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K팝스타2’에서 이천원의 존재 가치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녹아 들어간 무대에 있었다. 그게 있을 땐 호평, 그렇지 않을 땐 혹평을 들었다. 물론 탄탄한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톱4까지 오르지 못했을 테지만 무게 중심은 기발함이었다.
그래서 이천원의 데뷔앨범은 당황스럽기도, 신선하기도 하다. 타이틀곡 ‘서울이 싫어졌어’를 비롯해 미니앨범에 수록된 5곡 모두 기존 이천원의 스타일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참가할 때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려고 했어요. 생존전략이었죠. 완전 이쪽으로 몰고 갈 생각은 아니었지만(웃음) 사실 저희랑 잘 맞겠다 싶은 곡을 고르면 아이디어에 제약이 생기고 아이디어를 넣기 좋은 곡을 고르면 한계가 있었어요. 고민이 많았죠”
이들이 선택한 건 정공법이다. 데뷔 앨범에선 본인들이 가진 보컬과 랩 그 자체의 힘으로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서울이 싫어졌어’는 연인과의 이별 후에 맞이한 남자의 쓸쓸한 감정이 담겼다. 슬픈 감성이 묻어난 무대를 거의 보여주지 않았던 이천원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천원의 활기찬 에너지가 가장 많이 느껴지는 건 펑키한 느낌의 ‘투나잇’(Tonight)이지만 이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김효빈의 시원한 보컬과 김일도의 리드미컬한 랩은 더 묵직해졌다. 재지한 느낌의 ‘내 곁으로 와’도 마찬가지다.
“많이 듣는 말이 저희만의 콘셉트가 없어진 것 같다는 거예요. 그런데 보이는 음악만 하고 싶진 않았어요. 음악을 오랫동안 하고 싶거든요. 길게 봤을 때 첫 단계 점을 찍는 거니까 이 앨범이 중요했고, 이 앨범을 시작으로 그 중간단계로 갈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소재는 흔하지만 그걸 풀어내는 솜씨는 상당하다. 여자들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다이어트를 소재로 삼아 연인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거나, 이별 후의 감정을 전혀 신파적이지 않으면서도 감정 충만하게 전하는 모습에서 이천원만의 감각이 느껴진다.
이천원은 자신들만의 무기로 무장해 당장 뭔가를 보여주겠다기보다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디딤돌을 놓은 셈이다. 안정적으로 간 듯 하지만 이들에겐 이게 도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