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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장부를 둘러싼 검경의 한심한 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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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론/칼럼

    뇌물장부를 둘러싼 검경의 한심한 작태

    • 2014-07-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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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사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김형식 서울시 의원의 살인교사 혐의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뇌물장부' 논란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우리 검찰과 경찰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숨진 재력가 송 모 씨는 2006년 7월부터 올해 3월 피살당하기 전까지 날짜별로 지출 내역을 기록한 장부를 작성했다. 이 장부에는 김형식 서울시 의원에게 돈을 준 내역 외에도 현직 검사와 전·현직 경찰관, 세무·소방 공무원의 이름과 직책, 금액이 곳곳에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뇌물장부’로 불리면서 로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 장부를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이 제각각의 모습을 보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은 당초 이 검사가 한 차례 20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가 두 차례 300만원으로 말을 바꾸더니 하루 뒤인 15일에는 10차례 1,780만원으로 또다시 정정했다. 유족들이 장부 곳곳을 수정액으로 지우고 별지를 찢어버린 채 제출했기 때문에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워진 부분을 확인하는 당연한 절차를 생략했다는 것인데 이것은 직무유기이다. 검찰의 변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다.

    경찰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경찰은 송 씨가 피살된 지난 3월 이 장부를 입수해 복사본을 만들어 놓고도 수사기록을 검찰에 넘기면서 이것은 빼놓았다. 뿐만 아니라 사본은 없다고 시치미를 떼며 거짓말까지 했다. 경찰은 뒤늦게 수사를 진행한 서울 강서경찰서로부터 사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정말 그렇다면 더 큰 문제다. 검사와 경찰관의 이름과 돈의 액수가 적혀 있어 뇌물과 로비의 핵심 증거물이 될 수 있는데 경찰이 상부에 이 사본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는가?

    김진태 검찰총장이 문제의 검사에 대해 직무를 정지시키고 대검 감찰본부가 직접 수사에 나서기는 했지만 이번 사안은 결코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두 수사기관이 유기적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는커녕 불신과 대립의 모습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잇따른 검사들의 일탈 행위로 곤혹스런 상황에 처한 검찰로서는 현직 검사의 뇌물의혹이 또다시 불거지자 될 수 있으면 사태가 확산되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고, 경찰은 검찰의 물타기 가능성을 우려하며 내심 자체적으로 이것을 파헤치려 했던 것 같다. 경찰이 장부를 둘러싼 뇌물수수 의혹의 내사 가능성을 비치며 검경의 이중수사 논란이 벌어진 것도 이 때문으로 보여진다.

    이번 사안은 검찰과 경찰에 대한 불신만 키운 꼴이 됐다. 검경 사이에 수사권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노력에서는 서로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검경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건이 이용되고 축소되고 왜곡된다면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당국은 이번 사안이 벌어진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 앞으로는 결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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