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서
정치 풍자 코미디로 유명한 코미디언 최병서는 1980년대 ''성역''과 같았던 전·현직 대통령을 흉내 낸 ''간 큰'' 주인공이다. 정치인들의 특유 억양과 어법을 코미디 소재로 선택해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성대모사와 정치 풍자의 1인자로 떠올랐다.
답답한 정치 상황을 통쾌한 유머로 풀어내는 재주 덕분에 최병서는 대중의 사랑은 물론 때마다 정치권에서도 선거전에 동참해 달라는 요청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최근에도 한 대선주자로부터 선거운동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꽤 적극적인 제의였지만 최병서는 끝내 선거전에 발을 딛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
최병서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한 유력 후보의 선거 운동에 함께했다. 후보와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유세를 펼치며 힘을 보탰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아쉽게 후보가 탈락하자, 최병서는 더 이상 선거운동에 나서지 않기로 결심했다.
"지지하는 정치인을 돕는 일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최병서는 "깊이 믿고 의지했던 정치인의 안타까운 결과를 지켜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러 차례 권유를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특히 2002년 선거운동을 도왔던 후보가 또다시 출마한 상황에서 다른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유가 가장 컸다.
최병서는 "마음의 짐을 갖고 있는 후보가 선거에 나왔는데 도의적으로 다른 후보를 도울 수 없었다"며 "더는 선거운동에 나서지 않고 속으로 조용히 지지를 표하겠다"고 밝혔다.
[BestNocut_R]최병서가 택한 건 선거운동 대신 방송 활동이다.
2년간 방송 출연을 줄이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최병서는 최근 트로트음반을 출시하고 대중 앞에 나섰다. 코미디언으로 활약하던 당시 풍자 음반이나 캐럴 앨범 등을 6장이나 발표한 바 있는 최병서는 이번에는 남녀노소 폭넓은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트로트를 선택했다.
"댄스부터 발라드, 록을 트로트로 바꾼 6곡을 담았고 타이틀곡 ''건드리지 마''는 현실의 어려움을 씩씩하게 극복하자는 메시지"라고 설명한 최병서는 "트로트로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서길 바란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표 성대모사 ''비장의 무기''로 준비
물론 ''본업''인 코미디를 향한 꿈도 함께 드러냈다.
중견 코미디언들이 출연할 기회가 적은 방송사의 일률적인 개그 프로그램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다시 한 번 통쾌한 정치 풍자와 성대모사 코미디로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물하고 싶다"는 희망은 적극적으로 밝혔다.
최병서가 비장의 무기로 준비한 성대모사의 대상은 바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사석에서 몇 차례 만나 성대모사를 해보였더니 박 전 대표도 깜짝 놀라서 좋아했다"고 전하며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꼭 한 번 박 전 대표를 흉내 내 웃음을 선물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