙에는 경사면을 마련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시내 곳곳에 점자 안내판을 설치했다"
관광가이드 산체스씨의 자부심과 자랑은 끝이 없었다.
"몇 년전만 해도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지만 이런 시설을 계기로 장애인들이 아빌라시를 방문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변화도 있다. 전에는 작은 일에 연연했는데 장애인 관광객을 통해 내가 느끼는 고통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의회 전문위원인 이스라엘씨가 기자를 성벽의 한끝으로 인도했다. 휠체어장애인 관광객들이 성벽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든 곳이다. 엘리베이터와 슬럼프를 통해 성벽 위로 올라가면 성벽 밖 탁 트인 전경을 볼 수 있다. 휠체어와 유모차 이용객을 위해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성벽을 과감하게 변형한 것이다.
"가르시아 시장이 처음 자신의 접근 가능한 도시 프로젝트 구상을 밝힐 때 '아빌라시를 상징하는 성벽에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올라가서 둘러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휠체어 이용자가 성벽에 오를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걷기 좋은 도시 아빌라에서는 휠체어이용자 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끄는 시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진=김대휘기자>사진=김대휘기자>
성벽투어를 하는 관광객들은 자유롭게 성벽을 오르기도 하고 아빌라 곳곳에 위치한 성당과 박물관을 드나들 수 있다. 성당과 박물관 중앙에는 경사면이 자연스럽게 설치돼 있다. 관광객들은 자신들이 장애인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원래부터 설치된 시설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빌라의 접근성 우수도시 프로젝트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가르시아 시장은 "2002년 당시 혼자 생각을 했다. 성벽 도시이고 계단이 많은 아빌라는 신체장애인이 생활하기에 불편한 도시였다. 그런 불편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 장애를 가진 시민들이 개선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가르시아 시장은 시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스페인 최대 장애인 단체인 온세(ONCE-스페인 시각 장애인 협회)아빌라 지부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 편리한 시설이라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2005년부터 점차 시민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노인·장애인 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끌고 가는 시민까지 편리해진 도시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 그리고 12년째 이 프로젝트는 진행중이다.
아빌라는 2015년 성녀 테레사 탄생 50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시 캠페인을 하고 있다. 스페인 곳곳에 수도원을 건설한 성녀 테레사가 500년이 지난 지금은 성벽을 허무는 캐릭터로 변했다.
가르시아 시장은 "선입견이라는 성벽을 허무는 캐릭터를 대형 포스터로 만들어 아빌라 성벽 주요 지역에 설치하고 있다"며 포스터를 펼쳐 보였다.
'우리는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과 함께 한다'는 문구에 수녀가 성벽을 허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자폐증, 신체장애인, 심신장애인, 미친 사람 이라는 단어가 쓰인 벽돌을 허물고 있었다.
노인·장애인을 위한 아빌라의 노력은 단순히 도시를 바꾸는 것을 넘어 선입견과 편견을 허물고 있었다.
| [인터뷰]가르시아 니에또 아빌라시장 “장애인시설은 결국 시민을 위한 것” |
아빌라 가르시아 시장은 도시를 바꾸는 일은 시민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접근성 우수도시를 위해 장애인단체와 처음부터 함께 했다고 그는 강조했다. <사진=김대휘기자>사진=김대휘기자>
미겔 앙헬 가르시아 니에또 아빌라 시장은 말 잘하는 정치인이었다. 그는 처음 보는 기자에게 너스레를 떨기도 하고 장애인 관광객과 함께 오라고 하는 농담도 자연스럽게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이뤄낸 2011년 EU의 접근성 우수도시 최우수상에 대해 자신감이 넘쳤다.
가르시아 시장은 프로젝트를 추진할 2002년 당시에 대해 "신체장애인이 생활하기에 불편한 도시였습니다"고 회상했다. "시장으로서 시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장애인을 위한 도시 변화를 추진하게 됐습니다. 시민들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장애인 단체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02년부터 온세(ONCE.스페인 시각장애인협회)와 함께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공부도 좀 했습니다"
처음 시민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도시 프로젝트는 시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장애인 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편리한 시설이라는 점을 설득했습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됩니다. 유모차를 끌 수도 있죠. 도로나 길을 편리하게 갈 수 있도록 하면 모든 시민을 위해 좋은 일이죠. 사실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이 아닙니다"
가르시아 시장은 "EU상을 받은 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잘된 곳이라는 자부심이 커졌습니다. 이제는 시민들이 생활화 됐고, 스페인에서 아빌라는 그런 점에서 (시민들이) 자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라고 그가 느끼는 시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노인.장애인을 위해 도시를 바꾼 아빌라는 EU의 접근성 우수도시상을 비롯해 각종 단체로부터 다양한 상을 받았다.
노인·장애인을 위한 도시 프로젝트는 2005년 관광객을 위한 시설로 변하기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봤습니다. 노인 관광객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시설, 장애인 편의시설이 모두에게 편리하다는 것이죠. 외국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왔고 관광산업이 좋아졌습니다"
예산은 어떻게 마련했을까?
"장애인 단체 온세로부터 조금씩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등 여러곳에서 조금씩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공공시설에 대해서는 예산을 사용하고 있죠"
온세는 장애인 복권 발행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장애인을 위한 각종 정책과 시설 마련에 막대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가족이나 친척, 주변에 장애인이 있어서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냐는 질문에 가르시아 시장은 웃으며 "저는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이런 시설이 결국 나(자기)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죠. 특별히 주변에 장애인이 있어서 추진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주변에 장애인이나 노인, 임산부 등의 친구가 있기는 하죠"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의 도리이고 의무입니다. 할 수 있는 한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도와주고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죠" 라고 말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그는 "끝이 없는 프로젝트 입니다. 1회성으로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조금씩 지원을 받으면서 진행했고, 시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했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가르시아 시장은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이라는 성벽을 허무는 캐릭터를 대형포스터로 만들어 아빌라 성벽 주요 지역에 설치하고 있다"면서 "시민과 관광객에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줄이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