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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정부가 해야할 일인데...미안하다"

  • 2004-12-25 22:32

성탄절 맞아 KBS ''사랑의 리퀘스트'' 권양숙여사와 동반출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성탄절인 25일 저녁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와 함께 KBS TV `사랑의 리퀘스트''에 출연, 소외된 이웃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웃들을 소개하고 시청자들로부터 성금을 모금하는 이 방송은 이날 저녁 7시부터 KBS 신관 공개홀에서 1시간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됐으며, 노대통령 내외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노 대통령은 먼저 "`사랑의 리퀘스트''를 보면서 한편으론 미안하고 다른 한편으론 KBS가 좋은 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정부와 국가가 다해야 할 일인데 아직 다 못해 대통령으로서 미안하다"며 인사말을 꺼냈다.

노 대통령은 "계속 (ARS 성금과 관련한) 숫자가 착착 올라가는 것을 보면 국민들이 존경스럽다"며 "또 노래하는 분들은 남의 어려움을 잘 모를 것같아 보이는데, 열심히 노래하고 사람들을 찾아 어울리는 화면을 볼 때 (마음이) 그렇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방송에서는 노 대통령이 지난 22일 권 여사와 함께 담낭암 말기로 투병중인 어머니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동생을 돌보고 있는 소녀가장 이혜진(18)양의 신림동 집을 찾아 격려한 화면이 방영됐다.

노 대통령은 냉기가 감도는 낡고 비좁은 혜진양의 집을 둘러보고, 혜진양에게 "어려운 사람들이 어떻게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도 만들고 예산도 배정하는 등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국민소득만 높아진다고 선진국으로 가는게 아니고,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배려하는게 선진국"이라며 "우리나라도 점차 환경이 좋아질 것이며, 한해 한해 열심히 하면 진짜 좋은 기회를 혜진양 자매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독였다.

권 여사는 투병중인 혜진양의 어머니에게 "의술이 많이 발달해 아주 험해도 건강을 어느정도 회복해서 많이 살더라"며 "용기를 잃지 말고, 혜진이하고 아이들을 두고 어떻게 가려고 하느냐"고 격려했으며, 노 대통령은 "이 사람, 울리겠다"며 안쓰러운 마음을 대신했다.

노 대통령은 혜진양 자매에게 `행복은 누리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라고 직접 적은 일기장을 선물로 건넸으며, 권 여사는 혜진양 자매에게는 녹색, 노란색코트와 목도리를 각각 선물했다.

또한 노 대통령 내외는 현장 방문시 혜진양 동생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컴퓨터를 받고 싶다"고 하자 나중에 곧바로 컴퓨터를 선물했으며, 노 대통령은 방송에서 "저에게 e-메일을 보내왔더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노 대통령은 "(어려운 가정이) 혜진양 자매만이 아닌데 골고루 못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으며, 혜진양 자매는 이날 방송에 직접 출연해 노 대통령 내외에게 직접 만든 십자수와 편지로 답례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백혈병과 모야모야병으로 투병중인 이시은(5)양의 사연을 접하고, "저는 이런 병을 보면 하느님의 속셈을 알 수 없다. 왜 이런 병을 만드셨는지..."라며 "결국 국가제도, 사회제도를 통해 가정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며, 앞으로 그건 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이 프로그램에서 이룬 지난 7년간의 성금 모금에 대한 격려말을 해달라는 사회자의 요구에 "자꾸 말하라고 한다"며 미안한 마음을 거듭 내비친 뒤 "우리 국민들이 존경스럽고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사실 대통령하면 좀 괴롭다. 제 딴에는 열심히 하는데 잘못한다고 비판이 많고 여론조사 하면 대통령이 싫다는 사람들도 많고, 짜증날 때가 많다. 이런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저렇게 착한 국민들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KBS도 더러 대통령 좋다고 안해 억울할 때도 많은데 이 프로그램은 좋다"고 말해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각종 질병을 극복한 어린이들에게 "사람은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고난을 극복하는 능력과 남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진다"며 "믿음과 꿈을 크게 가지면 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노 대통령 내외는 이 프로그램에 금일봉을 전달하고, 모든 출연자들과 촛불을 들고 `사랑으로''를 함께 부르는 것으로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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