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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 노골적인 PPL(간접광고)을 선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CF를 연상시키는 직설적인 사례도 여럿이다.
그동안 영화는 비교적 포괄적인 기준 아래 PPL을 실현해왔지만 드러내놓고 특정 제품이나 기업을 홍보하는 경우는 최근 들어 잦아졌다. 김태희 주연의 ''싸움(한지승 감독)''과 한예슬 주연작 ''용의주도 미스신(박용집 감독)''이 대표적이다.
[BestNocut_R]투자 축소에 따른 제작비 감소로 영화계가 몸살을 앓는 가운데 PPL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란 분위기 속에서도 ''노출 수위''를 놓고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현실적인 PPL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과 과도한 광고는 극적인 흐름을 망친다는 견해가 분분하다.
12일 개봉한 ''싸움''은 시사회 직후 언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작정하고 2~3개의 PPL을 노출시킨 탓이다.
김태희가 모델로 있는 휴대전화 LG싸이언이 화면에 여러 차례 클로즈업되면서 TV광고를 연상시켰고 이도 모자라 서울우유를 ''대놓고'' 광고했다. 축산학과 교수로 나오는 서태화가 영화 내내 애지중지하던 젖소와 CF에 출연한다는 설정을 빌미로 실제 광고를 연상시키는 서울우유 영상이 오랫동안 스크린을 도배했다. 친절하게 ''서울우유''라는 로고를 화면 가득 채우기까지 했다.
한지승 감독은 "서태화 씨와 젖소의 에피소드를 완성하는 영화적 리얼리티를 위한 필요한 선택"이라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영화에서 젖소 에피소드는 처음부터 이 CF를 위해 존재하는 인상이 짙다.
18일 개봉하는 ''용의주도 미스신''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번에는 통신회사 KTF의 쇼(SHOW)가 등장한다.
극 중 광고회사에 다니는 주인공 한예슬이 새로 맡은 프로젝트가 바로 쇼이고, 광고주 이종혁은 한예슬과 엮인다. 광고를 따내기 위한 프리젠테이션을 이유로 한예슬이 KTF와 쇼를 여러 차례 입에 올리는 장면은 혼란스럽다. 제작사는 한 감독과 마찬가지로 "극의 흐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객은 불편할 수 있다. 영화의 현실감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도 자칫 몰입을 방해할 가능성 때문이다.
또 PPL을 위한 ''불필요한 설정''이 삽입될 우려도 크다. PPL을 연출하기 위해 억지로 인물을 넣거나 상황을 만들면서 기획의도에서 벗어나 ''삼천포''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 뛰는 제작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날로 위축되는 제작 환경에서 필요한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용의주도 미스신''의 최선중 프로듀서는 "KTF는 영화 광고비를 가장 많이 지원한 기업이다"며 "영화의 흐름에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한국영화가 힘들다고 하는데 제작비를 절약할 때 광고비나 제작비를 지원받고 PPL을 넣는 건 긍정적인 선택"이라고 밝혔다.
최 프로듀서는 오히려 PPL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의문을 제기했다.
"제작비가 없는 상황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보여주면서 탈출구를 찾아야 하고 외국에 수출할 때 우리 제품을 선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장르영화에 PPL을 넣을 수는 없지만 상업영화에서는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의 PPL 바라보는 이중 잣대 경계
일부 영화인들은 외국영화와 한국영화 속 PPL을 바라보는 이중적 잣대를 경계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6월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13''에는 알파치노가 삼성 휴대전화의 우수성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충분히 PPL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었지만 외국영화에 등장한 국내 제품 광고에는 너그러웠다.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매트릭스''에는 삼성전자가 PPL로 참여해 일명 ''매트릭스폰''까지 제작해 광고했지만 이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한 영화 관계자는 "외국영화에 등장하는 PPL은 흥미롭게 받아들이면서 유독 한국영화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