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용 수석연구위원
말과 글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것이다. 말과 글이 아니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가 없다. 말과 글이 없으면 서로 간에 의사를 소통할 수가 없어 인간 사회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런데 이 말과 글이 때로는 창칼보다도 더 날카로운 흉기가 된다. 이것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망쳤던가? 그리고 다른 사람을 해쳤던가?
굳이 먼 옛날의 일을 사례로 들 것도 없다. 가까이로는 국민의 비통과 분노가 극에 달하였던 세월호 사고의 와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 마디 말의 실수로 인해 자신이 평생토록 쌓아 왔던 모든 것을 잃었다. 최근에는 국무총리 지명자가 예전에 한 말과 글로 인해 국정이 마비될 정도로 우리 사회를 들끓게 하다가, 끝내는 청문회에도 가보지 못한 채 사퇴하고 말았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양 극단으로 갈라져 있다. 사회의 각 분야가 그렇고, 국민들도 그렇다. 언론은 자신들이 반대하던 인물에 대해서는 언론 윤리 따위는 깡그리 무시한 채 매섭게 몰아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갑자기 언론 윤리를 들고 나와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람을 옹호한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인물에 대해서는 무조건 비판부터 하고, 우호적인 인물에 대해서는 전후를 돌아보지 않은 채 무조건 옹호부터 하고 본다. 중도(中道)가 없다.
중도가 없는 세상에서는 말을 하기도 어렵고 글을 쓰기도 어렵다. 이러한 세상에서 어느 한쪽 편을 옹호하는 말을 하고 글을 썼다가는, 반대편 사람들로부터 심하게 비판을 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중도에 가까운 말을 하고 글을 쓰면 괜찮은가 하면 그렇지가 않다. 양쪽 편 사람들로부터 제대로 평가를 받기는커녕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비난을 모면할 길이 없다.
말과 글은 이기(利器)이면서 동시에 흉기(凶器)다. 말과 글을 흉기로 사용하여 남을 공격하기는 참으로 쉬우며, 효과도 크다. 그런 만큼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흉기로 사용할 때에는 특히 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말과 글로 먹고사는 정치인과 언론인뿐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이것을 잘못 사용하였을 경우에는 그 앙화가 고스란히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예전에 조선 성리학의 6대가 중 한 사람으로 일컬어졌던 인물인 녹문(鹿門) 임성주(任聖周, 1711~1788)는 '선설(蟬說)'이라는 글을 지어 말을 많이 하는 것을 경계했다. 임성주는 그 글에서 '매미는 입이 있는데도 입으로 울지 못하고 배로 운다. 이것은 하늘이 매미의 입을 봉하여 말이 많은 것을 경계한 것이다'라고 했다.
'삼함(三緘)'이라는 말이 있다. 입을 세 겹으로 꿰맸다는 뜻이다. 옛날에 공자가 주나라에 가 사당을 참배했을 적에 쇠로 만든 사람의 입이 세 겹으로 꿰매진 것을 보았는데, 그 등 뒤에 '옛날에 말조심을 하던 사람이다. 경계하여 많은 말을 하지 말지어다. 말이 많으면 실패가 또한 많으니라'라고 쓰여 있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삼함이라는 이 말, 오늘날과 같은 세상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말이다.
정선용(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