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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불완전한 사랑이 낳은 완전한 비극 ''사랑의 유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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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타나베 준이치 원작의 ''사랑의 유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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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법으로 심판할 수 있습니까?''

    남자 주인공 기쿠지(토요카와 에츠시)는 사랑하던 여인을 목졸라 죽인 죄로 법정앞에 서 검사와 판사 앞에서 울부짖으며 이렇게 말한다. 그와 연인이었던 후유카(태라지마 시노부)는 분명 사랑을 하고 있었고 이들을 둘러싼 가족들과 세상은 두사람의 사랑을 불륜으로 얼룩진 파국으로 보고 있다.

    격정적 멜러 드라마이자 법정 드라마이기도 한 ''사랑의 유형지''는 중년의 일탈된 사랑이다. 이 일탈은 가족 제도의 틀안에서 지극히 위험하고 아슬아슬하며 치명적이다.

    기쿠지를 세상 마지막 사랑이라고 여기고 믿는 후유카는 남편이 있는 세아이의 평범한 엄마다. 한 때는 ''사랑의 묘법''이라는 베스트 셀러를 낸 유명 소설가 기쿠지는 이혼을 하고 혼자서 더이상 써지지 않는 신작 소설에의 고통을 호소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가 후유카를 통해 비로소 새로운 사랑이야기를 쓰게 된다.

    교토와 도쿄를 오가며 숨죽이며 남몰래 사랑을 나누던 이들은 끝없이 서로의 육체를 탐하며 정신적 교감까지 나누지만 다가올 파국을 예감한다.

    사랑할수록 현실의 벽은 둘을 더욱 괴롭게 만들고 후유카는 기쿠지를 통한 자살을 시도한다. 사랑의 감정이 가장 충만할 때, 이때는 반대로 자신이 유지하던 가정이 최고로 파탄나기 일보직전인 상황과 역설적으로 맞닿아 있다. 처음에는 믿지 않던 기쿠지는 그녀의 진심을 깨닫고 정사 도중 목을 졸라 결국 그녀를 죽이고 만다.

    초반 화면 가득 육체적 탐닉의 뜨거운 열기가 쏟아져 나올 듯한 영화는 법정드라마로 전개된다. 여 검사는 취조하는 과정에서 후유카의 진심을 이해하게 되고 수사과정에서 이들이 정사도중 나눈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는 후유카와 기쿠지의 파국 과정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결국 청탁 살인으로 판결나고 8년 형을 언도받은 기쿠지는 감방에서 비로소 깨닫는다. 후유카가 자신만을 기억하면서 보내라고 한 유효기간이 8년이라는 것을...

    베스트셀러 ''실락원''의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가 2004년부터 2006년 까지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연재한 소설 ''사랑의 유형지''는 출근길 회사원과 직장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 하나의 신드롬 현상을 일으키기까지한 대중 통속 소설이었다.

    부드러운 감성의 연기를 선보여온 주인공 ''토요카와 에츠시''는 ''러브레터'' ''훌라걸스''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인물. 이번 영화에서도 위험한 사랑앞에서 때로는 무모하고 때로는 도전적이면서 변화무쌍한 감정연기를 펼쳐 보였다. 로드 무비''바이브레이터''로 익숙한 테라시마 시노부는 과감한 전라연기를 펼치면서도 기실 더 중요했던 여성의 깊고 섬세한 감성을 한올 한올 펼쳐 보이는 호연을 펼쳤다. 실제 원로 여배우인 시노부의 모친 후지 스미코도 극중 친정어머니로 등장한다.

    온전히 남녀 주인공의 밀도있고 진지한 연기는 이 영화가 자칫 에로 영화로 치부될 수 있는 가벼움을 상쇄하고 있다. 불륜이라는 소재를 사랑과 집착, 소유, 갈등 등 다양한 상황과 감정으로 표출해낸 ''사랑의 유형지''는 단순한 불륜영화가 아니라 인간 감정의 다양함을 깊고 풍부하게 우려낸 멜러의 또다른 진액같은 영화다.

    과연 ''사랑하기 때문에 죽여달라''는 여자의 진심을 상대 남자가 아닌 세상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영화는 이에 대한 설득력을 충분히 던져주고 있지만 보기 전까지는 혹은 한줄 사건만 읽은 사람에게는 자칫 엽기 사건으로 치부될 만 하다. 18세 이상 관람가.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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