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의 가수 길은정(스포츠투데이)
끝까지 노래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던 그녀였다. 누구보다 사랑하던 무대에서 죽고 싶어했던 진정한 프로였다. 하지만 하늘은 그녀의 그런 소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동안 암과 힘겨운 싸움을 해온 가수 길은정이 7일 오후 7시30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43세. 유족으로는 길연하씨를 비롯한 3명의 오빠와 언니가 있다.
길은정은 그동안 직장암으로 힘겨운 투병 생활을 계속해 왔는데,최근 암세포가 림프와 혈류를 통해 골반으로 전이되면서 증세가 악화됐다. 암세포가 골반과 척추에 전이되면서 오른쪽 다리는 전혀 쓰지 못해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했다.
지난해 9월에는 병원으로부터 수술이나 항암 치료도 가망이 없어 짧게는 3개월,길어야 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길은정은 이런 상황에서도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워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인 6일에도 자신이 진행하는 원음방송 ''''길은정의 노래 하나 추억 둘''''에 출연했다.
그러나 7일 오전부터 심한 구토 증세를 보였으며,오후 7시께 정신을 잃었고 30분 뒤 끝내 숨을 거두었다. 그녀의 임종 순간을 지켜본 유족들은 ''''오늘까지도 방송을 하겠다고 애착을 보였으나 결국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고 비통해했다.
지난 84년 노래 ''''소중한 사람''''을 통해 가수로 데뷔한 길은정은 한국 포크 음악의 맥을 이어온 대표적인 여자 가수였다. 노래실력 못지않은 빼어난 말솜씨로 TV와 라디오에서 진행자로 인기를 모았다.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의 뽀미 언니로 사랑받은 것을 비롯해 ''''가위바위보'''' ''''가요톱텐'''',EBS ''''만들어 볼까요'''',MBC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그런 재주와 주위의 사랑만큼 행복하진 못했다.
가수와 방송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던 96년 직장암 선고를 받아 10년에 걸친 힘든 투병 생활을 해야 했고,많은 이의 축복 속에 화촉을 밝혔던 가수 편승엽과의 결혼도 끝내 파국을 맞았다.
그러나 길은정은 한쪽 다리가 마비돼 통증 클리닉에서 매일 진통제 주사를 맞는 처절한 상황에서도 노래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지난 11월 초 마지막 앨범 ''''만파식적''''을 발표했다. 이어 11월9일에는 휠체어를 타고 KBS 1TV ''''열린음악회'''' 무대에 올라 청중의 눈물어린 박수갈채를 받았다.
빈소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영안실에 마련됐다.
소포츠투데이 김재범 oldfield@sportstoday.co.kr /노컷뉴스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