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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보이' 전규환 감독 "착한 가족영화 인공적이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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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보이' 전규환 감독 "착한 가족영화 인공적이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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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인터뷰] 다양한 영화문법 공존에 대한 바람 "삶의 통찰 묻어나야"

    전규환 감독 (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성인들을 위한 영화 '무게' '불륜의 시대' '타운 3부작' 등으로 나라밖에서 먼저 유명해진 전규환 감독. 정작 국내 관객들은 극장에서 그의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대다수 작품이 실질적인 상영 금지 처분인 '제한 상영가' 등급을 잇따라 받은데다, 저예산 영화가 극장을 구하기 힘든 현실에서 관객과의 접점을 잃어 온 까닭이다.

    그러한 전 감독이 작정하고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의 가족 영화를 내놨다. 10일 개봉하는 '마이보이'(제작·배급 ㈜트리필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영화 개봉에 앞서 최근 서울 선릉역 인근 트리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전 감독은 "처음으로 19금 아닌 영화를 해보기로 마음 먹고 시나리오를 썼는데, 극중 어른뿐 아니라 아이도 나오니 자연스레 가족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했다.

    흥미로운 시선으로 우리 사회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들의 면면을 그려 온 그의 작품답게 마이보이도 '즐거운 나의 집'을 외치는 주류 가족 영화의 문법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관객들에게 익숙한 것이라고 나까지 꼭 그렇게 해야 할 필요는 없잖나"라는 것이 전 감독의 연출의 변이다.

    - 왜 가족 영화인가.

    "기존 가족 영화 문법이 사실적이지 않고 인공적이라는 느낌을 받아 왔다. 내가 생각하는, 살아 오면서 본 혈연·경제적으로 연결된 가족 공동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싶었다. 가족 안의 개개인도 분명히 삶이 있고 고통이 있다. 그러니 같은 일을 겪어도 느끼는 것이 틀릴 수밖에 없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철저하게 관객이 돼, 가족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남은 이들의 아픔을 그리려 했다."

    - 극중 각각 몸과 마음이 아픈 형제가 거리에서 사이클을 타는 건장한 사람들과 마주치는 장면이 인상적이더라.

    "일부러 어린 사이클 선수를 카메라에 오래 잡았다. 아픈 형제가 사이클을 타는 무리에 섞여 힘차게 컸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나보다. 하지만 결국 무리는 두 아이를 스쳐지나가고 공허함만 남는다. 촬영 당시 의정부에서 이천까지 사이클 동호회 분들을 모셔왔는데, 처음에 100명이던 분들이 힘들다고 중간에 가시고 30여 분 남으셨는데, '우리도 가겠다'는 그분들 붙잡느라 애먹었다. (웃음)"

    - 극중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건조하면서도 따뜻하다.

    "60억 인구에게는 각자 사연이 있다. 내 주변 모든 사람들도 영화화할 수 있는 캐릭터다. 보통 보름여 동안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찍는 편인데, 한 사람의 하루 일과를 쫓아다니고 며칠 동안 그 사람의 행적을 유추해 보면 특정한 삶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적당히 타락한 속물이어서 그런 것들이 잘 보이는 것 같다. 정말 순수한 사람은 순수하기만 할 테니까."

    - 왜 영화를 만드나.

    "미술이든 음악이든 서툴더라도 자기 것, 자기 색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내가 머릿속에 그려둔 캐릭터의 말, 몸짓, 의상, 헤어스타일 등이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무엇보다 애쓰는 이유다. 마흔두 살에 데뷔해 8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감독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영화를 전문으로 배운 것도 아닌 입장에서, 동년배들이 사회적 은퇴를 할 나이에 나는 멋진 직업을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

    -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뭐라 여기는지.

    "어릴 때부터 음악 미술 영화를 유난히 좋아했다. 20여 년 전에는 배우 설경구 조재현 씨 매니저를 하면서 영화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경주에 있는 천마산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오르며 사색을 한 적도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낙서를 하고, 어디 틀어박혀서 음악듣는 것도 즐긴다. 이러한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듯하다.

