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2}스크린이 1930~1940년대 경성(京城)에 매료됐다.
일제강점기란 시대적 아픔 속에서도 현대문물이 급속히 유입된 시기를 배경으로 갖가지 소재를 녹인 영화들이 관객 맞을 채비를 갖췄다. 내년 1월부터 차례로 개봉해 때아닌 ''경성바람''이 일어날 태세다.
[BestNocut_R]경성에 홀린 영화는 조선 최초 라디오 방송국을 무대로 벌어지는 ''라듸오데이즈(하기호 감독·싸이더스 FNH)''와 바람둥이와 모던 걸의 비밀스런 만남을 다룬 ''모던보이(정지우 감독·KNJ엔터테인먼트 제작), 일본에 빼앗긴 3,000캐럿 다이아몬드를 찾아 떠나는 ''원스 어폰 어 타임(정용기 감독 윈엔터테인먼트 제작)''까지 3편이다.
저마다 ''경성 최고''란 수식어가 붙은 주인공들은 라디오PD, 바람둥이, 사기꾼까지 직업도 가지가지다. 류승범과 박해일, 박용우가 전면에 나섰고 이들 곁에는 김사랑, 김혜수, 이보영이란 사랑스러운 여인들이 있다.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라듸오데이즈''와 ''모던보이''는 1930년대 중반을 택했다. 식민지가 고착되면서 빈부의 격차가 벌어지는 시기에 등장한 ''철없는'' 청춘을 내세워 이들이 어떻게 시대의 아픔에 눈을 뜨는지 조명한다.
영화에서 라디오PD로 분하는 류승범은 풍류를 즐기는 일명 ''청담 보이''다. 기생집을 밥 먹듯 드나들고 당대 신여성들에게 환심을 얻으려는 한량이다. ''모던보이''의 박해일도 비슷하다. 친일로 부를 쌓은 부친의 후광 속에 부족할 것 없는 생활로 연명하는 박해일에게는 ''경성 최고의 바람둥이''란 닉네임이 붙었다.
두 인물은 미스터리한 여인들과의 만남으로 변화를 맞으며 인간이 시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살 수 있는지를 코믹하게 때론 진지하게 고민한다.
광복을 앞둔 1940년대를 담은 ''원스 어폰 어 타임''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천의 얼굴을 가진 경성 최고의 사기꾼이 전설의 다이아몬드를 찾아 떠나는 모험담이다.
앞선 두 작품이 에둘러 시대적 고민을 담아낸다면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시대극보다 모험기에 가깝다. 사라진 다이아몬드를 찾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기꾼과 맹랑한 여자 도둑의 뒤죽박죽 활약을 그리는 탓이다.
"1930년대는 우리 역사에서 반복된 적 없는 흥미로운 시기"
지난여름 경성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 ''기담(정가형제 감독)''을 시작으로 스크린에 경성 바람이 부는 이유는 새로운 시기를 다루면서 다양한 소재를 찾아낼 수 있는 장점 덕분이다. 무겁게 느껴지는 사극과 달리 시대극이 일으키는 향수도 한몫을 한다.
''모던보이'' 메가폰을 잡은 정지우 감독은 "우리 역사에서 반복된 적이 없는 흥미로운 시기"라고 1930년대 경성을 택한 이유를 들었다.
정 감독은 "더는 독립을 운운하지 않게 되고 먹고사는 문제도 상당부분 개선돼 소수지만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사람들이 등장한 때"라며 "정치, 사회적으로 미래가 없는 것에서 오는 답답하고 암울한 분위기가 음란하고 퇴폐적인 문화들 만들어 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