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몽정기2'의 한 장면
[막무가내 영화보기] ''''몽정기2''
감독 정초신, 각본 박채운, 제작 MK픽쳐스, 주연 이지훈 강은비 전혜빈 박슬기 신주아, 1월 14일 개봉.
몸을 배배 꼬고 있는 풍만한 몸매의 여학생 앞에는 손가락을 쪽쪽 빨고 있는 또 다른 여학생이 천진한 눈을 반짝이고 있다. 망사 스타킹을 입은 또 한명의 여학생은 교태로운 몸매를 선보이고 저 뒤에는 음흉한 눈빛의 남자가 여학생들의 뒤를 노리고 있다.
포스터부터 심상치 않은 이 영화 ''''몽정기2''''는 지난 2002년 고교생 소년들의 교생을 향한 묘한 성심리를 리얼하게 재현해 성공을 거뒀던 ''''몽정기''''의 속편. 이번에는 ''''은밀하고 발칙한 소녀들의 몽정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여고생들이 등장하는 성장 코미디 영화다.
''''속편이 아니었다면''''이라는 바람을 가지게 하는 영화 간단히 말하자면 이 영화는 속편이 아니었다면 그 나름의 괜찮은 평을 받았을 영화다. 전편이 그랬던 것처럼 솔직하면서도 대범한 소녀들의 성에 대한 호기심과 그에 대한 표출이 여권 운동가 또는 청소년 선도위원들의 혹한 냉대를 받을지언정 일반 관객들에게는 충분한 재미를 줄 만큼 획기적일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영화가 앞서 말한 획기적인 내용과 튀는 아이디어로만은 승부하기 힘든 ''''속편'''' 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나름의 재미와는 전작을 보고 기대치가 높아진 관객들을 만족케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겉으로 드러나는 단점이나 부족한 점 역시 적지 않다.
80년대 만화방과 극장이 등장하는 등 약간 촌스러운 배경에 어울리지 않는 최신식 패션 교복으로 도대체 언제쯤을 배경 시점으로 잡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큰 무리 없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 생짜 신인 연기자들이나 이지훈의 연기에 비해 지나친 오버로 일관하는 박슬기의 모습이 전체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 막판에 등장하는 전문 댄서들의 탱고 공연과 역시 어울리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무도복'''' 등이 관객들의 눈을 거슬리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이 영화를 볼 사람들에게 충고를 던지고 싶다. 절대 기대 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것.
기대를 버리고 본다면 ''''재미난 오락 영화'''' ''''속편이 다 그렇지 뭐''''라며 최대한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스크린을 대하면 나름의 재미와 신비(?)한 여고생들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관객이 남자라면.
전편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수더분(?)한 외모의 남학생들을 내세워 대놓고 말하긴 쑥스럽고 그냥 덮어버리기엔 너무 만연한 사춘기 남자들의 성심리를 재미있게 풀어낸 것 처럼 2편에서도 비슷한 또래의 여학생들의 심리와 그에 따르는 해프닝들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 온 미남 교생에게 꽃을 몰래 선물하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학교로 향하는 여학생의 모습이나 외모 콤플렉스를 느끼고 고민하는 모습 등은 누구나 공감하는 모습들이다.
여기에 여러 방법의 자위 문제를 고민하거나 생리를 처음 하는 여학생이 생리대 부착 방향을 잘못 알아 ''''털이 다 빠져 버리겠다''''고 말하는 장면 등은 여자 관객들에겐 여유로운 웃음을, 남자 관객들에게는 살짝 신선한 충격(?)은 줄 수 있을 것이다.
여학생들이 벌이는 한바탕 ''''진실게임''''이랄까. 여하간 이 모든 내용을 감독이 여자 제작진과 출연진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에게 자문을 받아 재현한 것이라니 그것만으로도 여성 관객은 그 재현이 얼마나 충실한가, 또 남자 관객은 ''''여학생들의 세계는 어떤가''''를 궁금해 하며 관객석 한 자리를 차지해 볼 만 하다.
앞에 열거한 단점들과 거슬리는 티들을 감안하고서라도 ''''몽정기2''''를 한 번쯤은 볼 만 한 것은 극중 전혜빈의 대사처럼 ''''대한민국 교육에서 성교육을 기대하긴 무리''''이기 때문이 아닐까.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찬호 기자 hahohei@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