    - 감독에게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우리나라처럼 젊은 감독이 많은 곳도 없다. 그들은 학습을 통해 흉내내는 데는 익숙할지 몰라도 자기 것을 만드는 데는 서툰 듯하다. 좋은 영화는 관습에서 벗어나, 삶에 대한 통찰이 묻어나야 한다고 본다.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려다보니 관습적인 영화 문법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자본의 유혹에 쉽게 무너지는 탓이 아닐까. 시나리오가 됐든 연출이 됐든 우리는 40대 중반이면 상업 영화판에서 수명이 다한다. 자본의 양심이 얕다보니 감독들도 소모되고 버려지는 셈이다."

    전규환 감독 (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 제작사 트리필름을 꾸린 것도 그 대안인지.

    "시스템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다른 식의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다른 식의 영화가 있지 않나'라는 마음에 1997년 트리필름을 설립했고 그 이듬해 첫 작품을 내놨다. 만들어 둔 영화가 개봉도 하기 전에 다음 영화를 찍고 있었고, 어느 새 해외에서 많은 관객들이 내 영화를 보고 있더라."

    - 제작비는 어떻게 충당하나.

    "난 돈 많은 사람이 아니다. 빚지고 팔고 그런다. (웃음) 다행히 주변에 사치스러운 분들이 많다. 형제나 친구들로부터 개인 투자도 받고, 누가 안쓰럽다며 중고차 한 대 사 주면 2, 3개월 타다가 팔아서 제작비에 보탠다. 전세 살던 데서 월세로 바꾸고 은행에서 대출도 받는다. 영화제에 출품해 상금도 받는데 해외에 팔리면 더욱 좋다. 여유는 없지만 한 편 한 편 영화를 할 수 있는 힘을 여기저기서 얻게 된다."

    - 전작 무게로 2012년 베니스영화제 퀴어라이온상을 받는 등 해외 수상 뒤 바뀐 것이 있다면.

    "언젠가 내 영화 볼 줄 알았어라며 입꼬리가 올라가는 느낌. 어딘가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내 영화를 누군가 본다는 것은 늘 설렌다. 어떤 관객들이 내 영화를 보나 직접 극장에 가보기도 한다. 다만 국내 관객들과 만나는 데 있어 불합리한 조건으로 홍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현실이 답답하다. 어쨌든 내 작품들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기성 배우들도 출연을 하게 되고, 홍보 요건은 더 나아진 것 같다."

    - 제작 여건이 개선됐으면 하는 마음도 클 텐데.

    "연간 나오는 상업영화가 100편이면 독립영화는 150편이다. 전체 영화 가운데 90%가 사장되는데, 그 영화를 찍은 스태프는 뭐냐는 거다. 상업영화에는 보통 80~100명의 스태프가 투입된다. 내 경우는 7, 8명에서 많을 때는 15명이랑 찍는다. 내 영화 속에서 40~50명의 스태프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한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무게를 찍을 때 20여 명의 스태프와 함께했는데, 차기작 '화가' 촬영 때는 줄었다."

    - 소위 다양성 영화에게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결국 자본은 자기들끼리만 어울린다. 정부 지원도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에게만 집중되고 있다. 내 입장에서는 스태프 한 명이라도 월급을 더 주고 싶은데 홍보비를 내야만 극장에 걸 수 있는 환경이다. 중요한 것은 나눔이다. 문화는 평등해야 하지 않나. 자본이 정말 필요한 곳으로 흘러들어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도 보완돼야 할 것이다."

    - 영화계에도 바람이 있을 듯하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10여 명만 돼도 분명히 시장은 생긴다. 우리 같은 곳이 유일하게 제작비를 회수하는 곳이 IPTV, 온라인이었는데, 요즘에는 '이달의 영화' '이주의 영화'라는 식으로 자본이 홍보에 끼어들면서 어렵게 됐다. 국회의원이 됐든, 언론이 됐든 매체들도 끊임없이 현실을 일깨워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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