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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식이 이문식에게 묻다 "당신! 배우로서 행복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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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식이 이문식에게 묻다 "당신! 배우로서 행복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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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인터뷰] 영화 ''마을금고 연쇄습격사건''의 주인공 이문식

    영화배우 이문식

     

    코미디가 강한 배우 이문식은 답답할 만도 하다.

    죽으라고 몸부림치며 연기변신했던 ''구타유발자들'' ''플라이 대디'' ''공필두''그리고 SBS 미니시리즈 ''101번째 프로포즈''까지 모조리 관객과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 정작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놓아준 ''마파도''와 그리고 다시 ''마파도2''가 터지자 이문식은 약간은 허탈함에 빠졌을 법하다.

    톱배우 한명 없이 300만 흥행 성공을 거둔 이문식에게 연이어 쏟아진 캐스팅 제의와 이에 부응해 여느 톱스타 못지않은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한 것이 바로 지난해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엄청난 촬영 일정을 마무리하고 뒤돌아본 결과는 답답할 지경이다.

    이게 뭐란 말인가? 대중은 내게 친근한 코미디 연기만을 원한다는 건가? 하는 장탄식이 나왔다. 그럼에도 이문식의 도전은 계속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루 2시간씩 자면서 마치 공장에서 장난감 찍어내듯 허겁지겁 촬영에 바빴던 때와는 달리 이제 제 속도의 걸음걸이를 하면서 15일 개봉한''마을금고 연쇄습격사건''(박상준 감독/필름큐엔터테인먼트·노비스엔터테인먼트 제작)을 내놓았다.

    지금 이문식은 아버지가 되고 있는 상황

    이번에도 ''플라이 대디''때처럼 역시 강한 부성애를 지닌 가난하고 못난 아빠 배기로로 분했다. 아픈 딸아이의 수술비 마련이 여의치 않아 신체포기각서를 쓰고 사채를 빌렸으나 이마저도 소매치기 당했다. 결국 은행을 털기로 했다. 한손에는 칼을, 또 한손에는 작은 검은 비닐 봉지를 들고 은행을 털어 돈을 그만큼만 가져가려했을 만큼 소시민이다.

    "포스터나 제목이 재미있게 포장되서 혹시나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극장을 찾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 이야기는 충분히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죠. 그점이 배기로에 대해 마음에 들었던 점이고 영화를 하게 된 이유죠." 이문식도 실제 다섯살 두살 아이의 아버지다. 지난해 하루 두시간씩 자면서 촬영했던 과거를 반성하며 이 영화 촬영이 끝난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내리 8개월여를 쉬었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노는 재미를 붙였다. "영화처럼 저도 아마 아이가 아팠다면 무슨일이든지 했을 거에요." 강한 부성애를 내비친다. 처음 때어났을 때는 아이들의 귀여움을 잘 몰랐는데 점점 아이들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단다.

    늘 시골 촌놈이라고 말하는 이문식은 겉으로 표현하는 것을 쑥쓰러워 하는 촌스럽고 무뚝뚝한 아빠였다. 하지만 아이들과 처음으로 8개월여를 함께 지내보니 부모의 표현만큼 아이들이 반응하는 것의 중요함을 깨닫기도 했다. 영화는 다소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이문식은 이에 대해 "그렇다고 마지막이 맹탕이 되면 영화적으로 보는 ''맛''이 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라이 대디''의 아버지가 다소 판타지 적이었다면 ''마을금고~''의 아버지는 현실에 두발을 온전히 디딘 지극히 살냄새 나는 존재다.

    지금 이문식은 관객과 충돌하는 상황

    ''공공의 적''이나 ''달마야 놀자'' 등에서 보여준 맛깔스러운 코믹 조연연기는 이문식을 충무로의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배우로 각인시켰다. 마이너리그의 메이저리그 승리가 된 ''마파도''의 이문식은 이후 승승장구 했다. 세편의 영화와 한편의 공중파 미니시리즈 주인공으로 그는 온전히 메이저리그 투수로 승격됐다. 이문식의 오랜 연기 내공을 감안하면 늦은 감도 있지만 어쨋든 이문식은 지난해 가장 바쁜 배우중 한명으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눈부신날을 맞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눈부신 캐스팅과 활동에 비해 결과는 무척이나 뻘쭘했다. 어느 것 하나 그동안의 이문식보다 작품적으로 나아진 것이 안보이는 것이 문제였다.

    영화배우 이문식

     

    정작 이문식은 그 어느때보다 체중감량에, 밤샘 촬영을 밥먹듯이 하면서 자신을 불살랐는데 말이다. "지난해는 제게 푹풍같은 시기였어요.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던 시기고...어느날도 ''101번째 프러포즈''를 2시간 자고 멍한 상태로 촬영을 마쳤는데 돌아서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문식에게 지난 1년의 결산 보고서는 ''참 대단했구나''였다. 우선 네작품이나 쉼없이 해냈다는 것 자체로 말이다. 하지만 나머지는 ''글쎄''였다.

    이문식은 지금을 관객이 떠올리는 이문식의 기존 이미지를 깨고 온전히 스펙트럼 넓은 배우로 자리매김하는 충돌상황이라 했다.

    기존의 이문식이 코미디 배우로 관객에게 깊이 각인돼 있었다면 지난해 작품들로 이문식의 다른 면모를 다양하게 보여주면서 역량 가능성을 실험했다. 하지만 다양한 캐릭터 변주를 시도한 낯선 이문식을 관객은 아직 품안에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듯 하다.그래서 이문식은 자신의 연기폭 확장 시도와 관객의 이문식에 대한 고정 이미지가 충돌하는 상황이라 진단하고 있었다. "그렇게 관객에게 깨지더라도 전 계속 부딪힐 겁니다"라고 말하는 이문식에게 스스로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는지 질문했다.

    "제게 스스로 묻는다면 ''너! 배우로서 행복하냐?''고 물어볼 겁니다. 일상의 이문식이라면 괜찮은데 배우 이문식을 생각한다면 예전에 연극할 때 몰입하던 모습이 지금 스스로 잘 안느껴진다는 겁니다. 지금 저는 영화배우로서 오직 연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혹시나 ''직업으로서의 배우''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됩니다. 연극할 때 오직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만을 생각하고 내 모든 것을 걸던 열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어야 겠지요. 그런점에서 지금은 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배우였고 배우면서 앞으로도 배우이길 원하는 이문식의 자문 자답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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