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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트랜스포머4' 블록버스터의 본질을 묻다

[그 영화 어때] '트랜스포머4' 블록버스터의 본질을 묻다

스토리 개연성보다 화려한 볼거리에 무게…3시간짜리 짜릿한 일상탈출기

 

'트랜스포머'(2007) 744만 명,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2009) 750만 명, '트랜스포머3'(2011) 778만 명. 화려한 관객 동원 기록이다. 단 세 편으로 우리나라에서만 2272만 명의 관객을 모은 트랜스포머 시리즈이니 만큼 새로운 이야기인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이하 트랜스포머4)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대단할 만도 하다.
 
트랜스포머4의 개봉을 이틀 앞둔 23일 저녁 7시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80%를 웃도는 기록적인 예매율을 찍고 있다. 극장을 찾게 될 관객 열에 여덟이 트랜스포머4를 보는 셈이다.
 
이날 언론시사를 통해 공개된 트랜스포머4는 "블록버스터란 이런 것이다"라고 선언하는 듯 자신감으로 가득찬 모습이었다. 어느 때부터인지 블록버스터에 철학적인 메시지를 심고, 이야기의 개연성을 면밀히 따지는 할리우드 풍토가 못마땅하기라도 하다는 듯, 이 영화는 3시간 가까운 상영시간 내내 인류의 삶의 터전을 무차별적으로 때려부수는 데 주력한다.
 
이야기의 개연성조차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볼거리를 위해서 희생시킨다는 인상이 짙다. 할리우드의 흥행 귀재 마이클 베이 감독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군이 쓰던 초대형 폭탄이라는 블록버스터의 어원을 상기시키려는 듯 시종일관 관객들의 얼을 빼놓는다.

시카고에서 벌어진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전투 탓에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도시가 처참하게 파괴되자 정부는 일부 오토봇을 제외한 트랜스포머에 대해 체포령을 내린다.

그로부터 5년 뒤 대부분의 디셉티콘이 처벌되고 오토봇 역시 모습을 감춘 어느 날, 텍사스에 사는 엔지니어 케이드 예거(마크 월버그)는 우연히 폐기 직전 고물차로 변한 옵티머스 프라임을 깨우게 된다.

이 일로 옵티머스 프라임의 생존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어둠의 세력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트랜스포머4에서는 눈길을 끄는 새로운 로봇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오토봇 군단의 새로운 캐릭터들, 압도적인 파괴력을 지닌 적인 락다운과 갈바트론, 그리고 공룡 로봇인 다이노봇 군단이 그 면면이다.

영화 '트랜스포머4'의 한 장면

 

인간들보다 로봇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만큼 이들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것은 최대 과제였으리라. 오토봇 군단 캐릭터들은 시종일관 익살스런 대사를 주고받으며 검, 사격, 육탄전 등 각자의 주특기를 갖고 극의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든다.

락다운이 타고 다니는 거대한 우주선인 나이트쉽과 헬리콥터로 변신하는 오토봇 군단의 크로스헤어, 다이노봇 군단의 익룡은 거대한 스케일을 공중 활강 액션을 선보이는 주역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동차 등이 로봇으로 변신할 때 전해지는 짜릿함은 내성이 길러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강렬하다. 

중국 배우 리빙빙이 출연하는데다 중반 이후에는 극의 배경이 아예 베이징, 홍콩으로 옮겨간다는 점에서 거대 영화 시장 중국을 겨냥한 노림수도 엿보인다. 영화 속 사건의 빌미를 제공하는 거부 조슈아(스탠리 투치)가 부하 쑤 웨밍(리빙빙)과 함께 홍콩에서 위기를 모면하고 특정 상표의 우유를 마시는 장면은 간접광고의 성격이 짙다.
 
극중 케이드와 그의 딸 테사 예거(니콜라 펠츠), 테사의 남자친구 셰인(잭 레이너)이 서로 견제하면서 빚어내는 미묘한 삼각관계는 '다이하드' 시리즈 등 기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익히 봐 온 유머러스한 가족 이야기로서 극의 양념이 된다.
 
홍콩의 허름한 고층아파트를 무대로 펼쳐지는 케이드와 적의 추격 액션 시퀀스는 성룡 등이 주연한 홍콩 영화를 재현한 듯한 인상을 풍긴다는 점에서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옵티머스 프라임이 다이노봇을 상대할 때 검을 뽑아드는 것은 아서왕의 전설을 떠올리게 만든다.

락다운의 나이트쉽이 강력한 자력으로 중력을 거슬러 지상의 모든 철로 된 물체(당연히 오토봇, 다이노봇 군단 등도 포함된다)를 끌어올리는 시퀀스는 자연 질서의 전복에서 오는 색다른 쾌감을 선사한다.{RELNEWS:right}

이렇듯 이 영화는 다양한 장르의 장점들을 차용해 이를 개연성 있는 이야기로 촘촘히 엮어나가기 보다는 화려한 카메라 움직임과 물량공세, 빠른 전개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확 잡아끄는 장면 장면을 만들어내는 데 더욱 공을 들였다. 극 말미 속편을 암시하는 요소들을 배치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보는 동안에는 즐겨야지 진지할 필요 없잖아"라는 마음가짐으로 작정하고 만든 듯한, 블록버스터의 본질을 묻는 영화 트랜스포머4다.
 
12세 이상 관람가, 164분 상영,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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